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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슬기로운 감빵생활(5)

촌사람 (jsandsj2003@hanmail.net)
2018-02-12 17: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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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푸코는 감옥을 사회의 축소판이 아니라 원형질로 보았다. 근대사회를 감금, 관리, 처벌, 감시사회로 해석한 그는 감옥에서의 정교한 통제 조종 기술이 군대, 학교 , 병원, 공장 등 사회 전체에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푸코의 말이 아니더라도 필자의 학창시절은 감옥보다 나을게 없었다. 앞에 올린 사진은 감옥이 아니라 실제로 필자가 다닌 중고교 내부모습이다. 감옥, 특히 서울구치소 7동과 판박이다. 그래서 도둑놈들은 감옥에 가는 걸 학교에 간다고 하는 줄도 모르겠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달리 실재 교도소 생활은 대단히 열악하다. 죄 진 놈들이 워낙 많으니 지옥처럼 넘쳐 터질 지경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4.5평 혼거방에 16명이 수용되기도 했다. 옥방이 이러니 생활용품들은 어떻겠나. 해서 도둑놈들은 온갖 것을 손수 만든다. 무언가를 만들려면 재료와 도구가 있어야 하지만 도둑놈들은 그런 것 없는 대신 차고 넘치는 시간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빵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물건은 칫솔이다. 타제 석기처럼 바둑알을 깨서 깔(칼)을 만들고 그 깔로 칫솔대에 조각을 한다. 몇날 며칠 동안 어찌나 정성을 들였는지 여성의 나신을 비너스상보다 더 사실감 있게 만들어 파는 놈도 보았고 도장이나 성기에 박을 구슬을 만드는 놈도 보았다.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긴데 교도소 목욕탕에 가보면 성기에 구슬을 박거나 실리콘 대신 바세린을 넣어 일명 로케트 좆을 만들었거나 고무줄로 해바라기 시술을 하지 않은 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거기선 인테리어 안 한 놈을 신기하게 처다 본다. 심지어 양심수 가운데도 그 짓을 한 놈이 있다. 이름만 대면 다들 설마 그 양반이 할 만큼 꽤 유명한 사람도 있는데 고소당할까봐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내가 좀 짓궂어서 대놓고 왜 했냐고 물어보니 말을 돌리더라.

 

아무튼 드라마에서처럼 검방(옥방에 부정물품을 감출까봐 교도관들이 수시로 방을 뒤진다)을 보름만 안하면 비행기 만들어서 도망가는 놈들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주가 비상하다. 하지만 그 어느 도둑놈도 나와 공범으로 들어간 변모 동지를 따라오지는 못하더라. 하루는 이 동지에게 이감을 가야하는데 징역보따리가 없다했더니 바늘을 빌려줄 테니 만들어 보라고 하더라. 바늘이 어디서 났느냐니까 운동 나갔다 주은 콘크리트 못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바늘로 바느질이 되겠느냐 싶었지만 일단 받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바늘이 왔다. 일반 바늘보다 아주 조금 굵어서 그렇지 진짜 시중에서 파는 바늘처럼 바늘귀도 있었다.. 아마 맨손으로 이렇게 바늘을 만든 빵잽이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아무튼 내가 본 도둑놈 표 수제작의 진수는 화투였다. 재질만 종이지 진짜 화투랑 꼭 같은걸 교도소도 아니고 서대문 구치소에서 구경했다. 밥알을 으깨 만든 바둑알은 이 화투에 비하면 작품 축에도 못 낀다. 바둑알도 흑백을 넣는 게 기술인데 화투는 총천연색 이다. 잡지 화보사진을 긁어 물감을 만든다니 가히 신의 손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1980~90년대에 민주화운동 관련으로 여러 차례 투옥되었고 지금은 강원도 화천 오음리에서 농사 짓고 글 쓰고 생들기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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