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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나누기]

부자들을 더 부자로

푸른비 이창우 (mediamall)
2018-08-20 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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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Iron Lady / 필리다 로이드 감독

 

 "우윳 값이 올랐어요. 한 팩에 49파인트나 해요."

"저런,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네. 자동차를 처분할까? 아예 하숙을 치든가."

 

노부부는 식탁에서 웃습니다. 그녀는 이미 노령의 시기에서 자기만의 시간에 갇혀 있습니다.

 

 

이영화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고 포털에서 극성을 부리던 2012년을 기억합니다. 당시 포털에서는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죠.

 

2012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철의 여인’ 신드롬!

극장가 우먼 파워의 대표주자 예고!

2012년 대한민국 여성들의 파워가 심상치 않다. 한국 정치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는 것.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총리의 자리에 올랐으며 스스로를 ‘철의 여인’이라 지칭하며 이슈를 낳았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정치인 우먼 파워의 선두주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까지 여야 3 당대표를 모두 여성이 맡고 있는 등 남성들의 세계라 여겼던 정치계에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한 여성 정치인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각 기업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 임원들을 발 빠르게 영입하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파워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지고 있다. 최근 한 교양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여성파워 3인방’ 특집이 꾸며질 정도로 언론의 관심 또한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 이처럼 도전정신과 능력을 겸비한 여성들의 등장으로 사회적 위치가 급상승하며 여대생을 비롯,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롤모델이나 멘토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으며 이는 2012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女風)'은 스크린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 대표주자로 <철의 여인>이 2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남다른 리더십, 확고한 신념으로 역사의 얼굴을 바꾼 마가렛 대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메릴 스트립의 폭발적인 연기력을 통해 선보여지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길 것이다.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58688

 

세 여인 중 한 여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감히 대통령 앞에 '여성'이란 말은 담지 못하겠어요. 비유와 상징은 넘치지만 분명 영국의 수상 마가렛 대처와는 결이 다르니까요. 21세기에 20세기 시대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을 대입한다면 어느 정도는 공통된 부분이 있지만 저승에서 대처 수상이 자신을 비교한다는 것에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춰야 할까 싶습니다.

 

대처는 2살 때 이미 아버지인 알프레드가 시의원에 당선되었고, 그 이후 그랜덤 시장까지 역임했기 때문에 단지 식료품 가게 딸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직업으로 얻은 일종의 꼬리표였지요. 그 시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 영국의 수상에 이르게 되었기에 '최초의 여성 수상'이란 수식어는 가능한 정치인이죠.

 

 핀츨리 지역구의 여성 하원 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인의 길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정치와 상관없이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는 제작자의 언급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가렛 대처는 공인으로서 평가받는 게 우선이죠. 그 스스로 선택한 공직자이기에 사적인 영역을 대중에게 알렸을 때 그것이 허구가 가미된 것일지라도 역사의 평가보다는 이미지의 잔상이 더 기억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삶으로 돌아가 개인의 신념을 토대로 펼친 공직자의 모습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꽤 부지런해야 합니다. 영화는 영화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 이미지와 말에 현혹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마가렛 대처의 정치적 색채나 정책의 옳고 그름 아니라 남자만 있는 세상에서 여성 혼자서 느껴야 하는 고립과 고독감, 즉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영화는 정치에 관한 것이나 마가렛 대처가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461

 

감독의 언급이 있다 해도 이 영화는 왜곡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낄 감정은 개인의 삶으로 접근하여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남긴 '대처리즘'으로 세계가 얼마나 요동쳤는가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요. 분명 누군가에게는 귀감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황폐화시키는데 앞장선 정치인일 수 있습니다. 공인과 개인의 차이겠지요.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만 환상이 그녀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개인의 고뇌도 짐작은 하겠더군요.

 

자고로 독재자의 동상을 세워 그의 통치를 정당화하는데 영화만큼 멋진 선택은 없습니다. 프로파간다죠. 특히 한국사회처럼 언론이 장악되고 무능의 극치를 보이는 정부에 참사가 이어지는 나라에서라면 더욱더 그렇죠. 한국도 대처리즘의 영향권에서 비교적 신자유주의의 효율성이 승승장구한 나라이긴 합니다. 대처와 손잡은 미국의 레이건이 수출한 신자유주의가 이 나라에서 지금까지 활약 중이잖아요. 부자는 더 부자로,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한 자로.

