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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나누기]

"두 발이 남았구나. 너 한 발, 나 한 발"

푸른비 이창우 (mediamall)
2018-08-30 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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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존 힐코트 감독

 

 

어차피 돈이 많다면 당신은 괜찮다. 미리 다른 행성이라도 갈 무언가를 마련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 또한 가능하진 않겠지. 돈이 없다면 지금부터 삶을 정리해 보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 모르겠다. 만약에 한국에 원전 사고가 난다면 피난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민의 안전 따위에는 그야말로 “노잼”인 정부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지. 돈이 없는 당신은 그 자리에 남은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돈이 있건 없건 비슷한 처지에 놓일 확률이 더 높긴 하겠군.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상상력에서 나온 말이니 무시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인류의 삶은 상상력을 허락하는 과정에서 진보해 왔고 문명사회는 지속 가능했음을 기억해 내기를 바란다.

 

핵에 미친 한국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늘 그래 왔던 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소리를 낸다. 그때는 이미 늦은 건 아닐지 고민해 보자.

 

지난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58만 7000㎾급)는 2007년 30년 수명이 다했다. 하지만 2017년까지 ‘1차 수명연장’돼 가동되던 중 지난 6월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를 하게 되었다.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반대하며 즉각 폐쇄를 요구했고 지난한 투쟁 끝에 얻은 결과이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30년이 애초의 설계수명이 종료됐으나 정부로부터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 18일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되었던 거다. 이 역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례로 추가될 정부의 ‘규제 완화’와 ‘규제개혁’이라는 기업의 입장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과연 더 큰 파이를 만든다는데 모두가 나누어 먹는 그 날이 있을까?

 

 

파이 부스러기도 낙수효과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대다수 사람의 삶이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과 고통에 허우적거린다. 그 고통도 부족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밀집도가 세계 최고의 나라에 사는 5천만 생명이 위험에 빠져 있다. 그 상황은 한국사회가 짊어질 아무도 책임질 필요 없는 시스템의 탓이 되어 버릴 것이라는 추측이 그리 무리한 것은 아니다. 정부의 무책임과 핵발전소라 생각하지 못하는 수천만의 생명으로 그 대가를 치르겠지.

 

 

“두 발이 남았구나. 너 한 발, 나 한 발.”

 

총을 아이의 손에 쥐여 주고, 두 발이 남은 총으로 자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화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걸 입에 넣고, 이렇게 향하게 해.”

 

영화 <The Road>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알아차릴 수 없는 그 순간을 상상하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인류에게 닥친 그 어느 날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그 원인을 상상하는 일들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니.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최악이 아니었다. 앞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한국의 원전은 지난 4.16 세월호 참사보다 더 혹독한 트라우마를 줄 것이다. 한국은 원전이 밀집되어 있고 피난 계획도 없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작동할 수 없는 한국은 이미 겪어보았기에 피난은 개인의 몫이다.

 

국가는 당신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인가? 바닷속이 아니라 그래도 땅 위에서 숨차도록 달리면 벗어날 수 있을까? 수영 연습은 일단 미루시고 달리기 연습을 우선 시작하던지, 체력 단련에 힘써야 한다. 이 영화 속의 길은 나의 현실이 되겠지.

 

원전 지역에서 피폭 가능한 반경 밖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는 괜찮을까. 멀리 떨어진 진도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전국을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지금까지도 그 트라우마는 가실 줄을 모른다. 이제는 원전 참사이다.

 

안전하다는 원전에 대한 우리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보면 한 세대도 안 되는 기간에 원전산업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았고, 고통에 신음하게 했다. 또한, 엄청나게 많은 죽음의 땅으로 만든 사상 최악의 사고들이 있었고 계속될 것이다. 그토록 공부를 강조하는 한국사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무엇을 학습했을까. 세계의 공포에서도 이명박 정권부터 더 확대해서 진행 중이다.

 

모든 게 사라졌어.

시계는 새벽 1시 17분에 멈췄다.

“내 아이에게 이런 삶을 주기 싫어.”

그녀는 떠났다.

이따금 나는 아이에게 오래전 얘길 했다. 용기와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그걸 기억하는 게 어려움이다.

내가 아는 모든 건 아이가 나의 가망성이란 거다.

“들어 봐, 우린 얘길 해야 해. 그 사람들이 뒤에 있어,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그게 다지. 나쁜 사람들을 경계해야 해. 우린 단지 불씨를 옮기는 거야.”

“무슨 불씨요?”

네 마음속의 불씨.

 

2009년 존 힐코트 감독의 영화

 

일본의 해안 지대는 원전 건설 입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경고를 수없이 들었음에도 일본은 쓰나미와 지진이 겹쳐 일어났을 때의 전력 문제에 대비하지 않았다. 실제로 고령화된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답이 없다. 그곳을 피할 수밖에는 그 어떤 안전대책도 무용지물이 된다.

 

원전산업이 하나의 기업이 하는 일이라면 돈을 댈 주주들이 없었을 것이다. 원전산업 배후에는 막대한 이권의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엄청난 국가 보조금으로 허위와 은폐, 비밀과 낭비로 가득 찬 산업이다. 5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또 잊고 있다.

 

강윤재 에너지 전환 부대표·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제안을 했다.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하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는 차례대로 폐쇄하는 방식으로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는 철저한 수요 관리와 시스템 정비, 전력원의 다양화, 지역적 분산화 등을 제시했다.

 

정부의 고리 원전 1호기 폐쇄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거다. 현재 한국은 고리 1호기를 포함한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11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 2029년까지 36기로 확대하는 전력수급 계획이 마련됐다. 정부의 원전 추진은 그 이유가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와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원전 1기를 폐기하는 과정이 30년이 걸린다는 것은 알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원전을 가동할 때보다 폐기할 때 더 큰 비용과 환경문제, 사람의 목숨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 전적으로 이 위험을 미래 세대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정부가 하는 일에 주목할 이유이며 필요함이다.

 

정부의 레토릭 정책, 나쁜 정부는 레토릭을 반복한다. 그것이 언론 플레이되면서 반복되는 모욕감에 몸을 떨게 되지 않던가. 그동안 전력 수급의 문제로 ‘블랙아웃’이 되었을 때, 전력의 절약은 개인들의 몫이었다.

 

정부는 전력 수급의 수혜자인 기업들이 당연히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정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본질을 왜곡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심에 역시 사람은 없다.

 

 

한국 사회의 불씨, 사람 마음속에 있는 불씨, 아이들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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