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검색
[영화로 세상 나누기]

대통령이 달라졌어요.

푸른비 이창우 (mediamall)
2018-08-22 14:07:54
2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의 일탈은 활력소가 됩니다. 그런 일탈로 세상을 바꿀 작은 시작의 순간이 내게 찾아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의 주변 이야기가 뉴스를 차지하는 중에 이 영화는 의외의 기쁨과 모색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2016년 10월 1일로 900일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광장의 현실과는 담을 쌓은 불통의 대통령과 관련된 검색어는 점점 늘어납니다. 이번 에는 ‘내수 경제를 위한 장관들의 셀프 골프’더군요. 장관들이 자기 돈으로 골프를 쳐 내수 경제가 활기를 띤다? 역시 창조 마니아답습니다.

 

 

영화에서 ‘데이브’는 볼티모어에서 직업 소개서를 운영하며 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는 자기를 찾아오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데서 즐거움을 찾지요. 그런 데이브에게는 아주 특이한 점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미국의 44대 대통령 빌 미첼과 똑같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 대통령께서 오셨습니다.

 

돼지의 등에서 내린 데이브는 “자동차는 세보레죠.” 하며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흉내 냅니다. 데이브는 대통령을 연기하며 주변인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우리에게도 현 대통령과 관련되어 기억나는 관련 검색어만 채집해도 웬만한 소사전이 만들어질 수 있잖아요? 그 말들이 희망의 격언이 될 수 있다면 싶은데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을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데이브는 대통령을 닮았습니다. 미첼 대통령은 볼티모어 방문 시 공식적인 행사에서 사적이고도 은밀한 시간을 가지려고 데이브를 잠시 내세우기로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공직자의 부정의 한 일들이 졸지에 ‘일탈’로 치부됐던 것처럼 대통령 개인의 일탈을 위해 자신을 똑 닮은 데이브를 대역으로 내세웁니다. 영화에서처럼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 같은데 말이지요. 대통령은 뇌졸중으로 혼수상태가 되고, 데이브는 대통령의 역할로 그의 일탈이 시작됩니다.

 

미첼 대통령의 교활한 비서 실장 ‘밥’은 데이브에게 잠시 대통령 흉내만 내게 함으로써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유혹합니다. 애국심을 강조하며 데이브의 선량함을 이용해 대통령의 역할을 하게 하지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당연한데 어쩐지 청와대와 관련된 입말들이 현실에서 넘치기에 예외성으로 유쾌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는 누군가가 있기는 했나? 하는 추측이 난무하던 지난 이슈가 생각이 나는군요.

 

 

세계일보 PDF

영화 비서실장 밥이 대통령대신 법안 처리에 사인한다.

 

신영복 선생의 『담론』 중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것은 그때 그곳의 조각에 불과합니다.” 저자의 말은 ‘사실’이 ‘진실’이 될 수 없는 것을 다시 되새기게 합니다. 사실조차 개인의 편향된 시선에 따라 왜곡되기 일쑤인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무거운 일이던가요. 자기검열이 작동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기가 두려운 사회, 시대를 뛰어넘기 어려운 정서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 싶습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이러쿵저러쿵 춤을 추다가 제풀에 힘이 달려 그만 주저앉게 되고 말 것 같은 거지요.

 

이런 사회의 불안들은 삶을 절박하게 만들지 않던가요. 패배의 역사에는 서사가 꽤 낭만적으로 퍼집니다. 그것마저 없다면 패배를 치유할 자유로움과 창조성은 소멸했겠지요. 패배의 역사, 혁명이 글자로 박제된 지금, 저자는 ‘현실과 이상의 지혜로운 조화’를 담론으로 삼았습니다.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적절히 조화를 이룰 능력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분리된 힘이 아니라 유연함이며 이런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 하죠.

