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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나에게 말걸기]

잘못된 행동인지 알았어?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8-12-04 10: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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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경쟁은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냐? 그렇다면 승자와 패자라는 경계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만드는 기준은 또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경쟁’을 하지 않은 자들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릅니다.

 

 ‘정신승리 법’은 루쉰의 『아 Q 정전』에서 문학적으로 ‘패자’의 의미로 또는 ‘어리석은 자’의 자기합리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이 있지는 않았을까 싶네요. 옳지 않은 군중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신승리법.

 

 파리들은 꿀에 앉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파리의 무리 생활에서 자연스레 얻어낸 경험치겠지요.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 다른 파리들이 마구 몰려들면 따라 하게 됩니다.

 

 군중심리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들에게 비슷하게 적용되어온 생존과 관련된 일이지 싶더군요.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꿀로 달려든 이야기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꿀은 살아가면서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윙윙, 윙윙 ~.

천장에 파리들이 잔뜩. 이야옹 ~

언제 들어왔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혀를 날름날름. 꿀단지를 탐내고 있습니다. 쨍그랑!

“이 녀석! 또 꿀단지를 건드렸구나!”

이야옹~

“헤헤, 바보 같은 고양이 녀석, 매일 혼나면서 또 꿀을 탐내다니!”

“글쎄 말이야. 혼날 걸 뻔히 알면서 매번 왜 저러나 몰라.”

파리들이 윙윙거립니다.

“킁킁, 그런데 꿀 냄새가 너무 좋다.”

“그래, 냄새만큼이나 맛도 기막히게 좋을 거야.”

밖에서 이 소리를 듣고 파리 떼가 붕붕, 날아들었습니다.

“야아, 꿀이다, 꿀!”

붕붕, 윙윙 ~ 파리 떼가 꿀 위로 정신없이 날아갑니다.

“안 돼! 꿀은 너무 끈적끈적해.”

“잘못하면 딱 달라붙어서 꼼짝도 못 할 거야.”

파리들은 꿀에 앉지도 못하고 그저 붕붕, 윙윙 ~

“아, 하지만 너무너무 맛있겠어.”

“딱 한 입만 쪽쪽 빨아먹고 싶어.”

어린 파리들은 자기도 모르게 점점 가까이 날아갑니다.

“에잇, 더 이상 못 참겠어!”

성미 급한 파리 한 마리가 마침내 꿀에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냠냠 쩝쩝.

“아, 너무너무 달고 맛있다!”

붕붕붕, 와아아 ~~ 파리 떼가 미친 듯이 꿀 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어, 잠깐! 다리가 꿀에 붙어 버렸어!”

“어, 난 날개가 붙었어! 떨어지지 않아!”

“얘들아, 오지 마! 오지 마! 잘못하면 다 죽어!”

꿀에 붙은 파리들이 소리쳤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너희들끼리 꿀은 다 먹으려는 거지?”

다른 파리들도 모두 꿀 위로 새까맣게 달라붙었습니다.

“으악! 큰일이다!”

어느새 파리들은 모두 꿀범벅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파리들,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꿀로 달려들다니, 쯧쯧.”

<꿀과 파리> 글. 김성헌

 

 

 승자를 위해 패자를 억지 부려 만들어야 하는 세상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요? 그럼 승자에 속하기 위한 구분은 또 무엇인가요. 그 구분은 누가 만들었던가요? 끊임없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물음표를 던져봅니다.

 

 그것은 인류가 문명을 이루며 살아온 지나온 역사 속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그 역사를 통해 성찰이 필요한 데 그것은 늘 뒤로 밀려나곤 합니다. 아마도 군중으로 살아가기가 더 쉬웠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래야만 살아남는 자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에서 인류가 직면해 있는 위기 상황을 추적하여 ‘살아남는 자’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무리’가 군중의 가장 오래된 형태이며 통상적인 사회학적 개념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단위임을 전제하죠.

 

 네 가지로 나눈 그 무리가 살아남은 자로 인류라는 명맥을 유지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카네티는 현대 군중의 기본적 속성 중의 하나인 성장 욕구가 오히려 성장 능력이 없는 무리의 상태부터 나타났다고 보고 있죠. 단 한 사람의 개인이 인류의 선량한 부분을 쉽사리 파괴할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했으면 하는 겁니다.

 

 헌정 역사상 처음 대통령 탄핵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지 1년 6개월이 지나는 시간. 지난 정권에서 권력을 사유화한 부역자들의 일에 과연 내가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나는 살아남는 자로서 고개를 들고 하늘 보기가 편안하지 않습니다.

 

 영화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지는 한국 사회를 직시합니다. 이 나라는 도덕적 해이가 일상처럼 권력남용을 현실이라는 말로 대신해 왔나 봅니다. 과거를 교훈으로 삼아 현재 밝혀지고 있는 사법농단은 본보기의 역사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정의의 저울을 내세워 민중을 기만한 사법부는 부패의 끝판 왕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나마 대법원이라는 막연한 정의 실현 기관이 제 역할을 하도록 지켜보는 일을 군중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개인적인 허영에 그칠 뿐일지라도. 

 

 매일 아침 뉴스를 들으며 ‘역사적 존재’로 살아있는 자임을 확인합니다. 그들이 나의 안위를 위해 유혹합니다. 이 거대한 자본과 달콤한 꿀로 소비와 안락을 광고합니다. 군중 속으로 떠밀려 가는 나를 내 자리에서 지켜내는 일이 일상에서 반복됩니다.

 

 카네티는 현대 군중의 기본적 속성 중의 하나인 성장 욕구가 오히려 성장 능력이 없는 무리의 상태부터 나타났다고 보고 있죠. 성장 욕구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 그 성장이 과연 나의 성장인지 그들만의 성장인지... 숫자로 기록되는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겨울, 긴 밤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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