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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훌륭한 왕좌의 게임]

이제는 무너져 버린 드래곤 핏

박성호
2018-01-13 09: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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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왕좌의 게임 시즌7이 마무리되어 버렸습니다. 시즌 8을 또 어떻게 기다리나 싶은데..

 

하여간 시즌 7에 대한 제 소감은 그동안 벌여 놓은 떡밥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감당하느라 무척 고생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무리해야 할 떡밥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 꽤 굵은 떡밥조차 그냥 간단간단하게 쳐내면서 진행한다는 느낌이죠.

 

어떤 장면들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 설명할 수도 있지만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참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시즌 7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7편에서 여왕 서세이 측과 대너리스 측이 협상을 벌이는 공간, 무슨 원형 경기장처럼 생긴 그곳의 기원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 걸로 하죠.

 

이른바 “드래곤 핏”입니다. 용의 소굴이라고 번역하면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드라마 촬영팀은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로마 시대의 원형 경기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느낌이 바로 원형 경기장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극중에서는, 또 소설에서는 원래 이 드래곤 핏은 돔 형태의 건축물이었던 걸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세이 시절에 와서는 다 무너졌고 또 용의 불길로 인해 잿더미가 되어 폐허가 된 걸로 나옵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타르가리엔 집안은 드래곤 스톤으로 이주한 뒤 정복왕 아에곤 1세가 등장하면서 칠 왕국을 정복하기 시작합니다. 아에곤은 자신이 타고 다니던 용, “검은 공포 발레리온”의 위력으로 칠 왕국을 통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발레리온은 멸망하기 이전의 발리리아에서 태어난 용이었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나이가 상당히 많았겠죠. 그리고 역대 용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다고 합니다. 검은 공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검은색 불길을 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서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바로 그 왕좌, 철 왕좌, 아이언 쓰론이 바로 일곱 개 각 왕국을 굴복시킨 뒤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이 발레리온의 불길로 녹여 만든 철제 공예품이 되는 것입니다.

 

발레리온과 함께 칠 왕국 통일 작업에 나섰던 다른 두 용들은 드래곤 스톤에 와서 부화한 용들이었기 때문에 발레리온과는 차원이 달랐던 거죠. 그리고 그 뒤로 부화한 수많은 용들 중에서도 발레리온의 위력을 넘어서는 용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것 같고, 정확하게 묘사도 되지 않고 있지만 대너리스의 용 중에서 첫째, 드로곤이 이 발레리온보다 더 크게 자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발레리온은 이백 년이 넘게 살았습니다. 따라서 발레리온을 타고 다니며 칠 왕국을 정복한 아에곤 1세가 죽은 뒤에도 살아 있었습니다. 5대 비세리스 1세 왕까지 발레리온을 탔다고 하니 무척 오래 살았던 거죠. 그리고 비세리스 시대에 죽게 됩니다. 전쟁터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고 하니 행복한 용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에곤 1세의 왕좌를 물려받은 아에니스 1세는 아에곤의 아들이었지만 유약한 성격에 싸움도 잘 하지 못하는 왕이었고, 이로 인해 대륙에는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꼭 이렇죠. 정복왕이 왕국을 건설해도 그 후대가 유약해서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 왕국들의 역사에서 아주 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팠던 세력은 아에곤 1세의 통일작업을 열심히 도왔던 무장 교단 세력의 반란입니다.

 

이 교단이라는 것은 칠신교, 일곱 신을 숭배하는 종교인 집단입니다. 이들은 원래 자신들만의 병사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독자적인 무력을 사용하는 집단이며 왕권에 간섭을 해 오던 집단입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대륙 통일에 한몫을 했다는 생각에 사사건건 왕권에 개입을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왕조와 대립하게 되는 거죠.

 

2대 왕 아에니스1세는 이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데 실패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단은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곳곳에서 왕권에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한 것은 3대 왕, 아에니스의 동생이자 정복왕 아에곤의 아들인 마에고르입니다.

