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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722

박성호
2017-07-22 12:33:15

어제는 낫투데이도 못 썼습니다.

 

근래 들어 컨디션이 가장 나빴던 날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짧은 글 한 편을 못 쓸 정도로 나쁜 상태는 아니었는데 컨디션이 나빠지니까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글을 쓸 기분이 아니었다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좀 나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이렇 게 쓰고 있는 거겠죠. 굳이 수치로 적어 보자면 3:7 정도? 육체적 컨디션의 문제가 3, 정신적인 문제가 7 정도였겠죠.

 

저는 일관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것만큼은 내가 꼭 지키겠다는 원칙 몇 개는 가지고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심오하고 추상적인 원칙도 있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거나, 매일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원칙도 중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평생을 살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해서 동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는 엠마누엘 칸트 같은 사람은 약간 병적인 경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얘기를 들으면 뭔가 멋지다고 생각을 합니 다. 그런 걸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제가 그러질 못하기 때문이죠.

 

저는 매우 변덕이 심합니다. 어떤 일에 꽂혀도 금방 싫증을 내고, 단순 반복 작업은 정말 싫어합니다. 계속 뭔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찾아다닙니다. 어찌 보면 그게 제 일관성일 수도 있겠죠. 그런 면에서 매일 한 편 씩 일기 같은 글을 쓴다는 것은 제 습성에 안 맞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쓸 때 까지는 써 볼 생각입니다. 다른 할 일도 없는데요 뭐.

 

그리고 사실 무관심한 척을 하고 있어도 여러분들이 달아 주시는 힘내라는 댓글을 읽어 보면서 실제로 힘을 좀 받고 있거든요. 그거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분들이 이렇게 내 생각을 해 주고 있다는 느낌은 큰 힘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부정하기 힘들죠. 그런 뜻에서 감 사를 드립니다.

 

오늘 말씀드리려고 한 얘기는 바로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입니다.

 

암이라는 병은 치명적입니다. 치명적 이라는 말은 생명을 위협한다는 뜻이죠. 암, 즉 악성종양이 성장하게 되면 정상 조직을 침해해서 생체 기능을 마비시키고 그렇게 되면 환자는 죽습니다. 암이라는 병명은 진단 즉시 환자에게 죽음을 연상시키는 무서운 병이라는 얘기죠. 즉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내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은 바로 내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내 생명과 바꾼 것들이 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위암에 걸린 분들은 위장을 잘라내고 대장암에 걸린 분들은 대장을 잘라 냅니다. 저는 구강암에 걸렸고 상악골을 잘라 냈습니다. 그 결과 저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죠. 치아와 잇몸, 입천장을 잃어버린 얘기는 이미 했고, 많은 기능을 잃어 버렸습니다.

 

저는 지금도 빨대로 액체를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그 기능은 입안에 음압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구강과 비강이 서로 통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음압을 만들지 못하죠. 아마 평생 다시는 빨대로 음료를 마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덩달아 스노클링이 필요한 스킨 다이빙이나 스쿠버 다이빙 같은 것들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무척 좋아하는 취미였는데..

 

물론 먹고 마시고 씹는 기능이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부분도 있죠.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나마 대체가 가 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걱정했던 것은 음성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정상적으로 발성을 하며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이었죠. 다행스럽게도 복구했습니다. 구강과 비강이 통해있는 탓에 발음이 새긴 하지만 연습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었고 아주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잘 모르는 수준까지 복구했습니다.

 

정 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수술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거 참.. 또 있습니다. 처음 수술할 당시, 의사 선생님은 제가 오른쪽 안구, 즉 눈동자를 잃어버리지 않은 것을 다행 으로 생각하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안구에까지 암이 퍼져서 그런 게 아니라 안구를 지지하고 있는 뼈와 근육의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안구를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다행히 이번 재수술에도 안구 제거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죠. 암 치료를 위해 안구를 제거한다… 말은 쉽죠. 그거 결정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 뭔가를 잃어 버리는 것을 감내할 것인가를 재 보는 저울의 반대쪽에는 생명이라는 추가 올라가 있다는 겁니다. 그 생각을 해 본다면 지금 안구가 문제입니까? 얼굴 반쪽을 날리는 한이 있어도 해야죠. 외모는 어떨까요? 오른쪽 상악골을 제거하는 규모에 따라 외모상 광대뼈 부위가 함몰하게 될 겁니다. 1차 수술 때에는 거의 함몰이 없었지만,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멜라닌 색소가 심하게 모여서 얼굴색이 시커 멓게 변했었죠. 이번에는 약간의 함몰이 외부에서 보이게 될 거라고 합니다. 뭐 할 수 없죠.

 

50년 간을 잘생김과 함께 살아왔으니 이제 앞으로 50년은 잘생김을 좀 내려놓고 사는 게 사회적 형평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환자라서 까방권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실제로 병원에서 외래로 진찰받고 하는 과정에서 저와 유사한 수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떤 나이 든 여성분을 만났었습니다. 그분은 한쪽 안구도 제거하셨고, 얼굴 한쪽이 전반적으로 함몰되는 상황까지 가셨더군요. 그분을 보면서 오히려 안심이 되었습니다. 나도 저렇게까지 가더라도 치료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오히려 종양이 상악골에서 위로 자라고 있으니, 구강 쪽 기능은 더 이상 잃지 않을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건 행운이죠. 뭐 최소한 먹고 마시고 말하는 기능만 살아 있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생명은 그만큼 소중합니다. 그거 누구나 다 알죠. 그러나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가지 고 있는 것들을 자꾸 하나둘씩 잃어버리게 되는 것,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유쾌하다니요. 아주 끔찍 하고 참담한 일이죠. 

 

이런 상황에까지 오자, 애초부터 남들이 다 가진 뭔가를 잃어버리고, 아니 처음부터 아예 받지를 못하고 평 생을 살아가시는 분들에 대한 경외심이 들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불편할까. 정말로 사람은 말로야 다 이해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해하려면 자신이 직접 겪어 봐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죄송합니 다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해한다는 말, 저는 못 믿게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 당해보면 진 짜로 뭔가 다르거든요. 이번에 수술을 하게 되면, 뭔가를 얼마나 더 잃어버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무엇을 잃어버려도 좋으니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다 쓸 수 있도록 생명을 돌려 달라는 것. 그거 하나만 보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2017.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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