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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스토리]

진보된 갬블러

박성호
2018-01-20 06: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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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몇몇 도시에 있는 카지노를 가보게 되면 온갖 종류의 게임이 넘쳐난다. 흔한 것은 역시 슬롯머신이 고, 그 외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중에서 카드로 하는 게임이라면, 꽤 오래전부터 이 텍사스 홀덤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오마하 같은 게임들도 있고, 같은 홀덤이라고 해도 치러지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텍사스 홀덤이 대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카드게임이라면 세븐 오디나 바둑이, 하이로, 훌라 같은 것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꽤 많은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과연 홀덤이 과거의 포커 게임들에 비해 조금 더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된 것일까?

 

진보된 갬블링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WSOP, 즉 포커 월드시리즈가 개최되어 바로 이 텍사스 홀덤으로 결승전이 치러졌는데, 거기서 크리스 머니메이커라는 한 젊은이가 우승을 하게 된다.

 

 

총상금은 250만 불 규모.

 

딱 보기에도 방구석에 처박혀서 코카콜라와 피자로 연명하며 온라인 카지노에서 홀덤 게임만 죽어라고 했을 것처럼 생긴 이 친구가 보여준 경기는 대단한 붐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른바 머니메이커 붐이라고 불리며 지금도 텍사스 홀덤을 미국 전역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최초의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단순히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한 천재 젊은이가 기라성 같은 유명 프로 갬블러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는 것 정도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온라인 카지노들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주마다 도박에 관한 정책이 다 다르다. 그러나 온라인은 주의 경계를 손쉽게 넘어선다. 심지어 국가의 경계도 쉽게 넘어선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게임이 텍사스 홀덤이었고, 그 온라인 홀덤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드디어 오프라인 카지노 업계에 까지 진출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머니메이커는 포커 스타즈라는 한 온라인 홀덤 게임 업체에서 개최한 참가비 45불짜리 작은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사람이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조금 특별한 일이라면 단지 그 토너먼트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일등 상품이 월드시리즈 출전권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는 점뿐이다. 그거 하나로 일이 커졌다.

 

그 작은 우승으로 무려 일만 불짜리 월드 시리즈 출전권을 획득해서 자기 돈 하나 안 들이고 여세를 몰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여 기라성 같은 강자들을 차례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북미 대륙 전체를 텍사스 홀덤의 열풍에 휩싸이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 크리스 머니메이커였다.

 

즉 머니메이커 같이 아직은 젊고 벌어 놓은 돈도 없는 사람은 기존의 포커 판의 관행 하에서는 월드 시리즈에 참가할 참가비 만불 조차도 만들기 힘든 사람이지만, 45불짜리 작은 온라인 토너먼트에서 우승함으로써 그런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고, 온라인에서만 통하는 실력이 아니라, 오프라인, 즉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하는 경기에서도 그 실력이 입증되었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 그런 사건이었으며, 오히려 온라인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 신인들이 대규모 오프라인 대회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최초의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월드시리즈 출전권을 상품으로 건 수많은 위성 토너먼트(Satellite tournament)들이 개최되고 있다. 그 위성 토너먼트를 통해 돈은 없지만 실력이 출중한 젊은 세대들이 대형 게임들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중심이었던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가 하나 있었다. 슈퍼스타 임요환에 맞서서 처절 테란 운영을 멋지게 해 내던 선수였던 기억이 난다. 처절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워크래프트에서도 이어져 처절나엘이라는 별명도 얻기도 했었다. 너무 못생긴 눈매 때문에 항상 날카로운 선글라스를 쓰고 경기하던 프랑스 출신 프로 게이머 그로스펠리에 베르뜨랑.

 

 

매달 벌어들인 상금 중의 일부를 어머님께 보내드린다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드립이 알려져서 효자뜨랑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국내 스타 리그에서 종적을 감춘 뒤, 한참 만에 언론에 깜짝 등장을 하게 된다.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이 텍사스 홀덤 토너먼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연습에 쏟은 시간에 비해 국내 스타리그에서 벌어들인 돈이 너무 적었고, 미국 홀덤 프로로 활동하면서는 훨씬 더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훨씬 더 큰돈을 벌고 있다고 만족해한다는 소식까지 함께 들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벌길래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일까?

 

처음 들려온 소식은 그가 2008년 PokerStars Caribbean Adventure(PCA)라는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백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였다는 소식이었다. 20억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겨루는 이 분야를 이스포츠(e-sports)라고 부른다. 베르뜨랑은 바로 그 이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던 프로 게이머였다. 그랬던 그가 별다른 어려움도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홀덤 토너먼트 분야였다. 그렇게 보자면, 홀덤 토너먼트 역시 이스포츠의 한 분야일 수도 있겠다. 직업적인 선수가 되어 스폰서의 후원을 받고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상금을 거머쥔 후 유명세를 타고 광고 수익을 올리고 하는 그 메커니즘은 완벽하게 똑같다.

 

한마디로 홀덤은 이제 갬블의 단계를 넘어서 이스포츠 등의 새로운 분야와 결합된 진보된 그 무엇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게임을 그냥 도박이라고 치부해서 모른 척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무관심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집이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냥 시대에 뒤떨어진 고집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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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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