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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나누기]

사랑타령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9-03-01 0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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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골드> 사이먼 커티스 감독

 

 한 개인이 정의를 선택했을 때 국가는 나의 사랑에 응답해야 한다. 나의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면서 100년 전 민중의 함성을 기억한다. 사회 정의를 말할수록 나의 애국심은 깊어지는 것이니. 자부심이 국가를 향한 사랑으로 이어지길. 이 사회를 사랑하는 마음, 초록빛으로 물든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난 사랑 타령이 좋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처럼 늘 타령을 한다. 내게 님은 너무 많아서 늘 님들에게 사랑 타령을 한다. 침묵하는 님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내 앞에 반짝이는 그들의 눈과 눈빛, 입과 그 언저리, 눈썹 모양까지, 움직이는 손의 흐름, 그리고 얼굴에 담은 표정들에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힐끗 보다가 시선을 거두어야 하는 다른 세계이다.

 나는 얄밉도록 변덕쟁이이다. 하루는 님에게 앙탈을 부리다가 또 하루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이 되어 웃음을 흘린다. 또 다른 어느 날에는 냉소를 보내며 단절을 선언한다. 다시 또 새로운 날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꿈꾸듯이 님을 부른다. 그렇게 지나온 시절들에 쌓인 나만의 아픔에, 아린 상흔들이 모여 굉음을 내며 산화된다. 나는 또 다른 님 앞에 있다.

 차가운 심장을 느낀다. 이런 느낌은 일상에서 아주 드물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적절한 말이 늘 떠오르질 않아 두리번거리면서 그저 깨어 있다. 아무 생각이 없다. 기억상실증. 서가를 둘러본다.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다는 게 낯설다. 이토록 명료하게 있어야 하는 이런 시간은 예외적이다. 아주 자연스럽다. 그래서 너무 차갑다. 내가 아닌 내가 있었다.

 더 좋은 낙관주의가 있을까. 이보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 그게 낙관이 될 수 있는 걸까. 내가 살아나기 위해, 무얼 인식하거나 이해하기 전에 내게로 오는 느낌이 필요했다. 이해할 수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많았던 시간을 살아왔나 싶다. 늘 나의 님은 갔어도 긍정과 낙관으로 님을 보내지 못하며 그리움에 담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내가 하염없이 바라보는 나의 님은 여전히 나를 향한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 철탑 위에서 소리쳐 불러도, 부정의의 현실을 들이대도, 왜곡된 정보로 선전·선동하며 내 귀와 눈을 짓무르게 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 높인다. 그래도 나의 님은 끄떡도 하지 않고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는다. 우아한 자태로 격을 높이며 횡설수설로 입심만 부린다.

 지금 100년을 넘어 전해진 나의 분노가 모두의 분노로 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위로하는 나의 울음으로 대신할 수도 있겠다. 님의 침묵은 나의 사랑을 거부하는 몸짓인가. 알 수가 없다. 나의 눈물은 말라붙어 버렸어도 이내 모두의 통곡으로 이 땅을 울릴 것이기에 나는 서럽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님을 향한 짝사랑을 안개로 가득 채워진 이 날에 여전히 건넨다.

 사랑 타령 중 거대하게 다가와 이름 붙인 것에 애국심이 있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오늘로 꼭 100년이다. 나라 잃은 백성이 두 손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소리 내는 마음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그 애국심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한다. 내 목숨과 바꾸는데 아무 의문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내 조국이 내게 자긍심을 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나치에게 약탈당했던 크림트의 그림이 68년 만에 개인에게 국가에서 환수된 E. 랜돌 쉰 베르그와 마리아 알트만의 실화이다. 나의 사랑학 이론 중 ‘초록 사랑’을 가장 최근 애증으로 만나게 해 준 영화이기도 하다.

 1998년 오스트리아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예술품 환수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홍보한다. 미국으로 탈출했던 마리아는 그녀의 그림을 환수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간다. 오스트리아에 도착하자 기자 후베르투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숙모님의 이름과 유대인의 초상화인 것을 숨긴 채 잠깐 다른 이름 ‘우먼 인 골드’로 현재는 벨베데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집안의 물건만 훔친 게 아니라 역사에서 지워버린 거죠.”

“무슨 이유로 우릴 도와주는 거죠?”

“아주 특이한 애국심에서 나왔다고 해두죠.”

 

오스트리아의 기자 후베르투스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환수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의 아주 특별한 애국심의 이유를 밝힌다.

 

“15살에 아버지가 나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3 제국의 열렬한 전사라는 걸,.. 평생 아버지 죄를 갚는 일념으로 살고 있어요. 어떻게 아버지가 그런 짓을 했는지 생각하며 아버지와 반대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고 있죠.”

 

 기자는 아주 오랜만에 조국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한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가 배신한 국가에서 그 시절을 반복한다. 자신의 삶을 내던지며 아버지의 국가를 이용한 거짓 사랑을 답습한다지만 진정한 사랑을 배우지 못한 선택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 선택에 많은 사람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으니.

 마리아의 요청으로 그녀의 숙모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는 지금까지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으며 로날드 로더는 1억 3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그림을 샀다. 랜디는 마리아의 의뢰를 맡아 벌어들인 돈으로 예술품 반환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을 설립하였고 로스앤젤레스 홀로코스트 박물관 이전을 위해 새 건물을 구매해 주었다.

 마리아가 그녀의 언니 장례를 치른 후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지인의 아들이며 그녀 집안과 관계를 맺고 있던 변호사와 만난다. 처음에는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 변호사는 자신의 조국인 오스트리아의 정의를 위해 시간을 바치게 된다.

 

“사람들은 쉽게 과거를 잊지. 젊을수록 쉽게. 돈 때문이냐고? 국가가 외면한 정의를 바로 잡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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