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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 (7) - 코걸이

촌사람 (jsandsj2003@hanmail.net)
2018-02-26 15: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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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엔 ‘찌그러진다’는 말과 ‘풀린다’ 는 말이 있다.

징역이 찌그러진다는 말은 교도소 당국에 잘못 보여 열악한 작업장에 배정되거나 행형점수를 낮게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표현하는 말이다. 풀린다는 말은 그 반대로 특혜를 누리는 걸 의미한다. 어차피 갇혀 사는 징역이 다 거기서 거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담 밖으로만 나갈 수 없지 담 안에서는 온갖 호사를 다 누리는 경우와 먹방에 갇혀 묶인 채 개밥을 먹는 경우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여기서 ‘개밥 먹는다’는 말도 교도소 용어다. 징벌을 세게 먹으면 포승을 당한 채 창이 없는 징벌방에 갇히게 되는데 손이 몸통에 고정돼 묶였으니 밥을 먹으려면 개처럼 엎드려 입으로 먹어야 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징역이 풀리거나 찌그러지는 건 사실 감옥에 오기 전부터 결정된 선험적인 것이다. 돈이 많거나 배경이 든든하거나 힘이 센 놈들에게 징역은 스스로를 풀어버리지만, 그런 거 하나 없는 놈들은 찌그러트리는 게 징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늘 절대 다수는 찌그러진 징역을 살고 일부 특수계급만 풀린 징역을 산다. 돈이 없어 노역을 사는 사람들이 최하층이라면 재벌, 정치인, 조폭은 최상층이다. 어떤 양심수들은 최하층과 최상층을 두루 경험하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아니 교도소 마다 꼭 한두 명 예외는 있다. 이른바 코걸이들이다. 공주교도소 2사 하 중구금사동에 수용돼 있을 때 일이다. 두 달을 피터지게 싸워 겨우 옥방문 밖을 나다닐 정도의 처우를 받게 된 어느 날, 옆방 수용자와 나란히 복도에 나와 도둑놈들이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옆방 수용자는 유명 조폭두목이었다. 그런데 2사 하에는 우리 말고도 복도를 자유롭게 나다니는 수용자가 한명 더 있어서 정체가 궁금했다. ‘저 양반은 깡패 같지도 않은데 잘나가는 왈왈이네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 왈왈이는 전국에 있는 교도소에서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코걸이였다. 그때 옆방 조폭두목이 예로 든 이야기가 지금 생각해도 재밌다.

 

조폭 왈: “저기 운동장 한구석에 새를 키우는 새장이 보이지요?”

나: ‘예’

조폭: 저건 교도소 측이 수용자들 정서함양에 좋다고 만든 겁니다. 저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나: 글쎄요...

조폭: 우리 같은 사람은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드는 게 정상이지만 저 코걸이는 달라요.

나: 뭐가 다른데요?

조폭: 먼저 새에게 주는 먹이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합니다. 그다음에 그 먹이에 쌀이나 보리가 들어 있으면 그 출처를 쫓지요. 보나마나 교도소 취장에서 나왔을 거 아닙니까?

나: 그렇겠죠...

조폭 : 그다음엔 새가 몇 마리고 기른 지 몇 년이 지났는가를 따져 횡령액을 계산합니다. 재소자에게 줘야할 쌀을 빼돌려 새에게 준 셈이니까요.

나: 그렇긴 한데 그게 그리 큰 문제가 됩니까?

조폭: 그건 우리 생각이고요. 코걸이는 법률적 지식이 검사 뺨쳐요, 실제로 그게 큰 문제가 된다는 겁니다. 살아 있는 새들은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되고요.

나: 꿀 먹은 벙어리....

조폭: 저 친구는 소장이 아니라 법무부 교정국에서도 못 건드려요.

 

다음 징역에서 나는 이 코걸이를 훨씬 능가하는 코걸이계의 진짜 레전드를 서울구치소에서 만났다. 이른바 ‘맹검사’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1980~90년대에 민주화운동 관련으로 여러 차례 투옥되었고 지금은 강원도 화천 오음리에서 농사 짓고 글 쓰고 생들기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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