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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스토리]

어느 프로 갬블러의 인생

박성호
2018-01-2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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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브런치에 3회에 걸쳐 연재했던 것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프로 갬블러라고 하면 뭔가 음험한 매력이 느껴진다. 허영만의 명작 만화 타짜에 등장하는 갬블러들은 항상 목숨을 걸고 경기에 임한다. 실제로 타짜의 스토리 작가였던 김세영 씨는 프로 갬블러 수준의 도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허영만 화백 본인도 상당한 수준의 애호가인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손만 쓱 지나가면 손바닥에 카드장이 달라붙는다거나, 카드를 섞으면서 원하는 카드를 한 곳으로 몰아 원하는 사람에게 돌릴 수 있다거나, 뭐 이런 고난도 속임수에 관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는 괴이한 인물들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형태의 어둠 속의 도박장은 일반인들의 영역이 아니다. 물론 그런 일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할 일 없고 좀 더 자극적인 유희를 찾는 부유층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일수도 있다. 또한 조직 폭력집단과 사기꾼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두 가지 부류 모두 우리가 가까이할 대상들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상적인 프로 갬블러의 숫자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무슨 협회가 있어서 등록하는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도 구분이 모호하다. 기껏 해봐야, 본업이 따로 있고 가끔 카지노에 가서 홀덤을 즐기는 사람은 아마추어, 자신의 모든 시간을 홀덤에서 얻으며 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선수를 프로라고 구분하는 정도랄까.

 

대회에서도 그런 구분 없이 참가 신청을 받는다. 실질적으로 참가비만 낸다면 참가하지 못할 대회라는 것은 없다. 물론 초반에 탈락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현재 활동하는 미국의 홀덤 프로라면 앞에서 말한 타짜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소박한 사람들이다. 속임수 따위는 할 줄 모른다. 단지 홀덤 게임의 운영에 있어 남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좀 더 치밀하게 게임을 분석하고, 장기적인 게임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수입은 만만치 않으면서 또한 합법적이다. 세금도 무척 많이 낸다.

 

매스컴에 알려질 정도의 홀덤 프로라면 수십만 불의 연간 수입을 어렵지 않게 올리고 있다. 그런 사람들만 수백수천 명.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캐시 게임에서 꾸준히 재미를 보고 있는 홀덤 프로까지 합치면 수만 명.

 

미 전역에서 홀덤 게임에 관심을 가진 애호가들이 수백만 명을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니 사실 홀덤 좋아하는 사람의 몇 프로 정도가 프로로 활동을 할 것이라는 예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중에 한 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바로 마이애미라는 별명을 쓰는 분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면서 지역 카지노에서 주로 활동하고 비록 특 A급 거물 프로 갬블러는 아니지만, 몇 가지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지역 언론에 노출된 적도 있는, 미국 사회 내의 홀덤 프로들의 실상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자격은 충분한 그런 분이 되시겠다.

 

처음 마이애미 님을 만났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참 선량한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분께서 절대로 자신을 아저씨로 표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점은 적어두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형이라 불러 달라 신다. 형이라니..

 

다들 잘 아실 정도로 유명해진 미국의 살인적인 치과 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와 치과 치료를 받는 중에 창간 때부터 애독하던 딴지일보의 딴지스들과의 만남을 원하는 상황이었고, 얼마 전에 성대하게 거행된 딴지 필진 모임에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해서는 딴지 총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까지 찍어 가셨다.

 

그렇지만, 사진 공개는 거절하셨고 실명 공개 역시 거절하셨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환영받기 힘든 직업이라서 그런 걸까 생각했더니, 민망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 홀덤 프로라고 소개하는 것조차도 조금은 민망해하는 성격의 인물이었고, 미국으로 건너가 나름대로 사업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며, 사업체를 부인에게 맡기고 홀덤에 전적으로 뛰어든 지 이년이 좀 넘어가는 그런 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홀덤에 전적으로 시간을 투입하고 있고,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으니 홀덤 프로라 불러도 하등의 문제는 없다.

 

아래는 마이애미 님을 만나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을 물어본 뒤 답변을 녹음해서 정리한 내용이다.


(이하 물뚝심송=, 마이애미=)

 

: 독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서 한 말씀하신다면?

 

: 젊은 여성이 하나 있어요. 이제 겨우 27살인데, 베트남 출신이죠. 대학교 때 배운 실력으로 홀덤 프로를 하고 있으면서, 연간 60만 불을 벌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머리는 더 좋은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도 충분히 저보다 나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저만한 사람들이 왜 없는가 이겁니다.

