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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나누기]

가라앉은 자와 남아있는 자 - 생일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9-04-08 07: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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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이후에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로 다시 가슴 밑바닥에 밀어둔 분노와 슬픔을 만나게 하는 영화 <생일>은 이종언 감독의 작품입니다.

 지난 세월이 슬그머니 밀려난 것만 같은 기억을 되감기하는 일은 고통스럽습니다. 그 기억이란 대개는 개인의 일이건 사회에 관한 일이건 억울함과 분노, 설움과 원망까지 꺼내야 하기 때문이죠. 희망을 품는 일마저 포기해버렸을 때 절망은 삶은 전락합니다.

 5년 전 그날. 한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오롯이 그들만의 상처로 남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 <생일>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수호 엄마는 홀로 아들을 품에 담아 둡니다. 수호의 방을 떠나기 전 그대로 둔 채 엄마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세월호가 스르르 심해로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던 남아있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 도려내는 통증의 4월입니다. 단지 내가 그 통증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가 더 불편한 사람도 있죠.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무력감이 어느새 삶이 주는 무거운 공기에 잠식당하기도 합니다. 진실은 어쩌면 역사에 물음표를 던진 채 흘러가는 걸지 모르죠. 다만 진실은 결코 깊은 바다에 갇힌 채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굳이 또래에 아들 하나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봅니다.

 

 

 세월호 참사 5년을 맞는 4월이 시작하는 첫 날부터 추모 준비를 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행동하지 않으면 남은 시간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면 이기적인 이유가 될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국가가 저지르는 무언의 폭력은 야만스럽습니다.

 사회 어느 분야든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은 탐욕이 넘치는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에 매몰된 것 때문은 아닐지. 역사 앞에서 당당할 수 없는 한국사회는 예정된 길을 걸어왔던 것입니다. 해방 후 74년 동안 한국사회가 뒤쫓은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망령입니다.

 실용주의교육을 내세우는 미국식 교육에 앞장서고 유용한 것이 진리인양 이끌어 온 교육 과정에 당연한 결과는 아닐까 싶습니다. 모국어보다는 영어 몰입에 빠진 한국사회는 길을 잃었습니다. 효율성을 우선으로 진정 지켜가야 할 가치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시급하게 할 수 없는 일들을 마냥 기다리다 지쳐버려 포기하는 것은 오히려 쉬워 보입니다. 더디다 해도 기성세대의 적극적인 의지가 젊은 세대에게 길을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힘을 모아야 하겠지요. 타인의 변화를 바라기 보다는 나부터 변화하기가 더 수월하니까요.

 올바른 역사관이 형성되지 않았던 한국사회에서 민족을 팔아 제 배를 불린 자들이 기득권자가 되어 지금까지 강자로 군림하고 있도록 지난 사실을 망각한 것, 바로 5년 전 4월 16일 그 바다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바다를 앞에 둔 팽목항 바람이 건넨 슬픈 아우성을 기억합니다.

 현실의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만 커지나 봅니다. 그러나 오지 않은 미래에 공포를 만드는 것보다 현재를 알고 투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지요. 역사의 저편으로 가라앉은 자들을 구조해야 합니다. 304명이 왜 죽어야 했는지를요.

 진실을 찾아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과거 인류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교훈을 줍니다.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세계 2차 대전에 저질러진 야만의 상징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는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의 결론 부분에서 말합니다.

 

"나치 라거(수용소)의 생존자인 우리가 전하는 경험은 신세대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고,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상관없어 진다. 50년대와 6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그것은 아버지들의 일이었지만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 ‘유용한’ 폭력이든 ‘쓸데없는’ 폭력이든, 폭력은 우리 눈앞에 있다."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의 자취는 지워지지 않는다. 한 인간의 삶 속에서, 세계의 역사 속에서’ 라며 이 책을 마무리 합니다. 그는 이 책을 유작으로 남긴 채 자살을 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는 이렇게 통탄의 삶을 마무리하고 맙니다.

 우리의 감각을 벼리고 있어야 하며 예언자들과 마법사들, 또한 타당한 이유들의 밑받침이 없는 감언이설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요. 1960년 이승만의 독재정권이 학생들 중심의 4.19혁명으로 무너졌지요.

 사람들이 민주화의 봄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희망을 짓밟아 버렸습니다. 한국전쟁이란 민족상잔을 통해 미국의 묵인과 동조로 재생하여 친일 행위를 일삼고, 국가를 외면해 온 그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비극적인 시간들이 가져온 한국사회의 현실은 참담합니다.

 하지만 이 두 사건으로 얻은 역사의 교훈은 아무리 지독한 독재정권도 단합된 민중의 힘에 의해서 무너질 수 있으며, 그러나 철저하지 못한 민주혁명은 또다시 총칼을 가진 지배계급에 의해서 파괴된다는 것이겠지요.

 이 커다란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지 못한 한국은 현재 군화발로 짓밟아 민주주의를 압살시킨 자의 뒤를 잇는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면서 한국 사회가 배운 것은 그나마 “기억하기”로 가능한 것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5주기]190413_기억문화제 홍보영상

 

 세월호 참사 그 후, 시신조차 건지지 못한 유가족을 포함해 304명을 보내고 남아있는 가족들의 일상이 영화에서 펼쳐집니다. 생일날이면 텅 빈 방에 새 옷을 걸어주는 엄마의 마음, 돌아올 수 없는 친구들을 가슴에 담아 통곡해야 하는 사람들.

 영화 <생일>은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저 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서로의 위로와 아이들 생일을 챙기는 그들을 무심히 바라볼 수 없게 할 뿐입니다. 서늘한 그림자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유가족의 활동도 세상은 관심두지 않습니다.

 결코 과거에 묻혀버린 놀라운 사건일 수 없지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헤살 놓던 바다는 눈 뜬 새벽부터 그 날 그 바다처럼 하늘도 같이 웁니다. 헤살 놓던 세월에 울음 멈추고 안과 밖 어둠에서 울부짖는 심해를 뚫는 304명의 넋을 오늘도 추모하며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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