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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이와 엉성이]

지금, 이 순간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9-08-28 12: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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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씨와 엉성이는 닮은꼴

 

<누가 날 죽였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죽음』이 시작하는 첫 장입니다. 영매를 통해 주고받는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는 작가에게는 너무 자연스레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이 계속 이어져 왔죠. 이번 작품 역시 지난 작품들이 이어지는 것이 약간 지루해지려고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은 또 어떻게 죽음을 다루었을까. 역시나.

 

외래적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노력은 쉽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에 만족하지 않고 동전을 구球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은 내부와 외부의 조화에서 가능하기 때문이겠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이 추구하는 시선은 정신과 육체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로 상상력을 부추기죠. 두 권을 다 읽은 뒤에 어긋난 엉성이의 추리 한계를 확인합니다. 무리야.

 

가끔 홀로그램으로 '나'를 3차원 입체상으로 바라보고 싶은 욕망일 겁니다. 안과 밖을 동시에 느껴보려는 노력은 엉성이가 알고 있는 자신과 그들이 알고 있는 엉성이. 그 교차성을 가능하면 많이 찾아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요. 어느 정도 안과 밖을 넘나들 수 있다면 삶이 파열음을 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리 씨를 바라보는 시선도 엉성이 중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난리 히데코

 

난리 히데코는 냥냥이를 돌보는 캣 시터로 관찰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는 냥냥이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는 거죠.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는 통하지 않는답니다. 어쩌면 이리도 절묘한지요. 어쩌면 엉성이는 전생에 냥냥이였을 지도 모르겠어요. 히데코가 말해주는 고양이 일생을 알고 보니 닮은꼴이더라고요. 두 번째는 '고양이에게는 겉치레가 없다'인데 엉성이가 엉성하게 살다 보니 그런 편이거든요.

 

아마도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니까요. 엉성이는 우리 씨와 같이 살며 되감기를 합니다. 모르기에 무서워하는 것은 죽음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삶에서 마주하는 모르는 대상과 셀 수 없이 많은 일에서 알고 나면 사라질 감정들이요. 우리 씨와 동반자가 되기로 한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라고요. 우리 씨에게서 엉성이 삶을 확인하는 과정이 열리네요.

 

엉성이는 지금을 잘 살아내고 그 지금이 자연스레 흐르다 죽음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엉성이 선택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혹시 엉성이가 선택한 죽음은 가능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으로 이십 대부터 지나오기도 했죠. 이제 이기적인 이유만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할 선택은 옳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답니다. 그런 결정을 하자 현재가 곧 선물이라는 말이 힘을 더 얻더군요.

 

우리 씨는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고 볕이 잘 드는 유리벽 앞에서 그루밍을 하고 눈을 붙이려 하네요.

 

우리 씨는 난리 히데코 말처럼 냉정합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가 보여주는 그런 점이 좋아요. 엉성이는 냉정하다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늘 그런 대상을 가까이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물론 겉으로만 냉정해 보이는 뭐, 그런 거죠. 좀 냉정해 보인다... 는 말은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거든요. 사실은 냉정함 안에 깃든 따듯함이 기대된다는 것인데 다들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식사량을 저울로 달아서 하는 꼼꼼함은 엉성이 삶에서 가능하지 않답니다. 눈대중인 거죠. 그런 습관은 거의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고요. 우리 씨 아침 식사량을 대충 건네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핀잔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요. 그것 봐. 또 남기잖아, 에구. 네. 오늘 아침도 우리 씨 식사량은 우리 씨 마음대로 이니까요. 엉성이는 내일 아침에는 좀 덜 주는 것으로 하지 뭐. 싱긋 웃으며 스스로를 격려해 줍니다.

 

“우리 씨, 말로 해주면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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