 

왜, 정치가 내 삶과 멀리 있어야 했지? 이 물음을 알아가는 과정의 시간에서 나는 또 다른 삶의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내 머리가, 가슴이 생각하는 것들이 엉키다 보면 결국엔 내 세상 안으로 기어들어가 버리곤 하는데 그것은 나의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지독히 개인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나를 다시 각성시키고 끄집어내 매번 기성세대의 나를 성찰하게 하는 청년들의 작은 웃음이, 눈빛이 늘 성가시게 하곤 합니다. 이제 나를 위해 민주주의가 자명성을 얻어야 한다는 거지요. 나의 자유를 위해서 말입니다.

 

데이브가 예산 검토를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차 구매자에게 신뢰 홍보비로 4천7백만 불을 쓰고 있소.”

“네,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요.”

“차 산 사람의 신뢰감을 얻기 위해 아이한테 길에서 자게 하라 한다? 그럴 수 있소?”

“못 하죠. 그럴 수 없죠.”

 

대통령 미첼은 볼티모어 연설을 끝으로 그의 개인적 일탈이 그를 영원히 잠들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데이브에게 그 역할이 맡겨집니다. 대통령의 비서와 측근에 의해 움직이던 데이브에게 영부인은 하나의 계기를 주게 됩니다. 그녀가 원했던 “무주택자 법안”을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거부하면서, 문제를 의식하게 됩니다. 데이브는 정부 예산안을 검토하기 위해 친구의 도움으로 공부를 합니다. ‘사실’과 ‘진실’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무주택자 법안’을 살릴 예산안 재검토를 하게 됩니다.

 

 

 데이브는 친구를 백악관으로 불러 함께 공부를 합니다.

 

영화라 그렇겠지요, 뇌졸중으로 쓰러진 대통령 대신 데이브는 진실을 담아 기자회견을 하고 데이브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오늘 아침 비서실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이 나라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더는 못 참아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있는데 못 본 척한 거죠. 그런데 이제는 점점 더 커져서 누구도 손을 못 대죠. 그뿐 아닙니다. 그보다 큰 문제는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이죠. 정말 비극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랐다면 시작할 일은 제가 제안하죠. 오늘부터 정부는 일을 원하는 시민에게 직업을 찾아줄 책임을 질 겁니다. 일자리 얻은 사람의 얼굴은 하늘을 날 것 같죠.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뜻있는 일을 한다는 기쁨을 한 사람씩 느끼게 되면 다른 문제의 해결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권위에서 나오는 힘이 권위주의로 둔갑, 권력을 악용하는 정치인들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데 전력 질주했던 무리가 벽을 쌓고 있습니다. 이미 해체된 이념을 들먹이며 국민을 호도합니다. 보수와 진보, 그 둘의 협력으로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말의 진정한 힘이 사라져 사람들을 혼동하게 합니다. 영화에서는 선한 인성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바른 정치의 방향을 보여 줍니다. 개인의 탐욕과 이기심, 집단 이기주의가 적다면 정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바람직한 파수꾼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 망국으로 가는 역사의 혼란한 시간을 멈추게 할 힘이 있어야 하고, 정치만큼이나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개인들도 그 책임을 함께 지고 가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는 말합니다

 

 

 

하나의 일관된 전략이 없으면, 그 집단은 살 수도 없고 숨 쉴 수도 없다.

 

전략은 적중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전략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 명의 리더십이 작동될 수 없다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보가 결집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전략일 것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혁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이 총과 폭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혁명이란 사고의 전환이다. 유교나 기독교도 당시에는 혁명이었다.

 

투쟁에는 후퇴할 시간이 있어야 하고 힘을 유지한다는 것은 후퇴했다가 다시 모으고 조직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나간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하게 맞닥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호세 무히카의 말은 한국사회에 훌륭한 교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페미니즘 공부하는 팟캐스트입니다.

• 상품구매시 [후원할 창작자]에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지정하시면 수익금 일부가 후원됩니다.

• 플레이어를 백그라운드로 실행하려면 제목이나 섬네일을 클릭하면 됩니다.


댓글[0]

열기 닫기

게시글 검색
1 2 3 4 5 6 7 8 9
 

콩가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