Maria Ho

(이 여성 홀덤 프로는 베트남 혈통이며 대만 출신의 마리아 호, Maria Ho이다.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않으면서도 100불/200불 규모의 리밋 베팅 홀덤 캐시 게임에 참가해서 꾸준히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니까 진짜 프로 갬블러다. )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젊은이들 말고, 기회를 얻지 못해 고생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런 친구들 중에 스스로 소질이 있고, 배우려 하는 열정이 있으며,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홀덤 시장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게 그렇게 비도덕적인 일이 아닌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 홀덤의 세계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싶어 진 겁니다.

 

: 어쩌다가 텍사스 홀덤 경기를 직업으로 삼게 되신 건가요?

 

: 제가 조그마한 가게를 하고 있었어요. (결코 작은 규모의 가게는 아닌 것 같던데..) 그런데 그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나이가 좀 된 여자분이에요. 미국인이죠. 남편도 돈을 잘 벌고 그러는데 제 가게에 와서 일을 하더라는 거죠.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는 10년 전쯤까진 슬롯머신이 합법이라서 동네마다 그게 넘쳐난 겁니다. 그런데 이 분이 그걸 하면서 돈을 많이 잃었다는 거예요. 실수를 한 거죠. 그런데 제가 그분을 참 좋게 본 것은, 크레디트 카드를 만들어서 그걸로 돈을 빌려 슬롯머신에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갚기 위해서 남편에게 손을 안 벌리더라는 겁니다. 남편의 돈은 가정의 생활에 그대로 쓰고, 자기가 실수해서 진 빚은 자기가 우리 가게에 와서 일을 해서 갚더라는 거죠. 아주 열심히 일하는 분이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슬롯머신이 불법화되어서 다 없어지고, 이 분도 손을 뗀 뒤, 자신이 일해서 번 돈으로 빚도 다갚았어요. 한 이 년 동안 일해서 다 갚더라고요. 그러면 다 정리가 된 건데, 버릇이 또 발동한 거죠. (웃음)

(역시나 도박의 중독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일화라고 볼 수 있다.)

조지아에 있는 사바나라는 곳에 카지노를 또 가더군요. 그분이 거길 가는 걸 알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이고, 자기가 번 돈은 이제 자기가 써도 될 정도의 상황이니까 내버려 뒀죠. 그런데 어느 날 저보고 같이 가자고 그러더라고요.

 

: 그때까지는 카지노에도 한 번도 안 가보신 겁니까?

 

: 가보기야 가 봤죠. 사업 일로 여기저기 다른 도시에 가면, 라스베이거스에도 가게 되고, 그러면 카지노에 부부가 함께 가서, 몇백 불 정도 간단히 즐기고 그러는 게 전부였죠.

그런데 그분을 따라서 집사람하고 또 같이 갔는데, 그분이 텍사스 홀덤을 하시더라고요. 옆에서 구경을 하는데....

사람들이 정말 못하더라고요.

(서양사람들의 수학적 머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다. 물론 수학을 이끌어 나가는 천재들도 그들이지만,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다. )

아무것도 모르는 제 눈으로 봐도, 그 자리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다 못하는 걸로 보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같이 했지요. 룰도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앉아서 같이 했는데 그 자리에서 대략 300불 정도를 땄어요. 집사람은 블랙잭을 했었고요.

그리고 그다음에 또 가서 그 분하고 같이 카드를 하면서 룰을 배우고 그러다가 보니까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 게임에 소질이 있구나..

(이 표현에 대해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소질이라기보다는 이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아무리 소질이 있어도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게임을 앉은자리에서 35시간까지 할 도리는 없다. 이 얘기는 뒤에 나온다.)

그렇게 게임을 배워가는데 사람들이 제가 못 알아들을 팟 오즈 같은 소리를 하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 경기에 대해 이런저런 책을 읽고, 모르는 개념들을 배워가고, 또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달아서 더 공부를 하고, 이렇게 점점 빠져든 거죠.

그러다가 한 이년 전부터는 사업을 모두 집사람에게 넘기고, 저는 이쪽으로 완전히 나선 겁니다. 이른바 프로가 된 거죠. 그래도 아직은 스타급 프로는 아니고, 그저 평균적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정도.. 이렇게 된 겁니다.

