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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나에게 말걸기]

입방정 떨지 말라고!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8-09-28 11: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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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체 없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상상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내가 만든 것이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것이기도 하지요. 어째 행복한 말은 더디게 번지는데 불행을 드리운 말은 더 쉽게 빠르게 전파되는 것 같습니다. 소문이라는 것이 발 없는 말이기에 공기를 타고 흐르듯 빠르게 주변을 뒤흔들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그 두려움은 많은 부분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기에 이미지와 함께 파급력은 더 큽니다.

 

 한 사람의 확인되지 않은 말이 한 마을을 고립시킬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 국가폭력의 시대를 지나온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고 펼치는 강자들의 논리는 역사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평화롭게 풀어가기보다는 파국으로 치달을 단절로 몰아붙이는 방법은 불안감을 조성할 뿐입니다. 이념이 해체된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사상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나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판문점 선언부터 평양공동선언까지 한반도는 다시 하나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분단 시작부터 화해가 이루어지기까지 주변국의 입김에 노심초사해야하는 현실. 지난 역사가 주는 통증을 멈출 수 있는 시작에서 엉뚱한 소리로 입방정을 떠는 정치인의 면모. 왜 내가 부끄러워지는지요. 아마 기성세대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가 싶습니다.

 

 그럼, 유령의 실체를 알아볼까요?

 

달빛 아래 검은 숲이 훠이훠이 춤을 춥니다. 가죽신 장수 혼자서 벌벌 떨며 숲길을 갑니다.

“으아앗 저, 저게 뭐야? 유, 유령이다! 유령이 나타났다!”

 

 

 가죽신 장수는 마을 쪽으로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아무리 달려도 뒤에서 자꾸 누가 붙잡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봐, 얘기 들었어? 숲에서 유령이 나타났대!”

“글쎄 그 숲에 들어가면 다시는 살아 나오지 못한다지 뭐야?”

온 마을에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큰일이야. 이제 산딸기 축제도 못 하게 생겼어.”

숲 한가운데에는 널따란 산딸기 밭이 있었지만 이젠 그림의 떡입니다. 유령이 사는 숲.

이제 아무도 들어갈 엄두를 못 냅니다.

 

 어느 날, 멀리서 온 나그네가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그네, 혼자서 흥얼흥얼, 중얼중얼, 태연하게 걸어갑니다.

 

휘이익!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때 커다란 나무 뒤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펄럭 펄럭 나부끼기 시작했습니다.

“허어, 저게 뭘까?”

 

 

나그네가 올라가서 보니 커다란 깃털 모자 하나가 가지에 걸려 있었습니다.

“아하! 여기 있었구나. 그땐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니!”

“허어, 산딸기가 참 많이도 열렸구나! 저 탐스런 산딸기를 왜 아무도 안 따 갈까?”

마을 사람들은 오늘도 공터에 앉아 그저 한숨만 폭폭 내쉬고 있었습니다.

“휴우, 아무래도 올해는 산딸기 축제를 못 하겠어.”

“산딸기 축제를 못하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아. 내 평생 처음이야.”

“앗, 저길 봐!”

멀리서 나그네가 산딸기를 하나 가득 안고 걸어왔습니다.

“수, 숲에서 사람이 나왔다!”

“유령의 숲에서 살아 나오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허허, 유령의 숲이라니요?”

“커다란 나무 뒤에 시커먼 그림자 못 보셨소?”

“시커먼 그림자? 아, 이 모자 말씀이군요! 전에 잃어버린 건데 이제 다시 찾았지 뭡니까? 하하!”

“아니, 그럼~~~~.”

한 사람씩 웃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 유령의 숲 / 김진락 -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되면 창조의 원천이 되어 대단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어 판단력을 잃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가죽신 장수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유령 이야기를 무조건 믿어 유령의 숲으로 둔갑하듯이 말입니다. 잘못된 판단이 나중에는 진실처럼 변해 버리죠. 그 무지가 가져오는 일상.

 

 한국 사회에서 안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지는 숱한 정보 왜곡과 국정원의 간첩 조작 같은 일들을 의심 없이 믿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요. 북측의 상황을 이용해 미국의 사드 배치를 절대 필요성으로 몰아가기도 했고요. 누군가의 상상력은 이토록 우리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조장하여 공포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전쟁 트라우마는 자동으로 작동됩니다. 불안으로 위축되는데 대중문화는 그것을 부추기는 시기에 맞춰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죠. '인천 상륙작전'이나 '국제시장' 같은 전쟁에서 살아남기 정도였죠. 동화에서 가죽신 장수는 나쁜 목적이 없었으니 웃고 말 일이지요. 한국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국가안보를 팔아 권력을 유지하려는 인간들은 어쩌죠?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현실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거짓 욕망이라면 어떨까요? 상상 속에서 무서운 것들을 만들어 내도록 분단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가 권력 유지의 방패로 삼으려고도 한다면 말입니다. 평화를 상상하는 힘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전쟁을 상상하는 일은 삶을 피폐하게 합니다.

 

 저는 한반도가 평화롭게 되어 주변 강대국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온전한 대한민국을 상상합니다. 이렇게 상상하는 일이 현실에서 열리는 날, 철마를 타고 평원을 달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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