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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803

박성호
2017-08-03 12: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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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어가고 있다고 쓰고 마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상태를 솔직히 적어주고 제가 어떤 문제들을 겪고 있는지를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 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은 바도 있고 해서 현재 제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적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가장 상위에 자리 잡은 위험은, 언제든지 암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다시 재발하게 되면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위험한 가능성이죠. 어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재발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의학에서도 그건 알 수 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이 무서운 거라는 말과 함께 나오죠. 젠장..

 

저는 그저 어디 공기 좋은 산골짜기에 거처할 곳을 마련하고 들어가 몇 개월에서 몇 년정도 도를 닦는 마음으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뿐입니다. 그게 재발 가능성 을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를 할 뿐입니다.

 

좀 더 작은 문제들이라면.. 일단 시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광대뼈 근처 안구를 받쳐주는 구조물에도 암세포가 번졌고 그걸 제거하는 과정에서 변형이 왔고 안구가 약간 쳐지면서 위치 이동이 생긴 거죠. 물론 안구를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지만 그로 인해 사시가 왔고, 이는 운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 됩니다 시야에 보이는 물체들이 다 두 개로 보이게 되니까요.

 

다행이라면 이 문제는 빠르게 해결되고 있습니다. 제 뇌가 알아서 맞춰주는 것 같더군요. 양쪽 눈에서 가져 온 영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보정을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청력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건 전혀 인식도 못하던 문제인데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발견했습니다. 오른 쪽 귀의 청력이 현저히 약한 거예요. 마치 귀마개를 하고 듣는 것처럼 소리가 아주 멀고 흐리게 들리더군요. 이는 수술 등을 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귀에 약간의 이상이 오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 같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후속 조처에 따라 영구적인 청력 손상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장애인지 밝혀지겠죠.

 

후각에는 문제가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미각은 괜찮은 것 같아요. 1

저작능력, 입을 벌리고 뭔가를 씹는 능력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기능적으로는 이 문제가 제일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 입을 많이 벌리질 못해 뭔가를 입에 넣기가 어려워집니다. 이거 때문에 그렇 게 아프게 연습을 많이 했는데 한 순간에 허사가 되고 다시 처음부터.. 좀 억울하네요. 저작기능에 관련된 강력한 근육(광대뼈 주변, 관자놀이 주변에 있다고 합니다. )들이 암세포에 의해 공격을 당했고, 그걸 제거하는 과정에서 손상이 많이 온 겁니다. 입을 벌리면 상당한 통증이 오고 또 이로 인해 입 안에 들어온 음식물을 어금니로 씹는 기능이 거의 무력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배고파 죽겠는데 밥을 못 먹고 죽을 먹어야 되고, 백김치에 떠 있는 배추 한쪽을 씹어도 고통이 느껴집니다.

 

수술 자리가 아물고 꾸준히 아픔을 참고 운동을 해서 근육 기능이 회복되면 풀릴 문제입니다. 그런데 저 “참고 꾸준히 운동”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 아십니까?

더해봐야 하소연이 될 뿐이니 그만하죠. 다만, 현재 상태는 사과 한쪽을 못 씹어 먹는 상태라는 얘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비강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연조직이 대부분 암세포에 의해 점령당한 탓에 모두 제거되었고 이로 인해 경동맥이나 뇌로 가는 중요한 신경조직 등 주요 부위가 노출되면서 이를 덮기 위해 허벅지 피부 조직을 이식했습니다. 이 이식은 매우 잘되었다고 하네요. 이번 수술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 중의 하나 같습니다. 이로 인해 허벅지에 상처가 발생했죠. 상처도 아니죠. 그냥 일부러 피부 조직을 벗겨낸 자리.. 거든요. 허벅지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겠죠. 아니 왜 잘 지내고 있는 나를 왜? 왜에~~~~? (마사오 목소리) 손바닥만 하게 벗겨낸 자리가 남았고 빠르게 아물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만 수술실에서 나와 처음으로 그 자 리에 붙여둔 거즈(수술실에서야 전신마취 상태에서 조직을 벗겨내고 지혈제 듬뿍 발라 거즈를 아주 찰싹 잘 붙여주셨겠죠. 그걸 한 삼일 지나서 맨 정신으로 뜯어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를 벗겨내는 치료를 받다가 진짜 실존하는 별을 봤습니다.

 

저는 아무 기억도 없는데 저를 치료해주신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제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이런 소릴 했다는군요. “실존하는 인간의 추상적 가치 기준에 입각해서 판단해 봤을 때 이 행위는 문명인을 대상으로 행해져서는 안 될 반인류적인 행동이며 인간성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이런 증언을 했음을 부인하셨습니다. 대신 "이건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야 ~라는 단말마적인 비명은 들은 것 같기도 하다고.. ) 지금도 이 허벅지 상처 때문에 잘 걷질 못하고 있습니다. 상처 자체가 아픈 것은 아닌데, 누워 있다가 갑자 기 일어서거나 하면 피가 그 부위로 확 쏠리면서 아주 참기 힘든 통증이 몰려오곤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죠. 아마 그것도 계속 혈관에 붓고 있는 진통제 덕분인 것 같기도 하지만..

 

대략 이 정도입니다.

 

변비나 못 먹어서 살이 빠진 것 정도는 그냥 애교로 넘어가죠.

 

이런 정도가 암이라는 병, 그걸로 인해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제 생명을 구하는 대가로 반대쪽 저울 접시에 올라갔던 제 손실의 목록입니다.

 

어떤 것들은 영구적인 손실입니다. 제가 이번 삶을 사는 동안에는 다시 복구하지 못할 감각과 기능의 손실 들입니다. 어떤 것은 일시적인 손실이거나 그냥 고통일 뿐입니다. 그러나 절대 고통을 경시해서는 안됩니 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발전해 온 겁니다.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고통의 총량 감 소. 이게 문명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거나 이런 “자잘한” 문젯거리들 속에서 저는 서서히 회복을 하고 있고, 회복이 생각보다 잘 되어서 어쩌면 내일모레 토요일에 퇴원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술이 잘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남았는데 뭐가 좋냐고요? 저는 생명을 구했거든요. 찾아온 죽음의 신에게 “낫 투데 이!!”라고 외쳐주고 돌려보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병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신촌의 하늘은 참으로 아름 답습니다.

 

2017년 8월 3일

 

뱀발 : 제가 입원해 있는 병실의 침상은 바로 유리창을 통해 병원 전체의 전경이 보이는 좋은 자리입니다. 저는 인식도 못했는데 잘 아시는 분이 병문안을 오시더니 도대체 누구 도움으로 이렇게 좋은 자리를 단번에 구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분께서 도와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니면, 세상을 착하게 살아와서 그런 건가? 아니면 잘생겨서 그런 건가? 뭐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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