게시글 검색
[그 많은 페미니즘 이야기]

우리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8-02-05 13:57:32
5    

 

03화에서 못 다한 이야기

 

충남도의회는 2일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안’을 가결했습니다. 인권조례는 인천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가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기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권조례를 만든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스스로 폐지에 앞장섰습니다. 인권 조례 폐지안은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이날 표결에 앞서 2시간 동안 벌어진 토론에서 한 말은 반지성주의에 대표적인 사례더군요.

 

그들이 내건 인권 폐지의 주장 근거는 도민 인권선언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무지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발상 자체부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옳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보호하려고 만든 인권 조례이기도 하니까요.

 

다양한 사람이 모여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공동체를 만들어 나누기 위해 충청남도에는 인권 기본 이해 교육이나 관련 문화 행사가 많습니다. 인권조례가 폐지됨에 따라 그동안 도민의 인권 개념 이해 및 관심 유도 등을 위해 진행한 인권에 대한 활동들이 어려워집니다. 활동 지원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일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일상에서 인권 교육의 필요성입니다. 부족한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서 지역 사회를 이끌어갈 도의원들이 이 정도이니 말문이 막힙니다. 일부 개신교도의 무논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말입니다. 종교가 정치에 영향을 준다는 일이 현대에도 가능한 일이라니 참으로 한심한 거죠.

 

인권 교육이 제도로 정착하지 못한 현실에서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는 더 자유롭고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열 개의 목소리로 그 시작을 알려줍니다. 사회를 변화하게 하는 힘은 개인에게서 나옵니다. 인권 감수성이 발휘되는 사회는 페미니즘에서 지향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권리에 공감하게 됩니다. 성 감수성은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이기에 여성이나 남성에 대한 고정되고 편협된 시각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선언만을 원하는 게 아니죠.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일이 먼저라는 겁니다. 페미니즘은 ‘미래인’에서 출간한 「여성학」을 보면 서구에서 19세기 중반 이후 ‘여성의 권리에 대한 옹호’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군요. 페미니즘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은 하나의 고정된 의미나 실체를 가진 것이기보다는 다양한 갈래의 이념적 토대와 관점을 견지하는 사상, 이론, 행동주의(또는 운동)로 구성된 묶음이기 때문이죠.

 

교육만 바뀌면 제도, 법률만 잘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일은 아닙니다. 필요한 일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면 바로 지금, 나부터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두려움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대체로 알지 못할 때 가장 크게 나를 휘어잡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공부하는 일은 경험하는 것만으로 너무 부족합니다. 그 부족한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일이 공부라고 생각해요. 덜 불안해질 수 있거든요.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이런 선언이 필요한 시기, 페미니즘이 보편성을 획득하기까지 과정이라 생각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해서 “나는 민주주의자입니다!”라고 선언하진 않잖아요. 보편으로 인식되고 있는 개념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도 민주주의는 늘 위기에 봉착합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그 사실을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거죠.

 

그 많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현재 한국에 있는 대학에 여성학과는 어떨까 궁금해서 찾아봤죠. 여성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어났어요.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학은 오히려 순수 학문을 외면하는 정책을 우선으로 하더군요.

 

나는 ‘인간’ 보다 ‘자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더 크게 사람들을 끌어당긴 것으로 생각해요. 인간보다 자본이 우선되다 보니 자본주의가 강성해진 것을 사회 각 분야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대학의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대학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겁니다. 교육이 변하는 사회속도는 아주 느립니다. 그러니 나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힘, 통찰할 수 있는 앎이 필요합니다.

 

긴 터널을 지나 선생님이 된 세 청년에게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건네는 일로 2월을 열었습니다. 적어도 내 주변에 페미니즘을 공부해 청소년들과 유쾌함을 나눌 선생님이 있어서 그 많은 페미니즘 이야기를 계속할 이유는 늘어만 갑니다.

 

[반지성주의와 개신교]에 관한 좋은 글을 읽어 보시죠.

 


• 페미니즘 공부하는 팟캐스트입니다.

• 상품구매시 [후원할 창작자]에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지정하시면 수익금 일부가 후원됩니다.

• 플레이어를 백그라운드로 실행하려면 제목이나 섬네일을 클릭하면 됩니다.


댓글[0]

열기 닫기

게시글 검색
1 2 3 4 5 6 7 8 9

콩가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