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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나누기]

<뷰티 인사이드> 피곤한 사회

푸른비 이창우 (mediamall)
2018-08-09 12: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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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메이크된 <뷰티 인사이드>의 원작은 도시바와 인텔의 후원으로 노트북 홍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란다. 2012년 인텔 & 도시바 합작 소셜 필름인 ‘The Beauty inside’인데 이 작품은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클리오 국제광고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더라.     

 

 상업성을 등에 업고 “누구나 남자 주인공을 연기할 수 있는 영화”라는 슬로건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알렉스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나의 에피소드가 공개되면, 1주일 동안 그 이후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관객들로부터 비디오로 직접 받아 다음 편 에피소드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단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성이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 어쩌면 나의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수 있으니까. 제작 의도와 발상이 전혀 다른 효과를 주는 것이 원작과는 다른 감동을 준 것 같다. 백 감독의 <뷰티 인사이드>는 느리게 마음을 적시더라. 영화 역시 ‘내면’을 들춰내어 질문을 던지고 나를 닮은 수많은 사람을 통해 나를 다시 만나게 하기도 하고.     

 

       

 

     

 나의 수많은 모습의 순간들이 다른 인물의 이미지로 이어진다는 느낌에 어느 순간 뜻밖의 나를 만날 때처럼 친근하기도 하더군. 영화의 리뷰를 쓰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에 나의 영화 이야기는 늘 나의 주변과 인물, 내 공간, 내 주변에서 느끼는 감성들로 이어지고는 한다. 나와 당신을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당신의 눈에 비치는 나의 사회적 지위인가 아니면 나의 경제적인 면인가 출중하다 할 나의 외모인가(?) 아니면 영화 속의 그녀가 잡은 ‘그런 마음’인가를.     

 

 이 영화는 어느 날은 친근하게 또 다른 날은 낯설게 수많은 느낌으로 나를 스쳐 갔던 사람의 희미한 표정들과 닮았다. 마음 타령으로 스스로 위안으로 삼았던 내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분하는 순간 세계는 작은 점들로 이어진 직선을 보여준다. 끝이 없다. 끝나지 않을 선이다.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나의 모습에 보이지 않았던 마음은 이성의 힘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다. 나는 조금 빨리 알아차린 덕분에 이 영화가 주는 판타지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게 되어 버렸거든.     

 

 형식과 내용. 외면과 내면. 두 가지에서 늘 허덕거려야 하는 현대사회. 내가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으려면 꽤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때는 잘 모르고 지나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은 어쩔 수가 없지. 이방인이 되어 먼 길을 돌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시간이 지금은 세상이 나를 자꾸 불러낸다는 생각도 들거든. 내가 세상을 향해 소리 낼 수 있을 때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었다고 말하는 나도 있긴 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다른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설정은 문학 작품에서도 새로운 것은 아니지. 카프카의 <변신>은 널리 읽는 고전의 대열에 있는 작품이니까. 다만 내용에서 집중했던 것은 역시 ‘현대인의 소외’였어. 개인 간에 일어나는 소외의 일상은 어쩌면 이 사회에서 조장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에 머물게 되더군. 사회를 움직이는 테크노크라시로 만들어낸 소외. 국가가 개인을 교묘하게 소외시키고 있다는 거지.     

 

 

 

 이 영화는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을 외부에서 찾지 않는다. 주인공의 삶은 매일매일을 다른 얼굴로 살아간다는 게 드러나지 않을 뿐 현대인으로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지. 보이는 것 말고 느끼는 것으로 살아질 수 없는 삶.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집 앞으로 난 밤길을 걸으며 별빛 가린 뿌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삶과 함께 수많은 얼굴이 지나간다. 결국,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기능에 주목하게 되더라.

     

 인간에게도 ‘유통기한’이란 것이 있을까. 5년짜리 정부의 유통기한 중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 보자. 아직도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과연 변한 것이 있을까.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애프터 립 서비스는 최고이다. 입으로는 삼권분립을 외치는 대통령만큼이나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 악의 유혹은 ‘고용’과 ‘소비’ 그 달콤함으로 개인들의 의식을 마비시킬 재주를 부리게 하니까.

 

 경제 성장을 위한 국가의 도그마에서 국민은 권리의 유통기한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다. 사회에서 상품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 처분된다. 그 기한을 만든 이는 생산자이고 수요자의 입장에선 생산자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가운데 그 기간 안에 상품을 소비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 상품이 변질하면 내 건강을 위해 유통기한이라도 쓰레기통에 버린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그와 같은 사회적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상호 신뢰이다. 역사는 훌륭한 개인이 아니라 다수 인간이 생활해 온 모습이고, 그들의 경제적 욕구와 공공선을 향한 존엄이 반영되어 온 과정이기도 하니까. 한쪽으로만 치달은 급성장의 역사를 성찰할 기회는 늘 마련되어 왔고, 지속하는 저항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정부가 겉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거겠지. 개인의 이해관계로 국책 사업을 외치는 거 피곤하다. 나의 이익을 위해 너를 밟아야 한다는 경쟁? 피곤하다.

  

 역사는 한 시대, 또 한 세대를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 한 개인이 몸담은 그 사회에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구성원 모두에게 상식적으로 통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의 역사적 기록과 그 이미지는 역사의 발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뎌 왔다. 지나온 역사에서 반복되곤 하던 국가주의는 이미 유통기한을 넘긴 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치·경제, 사회 각 분야를 부패의 냄새로 전염시키며 휩쓸고 있다. 눈 가리고, 귀 막고, 입 막고 이제는 코를 막아야 할 때이다. 결국, 썩은 냄새가 싫으면 알아서 기어 그들이 제공하는 마스크를 쓰거나, 숨통이 끊어지지 않을 만큼 틀어막고 연명하라는 말이다. 정치를 바라보는 피로도가 급격하게 몰려오는 현실감은 방향을 잃기에 십상이다. 국민을 상품화하여 유통기한에만 사용하는 국가는 정치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 기간이라는 유통기한이 상실되면 국민을 폐기 처분하듯 버린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Inside’라는 단어는 선물처럼 포장된 ‘내용물’이나, 사람의 ‘내면’의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한 개인의 마음이 한결같을 수는 없었지. 늘 뜻밖의 작은 일로 그동안의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 마음을 애써 버리려고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달라도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을 판단하고 느낄 수 있다면 내 마음을 한결같이 이끌어갈 수는 있었던 것 같다. 하물며 5년짜리에 불과한 나쁜 정부에 동참하고 있는 조력자들과 정치인(政治人)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되겠지. 겉으로 보이는 이 사회의 풍요와 그 이면에 드리운 암울함을 바라보게 된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이 나를 감동하게 할 그 어느 날, 광장의 유쾌함을 위하여 오늘은 가을빛 닮은 하늘과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지. 때로 감정의 밸브를 활짝 열어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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