 

새무얼 스마일즈의 『자조론』(1859)의 표제어이기도 했던 '자조(self-help)'를 자신의 신념으로 차용합니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 가치관의 핵심을 이루죠. 1980년대 후반 영국 학계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가치를 둘러싸고 보수당 정치에서 ‘자조’를 강조합니다. 강성노조와 대결정책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의 점진적 축소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념 공세의 일환이었죠. 영국병을 고치겠다는 거죠.

 

스마일즈가 강조한 것은 자조를 통한 개인의 도덕적 성취를 말합니다. 그는 어려운 집안 출신으로 정신력을 보여준 개인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그가 독학을 통해 자기를 성취한 개인을 높이 평가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독학으로 자아를 실현한, 노동자에서 시인, 노동자에서 박물학자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스마일즈의 자조는 소수에게 붙일 수 있는 '개인의 자조'인 거죠. 아무튼 스마일즈의 의도가 무엇이든 빅토리아 시대에 ‘자조’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대처가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를 강조했을 때, 그 가치 또한 정치적 언어였습니다. 어떤 이론을 정치에 접목할 경우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투영하는 잘못을 정치인에게서 많이 발견하죠.

 

 

"보수당이 지켜가야 할 원칙을 저들에게 확실히 알려주겠어요."

 

총리로 출마할 의지를 밝히는 대처의 심중이 드러나죠. 그녀는 타협을 하려는 당에 대립합니다. 그녀의 성장기에 정치인인 아버지의 평소 발언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감리교의 영향과 명문대에 입학한 자기 노력과 신념으로 합의의 정치를 버리고 일체의 타협을 거부합니다. 국가 재정 파탄을 내세워 노조의 강성이 영국 경제를 약화시킨다는 생각을 합니다. 합리주의를 내세우는 보수의 프레임이 가리키는 지점은 경제의 낙수 효과인데 그에 따른 노동자의 희생을 정부가 강요하는 거와 같습니다.

 

대처 집권 이후 영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은 더 이상 유럽형 복지국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사회보장정책이 크게 후퇴했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가치를 스스로 내팽개칩니다. 고용과 시장의 유연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됐을 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죠.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를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불화가 있는 곳에 화목을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20세기 동안 가장 오래 집권한 수상은 이제 역사의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남았습니다. 소비에트가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죠. 그녀는 로널드 레이건에게 냉전시대의 종결에 중대한 역할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와 함께 세계를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효율성의 체제로 만들기도 했고요. 그녀의 지지자들은 영국 경제를 변화시키고 전후 쇠퇴를 반전시켰다고 주장합니다만 그녀의 반대자들은 무자비한 공공지출 삭감과 전면적인 민영화를 비판합니다.

 

그녀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전쟁'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해병대가 영국령 포틀랜드 섬을 포위합니다. 대처는 기회를 잡았고 포틀랜드전을 승전으로 이끌죠. 총선 직전이었기에 그녀의 집권 연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사상 최악의 총리에서 온 영국의 스타로 지지율이 급상승합니다.

 

정부 소비 감소로 대표되는 대처리즘은 결과적으로 영국의 전체적 경제 성장률을 플러스로 돌려놓았으며, 인플레이션을 잡는데도 기여했습니다. 모든 국가 정책에는 과오가 있죠. 문제는 국가정책의 수혜자가 1%인가, 99%인가 하는 점일 겁니다.

 

결국 개인이 노력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어째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꽤 익숙한 말이죠? 마가렛 대처의 신념에 찬 그 유명한 어록 중 하나입니다. 2013년 대처의 죽음에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하하는 대중의 반응을 생각합니다. 힐즈버러 참사도 생각해 봅니다. 외신에서 마가렛 대처의 느낌을 표현한다는 한국의 대통령도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도 생각합니다. 두 나라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국가의 리더가 어떻게 다수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했는지도 생각합니다. 아, 너무 많은 생각에 대처처럼 환상이 보일까... 걱정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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