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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나누기]

사라진 교실혁명을 꿈꾸다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8-09-22 07: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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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 미미 레더 감독

 

 교육부 장관에 어렵사리 제자리를 찾아 걸맞은 인물이 임명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를 말한 희망의 아이콘이라는 『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혁신을 말하다』에 마음이 쏠렸거든요. 이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부가 발표한 이번 '2022학년도 대학 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 교육 혁신방향'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면서 2018년 8월까지 종합적인 교육개혁 방안을 제시하기로 해 고교 혁신방안까지 함께 내놓았죠. 그런데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확대하라는 국가 교육회의 권고안에 따라 교육부는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권고했습니다. 각 대학에 권고한 것이지만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사실상 강제했다고 봐야겠죠.

 

 『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혁신을 말하다』의 서문이 무색해지더군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분야 공약 8위로 내세운 것은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입니다. 네 가지 목표 이행 방법을 보면 그중 교실혁명을 통한 사교육 경감을 위해 교교 서열화 해소와 문예체 교육 강화, 교육과정 분량과 난이도 완화가 있어요.

 

 최근 교육부의 비틀거림에 대입을 위해 학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조희연 교육감의 대입 개편 권고안이 그나마 고교 정상화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인생에서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십 대를 대입에 맞춰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유쾌한 학교생활은 가능하지 않죠. 자신을 위한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교육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또 저만치 멀어집니다. 미래 세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교육자로서 사명감을 발휘할 인물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육 이론이 형식으로 자리 잡는데 너무 긴 세월을 기다림으로 채워야 하나 싶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아주 낯익은 말이지만 나를 늘 겁나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0년 달고 다닌 이 호칭은 아주 익숙하기도 해서 엄마를 지칭하는 순간에도 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습관적으로 튀어나와 아이들을 기겁하게 하지요. ‘나’를 지칭하는 ‘선생님’이라는 주어가 부지불식간에 나오면 꼭 한 마디 던지는 어린 친구가 있었죠.

 

 그 친구는 오랜 시간 동행하고 있는 청년이 되었고요. ‘권위주의’를 내세운다는 그의 말에 숨길 수 없는 나는 얼굴색이 발그레 집니다. 무의식적으로 권위주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 움칠하는 거지요. ‘권위’는 결코 스스로 만들어 내세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영화에서는 한국사회의 교육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를 가깝게는 ‘선생님’에서 찾게 해 줍니다. 교육제도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시간이 걸리는 변화에 달라지지만 우선 당장은 시급한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Pay it Forward'는 사랑 나누기 운동이지요. 무언가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해주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세 사람에게 똑같은 조건의 도움을 베풉니다.

 

 영화에서 시모넷 선생님은 중학교에 입학하여 맞는 첫 수업인 사회 과목에서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줍니다. 아주 낯선 것이었죠.

 

“세상은 너희에게 어떤 의미이지? 세상이 네게 무엇을 기대할까?”

“기대 안 해요.”

“여러분은 중학교 1학년이니까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영원히 그렇진 않지. 언젠가는 여러분은 자유로워진다. 자유롭게 되었을 때 자신은 준비가 덜 됐고 아직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세상이 맘에 안 들면? 아주 실망스럽다면? 너희 세상이 정말 엿 같다면 너희가 바꾸면 돼.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이게 바로 과제다. 추가 점수가 있고 1년 내내 하는 거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에 옮길 것!

 

 학생들은 괴상하다, 말도 안 된다, 어렵다, 짜증이 난다, 힘들다며 소란스러운 반응을 보이지요. 다른 아이들은 숙제는 숙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레버는 진심으로 이 숙제를 받아들이고 `사랑 나누기'라는 아이디어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겁니다.

 

 똑같은 말을 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세상을 향한 나의 시선과 움직임은 다르게 작동됩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현장에서 선생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한 개인의 선택입니다.