 

아에니스는 아버지의 용 발레리온을 타지는 못했고 다른 용을 길들여서 탔습니다. 그러나 아에니스의 이복동생 마에고르는 어려서부터 무예가 출중했고, 아버지 아에곤의 용 발레리온을 원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결국 발레리온을 길들여서 타게 됩니다.

 

또한 반대자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는 폭군의 기질이 있었으며 결국 마에고르 the Cruel, 잔인한 마에고르라는 칭호를 얻게 됩니다. 마에고르는 젊어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아에니스의 핸드가 되었는데, 그때 이미 첫 부인을 버리고 두 번째 부인을 들이다가 종교계의 지도자 하이 셉턴의 분노를 사게 되어 추방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아에니스1세가 죽고 난 뒤 귀국해서 왕권을 획득하게 되죠.

 

이때 이 왕권이 부당함을 주장하던 교단의 무장세력, “전사의 아들들”이 제기한 재판이 7:7 결투 방식으로 벌어지게 되고 마에고르는 거기서 승리하게 됩니다. 이 "결투에 의한 재판"은 드라마에서도 나왔었죠. 일곱 신을 섬기는 전통 중의 하나인데 피고와 원고가 각각 직접, 혹은 대리 전사를 내보내 목숨을 건 결투를 하고, 그 결투의 결과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방식입니다. 그게 신들의 뜻에 부합할 거라는 조금은 미개하지만 낭만적인 방식이었죠.

 

드라마에서 나왔던 마운틴과 오베린 마르텔의 결투를 기억하실 겁니다.

 

결국 그렇게 어렵게 왕권을 획득한 마에고르1세는 무장 교단 세력을 쓸어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때 발레리온을 타고 날아가 공격한 곳이 바로 킹스랜딩 옆에 있던 무장 교단의 중심 본거지 “기억의 셉트”였습니다.

 

발레리온은 그 교단의 건물을 검은 불길로 태워 버렸고 건물은 폐허가 됩니다. 그리고 마에고르는 이 곳에 용들이 거주할 거대한 우리를 만들겠다고 공표합니다.

 

그러나 그 건축과정 또한 애를 먹게 됩니다. 왜냐하면 앞서서 킹스 랜딩에 레드 킵을 지을 때 왕궁을 건축한 기술자들을 몰살시켜 버렸던 전력이 있어서 일할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에소스에서 엔지니어들을 데려다가 돔을 짓고 거기에 용들을 길렀던 겁니다.

 

그러나 발레리온 이후의 용들은 차차 퇴화해서 점점 작아졌고 나중에는 강아지만한 것들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죠. 왕조가 나약해져 가는 것을 상징하는지도 모릅니다. 드라마에서는 드래곤 핏의 바닥에 굴러 다니는 강아지 만한 용의 턱뼈를 존 스노우가 들고 만지작 거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용들이 그렇게 작아진 겁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민중 봉기가 또다시 일어났고 그때 군중들이 드래곤 핏에 쳐들어 왔으며 남아있던 용들 중에 한 마리가 드래곤 핏의 돔 자체를 붕괴시키게 되고 다른 용들이 불을 뿜어 드래곤 핏 자체가 또다시 잿더미가 되고 맙니다.

 

한 때 타르가리엔 왕조의 위력을 상징하며 거대한 용들의 둥지로 쓰이던 드래곤 핏은 그렇게 무너져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몇 백 년이 흐른 뒤, 그곳에서는 라니스터의 여왕 서세이와 또 다른 용들을 이끌고 온 대너리스 여왕간에 협상이 진행되는 장소로 사용되게 됩니다. 뭔가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그 드래곤 핏의 무너진 벽을 딛고 착륙하는 드로곤은 이 곳에 있던 발레리온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결국 마틴옹은 하나의 생명체와 다름없이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권력의 속성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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