 

: 아마 제일 궁금한 내용일 텐데.. 평균적으로 월 얼마나 버십니까?

 

: 월평균 대략 수천 불 정도.. 이렇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기가 곤란합니다.

세금 문제도 있고..

(이렇게 홀덤 게임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모두 신고하고 소득세를 내야 하는 곳이 미국 사회다. 또 그렇게 세금을 낸 대가로 보호를 받게 되기도 하고, 각종 혜택을 누리게 되는 거다. 이게 기본이다. )

년 단위로 따지면 몇만 불 이상 수입이 있는 것 같은데, 월로 치면 약간 불규칙해요. 훨씬 더 많이 버는 달이 있는가 하면, 적자가 나는 달도 있거든요.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 연 몇만 불이면 그렇게 많은 수입은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렇죠. 유명한 프로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죠. 제가 이름을 알만한 프로들은 대부분 수백만 불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티브이에 나와 인터뷰도 하고 게임 중계에도 나오고 하는 프로들이죠. 저야 뭐, 그냥 지역에서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수입까지 있다.. 이게 제일 큰 장점이라고 보는 겁니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짜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고 그게 발현되기 시작했다면, 수십만 불에서 수백만 불씩 벌어들이는 스타급 홀덤 프로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애미 님은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다. 어쩌면 은퇴할 때 까지도 그런 수준에 가기 힘들 수도 있다. 실제로 카지노의 캐시 게임이나 각종 소규모 토너먼트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리면서 이 분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홀덤 인구의 2-3%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즉, 즐기면서 수입을 올리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 그 정도를 벌기 위해선 게임을 얼마나 치러야 하나요?

 

: 한 주에 한 서너 번 정도 갑니다. 한번 가서 하루 종일 하는 것은 아니고, 대여섯 시간.. 계속할 때도 있지만, 한두 시간 하고 쉬다가 또 하기도 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테이블이 나한테 잘 맞으면 좀 더하고,

잘 안 맞고 배드 빗(홀덤 용어: 예기치 못한 카드가 나오면서 승부가 뒤집히는 경우) 같은 게 자꾸 나오고 그러면 좀 덜하고 그러는 거죠.

 

: 경기에 관한 관점에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물어봐도 될까요?

 

: 강점이라면, 제가 상대를 잘 읽는 편입니다. 잘 읽는 편이고, 또 팟 오즈, 그러니까 내 패의 승률과 판돈의 규모 이런 걸 비교해서 들어갈지 말지를 계산하는 거, 이런 걸 좀 잘합니다. 실제로 보면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카지노에 가서 테이블에 앉아 보면, 그런 개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반, 나머지도 그런 개념을 알긴 아는데 어떻게 적용해서 계산하는 건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도 돈을 버는 겁니다. (웃음)

 

: 약점은 어떤 게 있으실까요?

 

: 약점이라면 지금 열심히 고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어떤 판단을 할 때 너무 빨리 결정을 해 버린다는 겁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한 번만 더 생각했으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특히 피곤할 때 많이 그럽니다.

결국 이게 체력 문제로 가는 것인데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캐시 게임에서도 이럴 정도라면 장시간 지속되는 토너먼트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마이애미 님의 연령대를 고려해 볼 때,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대형 토너먼트에 나가서 우승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본인도 아마 잘 이해하고 계실 것으로 추정된다.)

 

: 홀덤 게임에서도 반칙을 하는 경우가 있나요? 소위 말하는 타짜들이 하는 속임수나 카지노 업체 쪽에서 게임에 개입한다거나..

 

: 하우스 게임에서는 그런 게 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개인들이 주최하고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게임에서는 룰이 잘 안 지켜질 수도 있겠죠.

카지노에서는 거의 반칙을 생각하기 힘듭니다. 있어봤자 아주 귀여운 수준의 반칙뿐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가 300불 칩 들고 시작해서 좀 따는 바람에 칩이 500불 정도 되었다, 그러면 칩을 조금 주머니에 숨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좋은 패가 들어오면 베팅액을 늘리려고 주머니 속의 칩을 슬쩍 올려놓는 경우도 있고요. 이건 반칙입니다.

캐시 게임에서도 테이블 머니, 즉 테이블 위에 놓고 시작한 칩들은 완전히 테이블을 떠나기 전까지는 손을 대면 안되거든요. 토너먼트는 말할 것도 없고요.