 

 한국사회는 교육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보게 하는 잘못을 당연시하며 진행되고 있기를 반세기 가까이해 왔습니다. 공교육 주체는 결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교육으로 축적되고 있는 사회학습의 결과는 참담합니다. 오로지 한 방향으로 치닫는 치열한 삶.

 

 

시모넷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어때? 가능하다. 이건 가능하다. 가능성의 세계는 어디에? 너희 각자의 안에 있어. 이 머리 안에. 너희는 할 수 있어!”

 

 이 말은 대한민국 허공에 머물다 이내 추락합니다. 이 영화와 원작(트레버/캐서린 라이언 하이디)을 텍스트로 삼아 꽤 오랜 기간 십 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해 보자는 말을 건네면 그들의 상상력은 대부분 학교라는 ‘벽’을 넘지 못합니다. 십 대 대부분 시간은 학교에서 지내고 공부와 관련된 일들로 이어지곤 하니까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학습된 ‘경쟁’과 ‘학벌주의’에 따라붙는 ‘성공신화’는 학생들을 옭아매고 있죠.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려웠지만, 개인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고 다양한 방법으로도 작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날개 끝을 조금씩 잘라내어 그들이 펼칠 야성의 날갯짓은 일어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이런 교육환경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내일을 설레며 당당하게 맞설 십 대로 이끌어 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선생님부터 잘못된 교육의 현장에서 소리 낼 수 있어야 했지요. 그렇게 용기를 내고 참 교육을 위해 소리 낸 선생님들은 학교에 남기 어려운 현실이 한국사회의 암울함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학교는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위해 작동될 뿐이고 ‘사람’보다는 ‘성적’을 우선시합니다. 주체가 외면당하는 교육 현장에서 그 어떤 미래의 변화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별 의미도 두지 않는 듯한 ‘스승의 날’은 ‘교육자의 날’이 되어 버렸죠. 여전히 내가 누군가에게 ‘스승’이라 불릴 때면 겁이 납니다.

 

 내가 진정 좋은 선생님이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나를 대면하는 것은 몹시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내가 십 대와 노는 것은 어쩌면 나의 안위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기 때문이죠. 학생들은 내 인생을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때로는 날 선 시선을 보내줍니다. 그들에게서 배워가는 겁니다.

 

 

사회를 변화하고 싶어 실천한 트레버는 떠났지만 사랑 나누기 운동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우린 선생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합니다. 소년 트레버에게 시모넷 선생님은 또 다른 의미를 찾게 해 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회수업의 과제 하나에서 한 소년의 삶은 작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니까요. 좀 더 나은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기 위한 관심이 생긴 겁니다. 늘 지나던 귀갓길에서 일상의 풍경처럼 늘 있던 장소, 노숙자들이 모여 있는 외진 장소로 마음이 움직이고 관심을 두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 진행되고 있는지 숙제를 내주는 방식부터 쓴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글쓰기 숙제를 단 며칠의 여유도 주지 않은 채 기념일이 되면 의례적으로 과제를 내주고 평가해 버리고 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육의 현실 속에서 떠오르는 단어, 네이버.

 

 네이버 지식 in에는 웃지 못할 질문들이 넘치죠.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하게 복사하여 제출해도 아무렇지 않게 평가를 받게 되는 일은 보통입니다. 학교 숙제는 포털에 휘둘리게 하는 힘을 부여하는데 일조한 것이라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숙제는 그저 귀찮고 짜증이 나는 일들로 머물고 맙니다.

 

 명쾌하게 적용되는 물리법칙 ‘나비효과’처럼 우린 모두 '트레버'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빠르게 뒤집을 수 있는 거대한 혁명은 아닐지라도 내가 건네는 아주 작은 친절이 세상을 조금씩 물들여 갈 것이니까요.

 

 너무 빠르게 달려온 현대, 더디게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한국사회에 찾아올 건강한 상식의 시대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펼쳐질 겁니다. 평등한 세상을 향한 진보를 위한 교육의 작은 변화. 그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학교가 살아나야 아름다운 세상은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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