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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노동자 최초의 파업은 피라미드 건설현장에서 벌어졌다.

운수노동자
2020-10-31 07: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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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노동'은 무엇입니까? 국민 중 1800만명 정도가 노동자인 나라에서 우리는 근로자 혹은 인부 따위로 불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경찰 수배전단에 '노동자 풍'이 등장하고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기준법을 집행합니다. 생산의 주역이자 역사의 주체인 능동적인 노동자를 일만하는 수동적인 근로자로 묶어놓기 위한 것입니다.

 

틈나는대로 '노동'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노동운동이나 노동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논한 바 있지만 저는 역사 속에서 노동의 '이야기'를 끄집어 낼 것입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을 부정하는 인지부조화를 바로 잡는 일이 노동인권과 노동감수성을 높이는 일이라 믿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노동의 눈으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물론 아주 전문적이지는 못합니다. 습자지처럼 얇은 지식이니 잘못이 있으면 꼭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집트 피라미드라고 하면 어떤 생각부터 드시나요?

세계 7대 불가사의, 모세의 출애굽기, 초고대문명...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피라미드 건설현장은 노예들이 채찍을 맞아가며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피라미드 건설자들은 노예가 아니라 임금노동자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소설 <람세스>에서도 모세는 벽돌공의 관리자(요즘으로 치면 십장이나 관리소장 정도..)로 묘사됩니다.

 

 

 

 

더 나아가 피라미드 건설 자체가 사후세계나 신앙적인 것 이전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집트는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으로 비옥해진 농토의 혜택을 받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정기적인 범람기가 곧 농한기가 되고 그 기간동안의 실업자들을 수십-수백년씩 걸리는 대피라미드 건설을 통해 해소하였다는 것이지요. 고대 이집트판 뉴딜정책-케인즈주의 경제정책이었던 셈입니다. 사실여부는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피라미드 건설이 노예노동에 의한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과 직군별, 숙련도별, 노동시간별 임금(주로 곡물)을 준 기록들이 세세하게 남아 있는데 산업혁명기 영국 노동자들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근대적인 의미의 노동계급은 아니지만 자유의사에 따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았던 건설노동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최초의 노동자 집단행동이 바로 피라미드 건설현장이었습니다. 약 6천년 전 람세스3세 치세 29년 되던 해에 임금이 체불되자 노동자들이 3일 동안 파업에 나서서 요구조건을 완전쟁취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의 요구조건은 체불임금 지급, 노동시간 단축, 간식(무)제공 이었다니... 어쨌든 이들이 노동조합 같은 것을 만들었거나 그런 개념을 가졌을리는 없지만 일한 만큼의 댓가와 노동력 재충전을 위한 음식과 휴식을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했던 것이죠.

 

수천년 전에 거대건축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측량과 설계 같은 수학적 수준과 공학적인 건축기법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수만명의 인력을 공정별로 분류하고 관리하며 공정한 댓가를 분배하는 사회적 관리수준도 대단히 높아야 합니다. 구약성서에 기록된 출애굽과 모세의 이야기는 다분히 설화적이라면 점토판에 기록된 고대이집트의 역사는 이러한 사회적 현실과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채찍맞는 노예노동 따위의 묘사는 기독교 중심의 서구문명적 시각의 문학적 표현일 것입니다. 이교도 야만족에 불과한 이집트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은 결과이겠지요.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예컨데 그리스 로마시대에 노예들에게 노젖기를 시켰다는 문학이나 영화의 묘사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대체로 3단 노로 운영되던 고대 전함들의 노젖기는 채찍으로 두들겨맞으며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 아니었습니다. 고도의 협업과 숙련이 필요한 기술이고 따라서 평민들 중에서 선발하여 잘 훈련시켜 전투에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노예들이나 하는 노젖기가 결코 아닙니다. 이 역시 '노동' 자체를 천시하거나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학자들의 허황된 인식의 산물입니다.

 

 

 

 

물론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현장이 자유의지와 즐거움이 넘쳐나는 노동현장일 리는 없었겠지만 수천년의 역사를 넘어 우리 눈 앞에 서 있는 저 웅장한 건축물이 수없이 많은 측량기사와 설계사, 석공과 벽돌공, 조립공과 비계공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노동'은 그렇게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고 역사를 발전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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