 

: 그러면 영화에서 나오는 현란한 손장난이나 속임수, 또는 딜러들이 치는 사기, 뭐 이런 것은 없나요?

 

: 카지노가 수십억을 들여서 영업을 하는데, 그런 비리를 저질러서 얼마를 벌겠다고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런 게 들키면 영업정지는 물론이고, 손님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텐데요. 손님들이 하는 반칙은 매우 철저하게 감시가 되고 있고요.

 

: 온라인 게임들도 많이 있던데 거기는 어떤가요?

 

: 그런 것은 있다고 합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같이 접속해서 서로 통화해가며 짜고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은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부분도 굉장히 다각도로 감시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디에 대해 패턴검색을 해서 감시한다거나, 요주의 인물들이 같은 방에 들어간다거나 이러면 감시가 들어가는 거죠. 걸리면 쫓겨나는 거고요.

(실제로 많은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이런 작전세력들에 대한 방비책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또 그것을 매우 적극적으로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

 

: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 하나 있습니다. 카지노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하고 서로 알게 되는데, 잘하는 사람들이야 뭐 별로 관심이 안 가는데 젊은 애들이 잘 못하면 눈길이 가곤 하죠. 학생이나 군인들이 가끔 오는데, 그 친구들이 전반적으로 잘 못해요.

한 번은 옆에서 봤더니, 상대가 블러핑을 하는데 막 고민을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라서 애쓰는 게 역력하게 보이는 거죠.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자꾸 그러니까 가르쳐 주고 싶어진 겁니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불러서 얘기를 해 준거죠. 이러이러할 때에는 이렇게 하는 거고, 이렇게 하면 좀 나을 거다, 뭐 이런 걸 가르쳐 준거죠. 그랬더니 저를 마스터라고 부르면서 같이 어울리는 애들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걔들을 자주 만나면서 가르쳐주고 친해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요.

그런데 그중의 하나가, 리라는 친구인데 어느 날 보니까 이 녀석이 제가 가르쳐 준걸 저한테 써먹더라고요.

자기가 배운 거라고 해 봐야 제가 아는 거에 반도 안될 텐데, 그걸 나한테 써먹다니..

 

: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 혼내줬죠. 카드로. (웃음)

 

: 혹시 도박 선수라고 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말 못 할 괄시를 받거나 하신 경험은 있으십니까?

 

: 미국에서도 그게 문제가 됩니다. 미국인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문제가 되죠.

주변에 아는 한국인들이 꽤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한 사람들 아니면 얘기를 안 합니다.

그냥 가게가 있으니까, 그 가게 하면서 그냥 놀러 다니는 걸로 아는 거죠. 아직도 거기 인식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걸 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뭐 밝혀지거나 해서 곤란한 적은 없었지만 굳이 알리고 싶지는 않아요.

친척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잘 안 알립니다.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다 알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는 얘기 안 합니다. 아주 가깝고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한테는 얘기를 했습니다.

 

: 일반인들의 인식, 도박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 사실 캐시 게임 같은 경우는 도박에 가깝습니다. 토너먼트는 좀 많이 다르죠. 그런데 중요한 건 그 게임 자체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이런 게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한국인들이 끼어드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 아무것도 모르고 끼는 거죠. 이렇게 되면 그건 진짜 도박, 노름입니다.

홀덤뿐 아니라 주식, 사업 이런 거 다 마찬가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주식을 사고팔고, 그러면 백 프로 도박입니다. 그런 경우를 보게 되면 좀 답답합니다. 좀 주식을 잘 아는 사람에게 배우고 한다거나.. 주식 자체가 나쁜 게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대책 없이 덤비니까 그게 도박이 되는 거죠. 모든 게 마찬가집니다. 자기가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르고 시작하게 되면 도박이 되는 거죠.

돈이 걸린 문제라면 다 그래요. 자기가 식당을 하려고 하는데 음식 만들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식당을 하겠다고 나서면 그게 도박이지 뭡니까. 다 날릴게 뻔한데.

(이 부분에서는 도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지 돈이 걸린 상황에서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뛰어드는 것을 도박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판을 하는 것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매우 동의가 간다. 당연하게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 본인은 돈을 벌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돈을 날리고, 망하고,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마이애미 님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애정에 기반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 후진 양성계획이라도 가지고 계시진 않나요?

