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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나에게 말걸기]

그게 가능해?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8-11-18 15: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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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상을 너무 사랑해서 가슴 아픈 시간이 있습니다. 나의 마음과 달리 내 사랑이 부담스럽다고 이별하는 경우도 있을 테지요. 아무튼 넘치는 사랑은 어느 정도는 왜곡되기 쉽지요.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이 학생에게 내가 다른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투영됩니다.

 

 언젠가 내 둘째 애인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모습이 어느 배우를 닮았더군요. 그래서 

'와, 울 애인 영화배우 같아. 멋집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고슴도치 맘. 고맙습니다만 영화배우 사진입니다. 그래도 나로 착각하셨다니 기분은 좋네^^'

 

 호홍. 그런 겁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하지요. 내 자식은 내 학생은 전제된 사랑이 있기에 늘 달라보여 특별해지거든요. 하지만 그 사랑이 대상을 다치게도 합니다. 고슴도치 이야기로 잠시 주변을 돌아봅니다.

 

휘이잉, 휘이잉~.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한 겨울날.

나무도 꽁꽁, 고슴도치 오두막도 꽁꽁, 숲 속 마을이 얼어붙었습니다.

 

“으~, 춥다 추워. 너무 추워. 왜 이렇게 추운 거야?”

 

고슴도치 형제가 차가운 바닥에 앉아 오들오들,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더 추운 것 같아.”

“그래, 둘이서 꼭 붙어 있으면 따뜻해질 거야. 이리 와 봐, 이리 와 봐.”

 

엉금엉금, 뒤뚱뒤뚱, 고슴도치 형제는 바싹 다가가 서로서로 꼭 껴안았습니다.

 

“앗, 따가워, 이게 뭐야?”

“저리 가! 가시에 찔렸잖아!”

“저리 가! 다시는 가까이 오지 마!”

 

휘이잉, 휘이잉~.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한겨울밤.

콧물은 줄줄, 이는 달달달~.

 

“추워, 추워, 너무 추워!”

“이러다간 둘 다 얼어 죽겠어!”

 

살금살금, 살금살금. 고슴도치 형제는 다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조심조심, 찔리지 않게 살살~.

 

“이에 에에~취!”

“앗, 따가워! 재채기를 하면 어떡해? 또 찔렸잖아!”

 

둘은 다시 멀찍이 떨어졌습니다.

 

“아, 알았다! 이제 알았어!”

 

갑자기 형 고슴도치가 소리쳤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가시에 찔리고, 너무 멀면 추워지는 거야.”

“이리 와 봐, 이리 와 봐.”

 

 

고슴도치 형제는 조심조심 다가갔습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게.

<고슴도치 이야기> 원작. 독일 쇼펜하우어 / 글. 김진락

 

 고슴도치는 상대에게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다가가 온기를 나눕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 나는 어떨까 생각하다 넘치는 사랑의 힘으로 대상을 옥죄거나 집착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던 경우를 생각합니다. 적당한 거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많은 경험을 통해 안 것만 같았는데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고 아픕니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홀로 있을 때 만나는 자유로움과 혼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하기가 어려운 거겠지요. 대상마다 그 적당한 거리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개인과 국가의 관계는 어떨까도 생각해 봅니다. 이 관계는 구성원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여론을 정부가 얼마나 귀 기울이는가에 달린 거죠. 지금처럼 불통으로 몰염치한지도 모르는 관료와 정치인들을 보면 분노가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일방적인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큰 상처를 받게 합니다. 내가 공동체를 위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데 공동체의 역할을 개인의 이해관계에 맞춰버린다면 공직자로 자격이 없는 겁니다. 생업을 저버리고 광장으로 뛰쳐나가 행동하는 것이 배불러서 하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지금보다 나은 공동체를 원하는 거죠.

 

 진실은 심해로 가라앉고 거짓이 난무하는 사회,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수만 있다면 그리 하고 싶기도 합니다. 내가 놓인 자리가 하찮다고 감히 누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나요?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가는 노력, 관심이 아닐는지요. 그런데 그게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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