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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이와 엉성이]

가을 국화 향기에 웃다

창작자푸른비 이창우 (overdye)
2019-10-22 22: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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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복귀한 우리 씨

 

 

아침 일찍 유리창 밖에서 한참을 서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어요. 가을 국화와 누워 잠든 우리 씨를 보고 출근을 해야 하루가 좋다면서 말을 건네시네요.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니... 가을이면 노란 국화가 유난히 마음을 끕니다. 엉성이는 이맘 때면 트럭에 온갖 꽃 화분을 가득 싣고 오시는 농장주를 오래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온통 국화였어요. 계절에 맞는 꽃을 가지고 지나시더군요. 엉성하게 화분에 옮기는 것을 보더니 손수 모종삽을 달라 하며 분갈이를 하시더군요. 엉성이는 식물을 좋아해서 화분을 가까이 두고 사는 편인데 마음과 달리 엉성이에게로 온 식물들이 잘 견디지 못했어요. 이제야 원인이 한 가지는 분명하네요.

 

식물을 다른 화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역시나 너무 엉성하게 구멍을 파고 밀어 넣기만 해 식물 뿌리가 잘 뻗어나가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 물 주는 일을 정기적으로 달력에 표시까지 하는 엉성이에게 무리였던 거지요. 바꿔 말하면 엉성이는 엉터리였습니다. 식물에 관한 공부는 하지 않았거든요. 좀 더 치밀하게 탐구해야 하는 건데.

 

      "가을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어..."

 

우리 씨가 고통스럽게 보낸 기간이 오늘로 2주입니다. 수술하고 열흘이 지나 실밥도 풀고 우리 씨 예민함도 다소 누그러졌답니다. 훌쩍 점프해 책장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역시 일상 복귀입니다.

 

며칠 전부터 흉터에 송골송골 잔털도 보여 살갗을 감싸주고 있기도 하네요. 그래도 상처 부위가 그루밍으로 덧나지 않게 보호장치를 했답니다.

 

신기한 것은 우리 씨 행동인데.. 어리광이라 해야 할지 엄청 엉성이를 맴돈다는 거죠. 엉성이는 이런 우리 씨가 좀 부담스럽지만 잠시 털을 만져주다가 슬그머니 내뺍니다.

 

           "우리 씨, 불편해도 참아주어 고마워요^^"

 

엉성이에게 이번 상황은 교훈을 주기도 했는데 동반자 입장을 더 세밀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인간은 욕심쟁이죠. 무엇이든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곤 하니까요.

 

이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데 우리 씨에게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 씨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한 것도 무리였죠. 이 공간은 냥냥이인 우리 씨에겐 썩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씨와 엉성이로 남은 시간 잘 살아내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가 봅니다. 엉성이는 우리 씨가 올 때 가장 염려한 일을 엉겁결에 치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착잡합니다.

 

과연 엉성이는 잘 해낼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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