 

: 저는 한국 사람들이 똑똑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유명한 얘기잖아요. 여기에서 좋은데 취직해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관심 없어요. 그렇게 잘 살면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힘들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실패를 겪은 후에 뭔가 새로운 기회가 없는가 하고 찾는 사람들 중에서 만약 이 쪽에 소질이 있는 그런 경우라면, 뭔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노력보다 이 쪽이 더 편하다고 보는 겁니다.

노력 대비 성과가 더 좋을 거라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계산 능력 같은 게 그쪽 사람들보다 훨씬 좋아요. 그러니 더 쉬운 거죠. 그러니까, 진짜 적성에 잘 맞고 열성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르쳐주고 기회를 주고 싶은 거예요.

(이 부분을 읽고 경솔한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부연설명을 해 둔다. 실제로 마이애미 님은 흔히 말하는 제자를 키워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연령대도 그렇고 현재의 환경도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일단 활동의 기반이 되는 국가가 바뀐다. 한국사회를 떠나 미국 사회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며 이것만 해도 엄청난 결정이 되는 것이다. 살아온 기반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니까. 거기에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결정은 누구의 영향도 없이 스스로 내려야 하는 일이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책임조차도 스스로 져야 하는 일이다. 마이애미 님을 따라가서 배우다가 뭔가 틀어질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미지수이다. 그런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마이애미 님 뿐 아니라, 심지어 이 글을 쓴 필자에게도 영향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중대한 문제를 책임져줄 능력이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니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질 각오가 있는 경우, 그리고 어느 정도 이 쪽 계통에 대해 사전 지식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 그리고 진지한 고민을 하고 나서 접촉을 하더라도 하시길 권하는 바이다.

다시 경고하지만 이런 제안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절대 경솔하게 생각하지 마시라.)

 

: 관심 있어 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 아까 한 얘기 반복인데요. 홀덤에는 돈이 걸린 겁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미리 많이 공부하고 하라는 겁니다. 실제 돈을 걸기 전에 말이에요.

 

: 작은 규모의 게임에서 연습을 먼저 해야 된다는 뜻인가요?

 

: 그건 또 달라요. 작은 규모의 게임에서는 실력자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공부하면 작은 게임을 지배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자기가 왕 노릇을 하게 되고 무척 잘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걸 믿고 덜컥 큰 게임에 올라오면 큰일 나는 거죠.

그걸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그 단계를 넘어가는 것에 대해 무척 신중해야 되고, 자금관리를 잘해야 된다는 겁니다.

반면에 또 이런 면도 있어요. 너무 안전한 경기만 하게 되면 또 실력이 안 늘어요. 아파야 배우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아픈 걸, 큰돈을 날려가면서 아프지 말고, 그러면 기회 자체가 없어지니까, 좀 배워가면서 아픈 걸로 넘어가야 된다는 거죠.

그런 얘길 하고 싶습니다.


 

이상이다.

마이애미 님과의 대화를 잘 읽어 보신 분들께서는 아마도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을 어느 정도 깨달으셨을 것 같다. 최소한 그는 불법적인 사기도박꾼이거나 사람이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게임을 골라, 적절한 승률을 유지하면서 소소하나마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소소한 수입이라는 것이 년간 몇만 불(정확하게 밝히지 말라는 요청이 있어 말할 수는 없지만, 꽤 큰 금액이라는 점은 말해야겠다.), 이 정도면 미국 사회에서도 풍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생활을 영위할 수준이 된다. 그리고 절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도 않는다. 이런 정도의 삶이라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의 주장은 명확하다.

 

홀덤 등의 게임이 도박일 수 있지만, 경기 자체가 도박이라고 비난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 자체가 아니라, 그 경기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문제라는 얘기다. 게임의 법칙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운에 기대어 나한테 불로소득이 돌아오길 기대하는 무모함, 이 무모한 행동 자체가 도박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고, 철저한 준비와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 실력을 쌓고 그 실력에 맞는 수준의 게임을 선택하고, 선택한 게임을 지배해서 승자가 되는 길. 이런 행동은 도박과는 전혀 관계없는 승리의 법칙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이런 인생의 방침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이애미 님의 주장에 백 퍼센트 공감하고 있다.

 

다음은 보다 세부적인 홀덤 게임에 관한 내용과 전략들, 그리고 그런 전략들이 우리네 인생과 사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즉, 홀덤 게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네 인생의 방향들에 대한 얘기들을 늘어놓을 예정이다.

 

즉 텍사스 홀덤의 중급 이상의 전략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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