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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논란]

미분류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

박성호
2017-04-19 20: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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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관위가 주관하여 치르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는 "개표 분류기"가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 간단히 설명해 보도록 하자.

 

개표 분류기는 모아 온 투표용지를 넣어주면 누굴 찍었는지 알아서 다 분류해서 득표 결과까지 쫙 뽑아주는 완결된 기계가 절대 아니다.

 

그냥 수없이 많은 투표용지를 대략 "가분류"해서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한다. 그 역할까지만 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게 끝이다. 그리고 그 뒤의 모든 작업과 모든 결정은 사람이 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투표지에는 매우 확실하게 특정 후보에게 기표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며 따라서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준비된 칸에 붉은 도장을 찍어서 투표함에 넣어 준다는 얘기이다.

 

이런 경우는 분류기가 해당 후보의 칸에 분류를 해 주고 100장씩 카운트도 해 준다. 그러면 검표원이 꺼내서 제대로 분류되었는가 "눈으로 확인하고" 그걸 고무줄로 묶어 한 덩어리로 분류한다. 나중에 이 덩어리를 카운트하기 위한 준비다.

 

그러나 일부의 투표용지는 그렇게 명확하지가 않다. 도저히 누구에게 투표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도 있고, 일부러 여러 칸에 도장을 줄줄이 찍어버린 고의적인 무효표도 있다. 이런 것들은 최종적으로 검표원들의 확인을 거쳐 "무효표"로 분류가 된다.

 

또한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굴 찍었는지는 구분이 가는 표들이 있다. 도장은 정확하게 찍혀 있는데 다른 곳에 잉크가 살짝 묻었다거나, 잉크가 살짝 번졌다거나, 투표용지가 살짝 찢어졌다거나 하는 표들이 있다. 이런 표들은 "누구에게 투표한 것인지 확실하게 구분된다면" 심사를 거쳐 유효표로 카운트해야 한다.

 

이런 것은 기계가 분류하면 안 된다. 사람이 분류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면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개표 현장에는 각 당에서 나온 참관인들이 있고, 조금만 이상한 현상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분란이 발생한다. 만약 기계가 1번 후보로 분류했는데 그 안에서 잉크가 조금 다른 곳에 묻거나 한 표가 발생되면 당장 부정개표라고 고성이 오간다. 고성이 오가면 바로 이어 멱살잡이가 발생할 정도다. 개표장의 분위기는 그 정도로 첨예하고 심각하다.

 

그런 일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 아주 약간 결함이 있는 표들은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하나하나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 개표 분류기는 어째야 할까?

 

완전한 무효표는 당연히 미분류로 보낸다. 그러나 완전한 무효표는 아니고 유효표이긴 할 거 같지만 눈곱만큼이라도 이상이 있는 표들은 모두 "미분류"칸으로 보내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 기계가 분류를 못해서가 아니다. 선관위에서 규칙만 제대로 정해주면 기계는 심사위원들보다도 훨씬 더 세밀하고 일관되며 정확하게 무효표를 분류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계는 반드시 에러율이 있기 마련이고, 인간의 판단이 가지는 권위를 기계에 부여할 방법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결정은 사람들이 합의해서 내려야 한다. 따라서 기계는 아주 확정적인 완벽한 표들만 분류해 주고, 나머지는 모두 "미분류로 분류"를 하게 된다. 이것만 해도 충분한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면, 후보자 별로 분류된 완벽한 표는 검표원이 백 장 단위로 수거해서 제대로 했는지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휘리릭 살펴보면 된다. 미분류로 분류된 표는 조금 더 긴장하고 하나하나 완전히 새로 보면서 결정을 하면 된다. 애매함이 강해질수록 좀 더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나서서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즉, 개표 분류기 입장에서 말하는 "미분류"표라는 것은 무효표도 아니고 법적으로 정의된 존재도 아니고, 그저 사람이 정확하게 보고 확인을 해 줄 필요가 있는 논란의 가능성이 있는 유효표들이 포함된 조금은 애매한 표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그 미분류표들 중 상당수는 다시 후보자별로 분류되어 정상 득표로 돌아간다.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비율은 대략..

 

전체 투표 중 미분류표가 3.6%.

 

그중에서 3.3%는 다시 분류되어 정상 득표로 복귀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0.3%는 실제로 무효표로 분류되었다.

 

개표 분류기가 미분류표를 많이 분류해 내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져서도 아니고 일하기 싫어서도 아니고 누가 해킹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이라도 애매한 결정은 인간들에게 맡기는 매우 조심스럽고 안전한 조치라는 얘기이다.

 

이 점을 이해 못하고, 기계가 왜 3.6% 씩이나 미분류를 하냐고, 왜 그렇게 에러율이 높냐고 난리를 피우거나, 미분류표가 너무 많은 걸 보니 조작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주장하면 바보 소리 들어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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