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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811

박성호
2017-08-11 15:08:48

미친듯한 폭염이 한 풀 꺾이고 이젠 밤이 되면 선선하니 바람도 좀 들고 살만해졌습니다.

 

달력을 보니 말복 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한 두 번쯤 더 무더위가 오겠죠. 하지만 올여름도 이제 내리막길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물론 계절 이라는 것이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고, 또 자전축이 공전 축에 비해 상당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 하는 현상이니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안다 하더라도 꼬박꼬박 날짜 맞춰가며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 마련이죠.

 

삼복더위라고 할 때 이 삼복은 뭘까요?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게 음력 기준인지, 양력 기준인지 무슨 기준으로 정한 날인지 그런 것은 잘 모르실 겁니다.

 

농담 삼아 사복(광복절까지 포함해서)이라고 하기도 하는 이 삼복은 정식 절기는 아니고 절기에 붙여 있는 잡절 중의 하나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이 삼복은 진나라 때 시작되었다고 하니 기원전부터 삼복의 풍습이 있었던 걸로 봐야겠죠.

 

동양권에서 과거 사용하던 태음태양력 기준으로 몇 월 몇 일 하는 것은 태음력입니다. 달을 기준으로 하고 있죠. 그러나 달력을 달을 기준으로 해서 사용하게 되면 어업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조수 간만의 차이를 명 확하게 보여주니까) 농사에는 굉장히 불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태음력을 쓰면서도 태양력에 기준한 24절기 를 섞어서 쓰게 됩니다.

 

즉 몇 월 몇 일 하는 것은 태음력으로 하고, 대신 입춘 우수 같은 24절기를 태양력 기준으로 배치해서 이 절 기를 보고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게 하자는 거죠. 사실 태음태양력은 굉장히 우수한 달력입니다. 현대의 달력은 그레고리력이라고 해서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율리우스력을 개정해서 만든 달력인데 태 양력만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달력을 들여다봐도 오늘 밀물이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부족한 거죠.

 

그에 비하면 우리가 과거에 쓰던 태음태양력은 계절의 변화와 달의 변화를 모두 보여주는 좋은 달력이었는 데 사회의 문화가 서구적으로 변하면서 그레고리력을 쓰게 된 걸 어쩌겠습니까.

 

하여간 삼복은 24절기에 직접 포함된 날은 아니지만 24절기를 기준으로 잡히는 날입니다.

 

24절기에 의하면 한여름은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정도의 절기 사이의 기간입니다. 따라서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을 초복, 네 번째 경일을 중복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입추가 지난 뒤 처음 오는 경일을 말복으로 잡는 겁니다. 경일이라고 하면 날짜에 붙이는 십간십이지 중에서 십간에 의해 갑을병정무기경신 할 때 바로 그 “경”이 붙 은 날을 의미합니다.

 

즉 경일은 10일 간격으로 반복되게 되어 있는 거죠. 이렇게 허술하게 잡으면 24절기의 배치에 따라 중복과 말복의 간격이 10일이 되었다가 20일이 되었다가 합니다. 그래서 초복부터 말복까지가 20일로 끝나면 매복이라고 하고, 그 간격이 벌어져서 30일로 끝나는 해는 월복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현대에 와서는 거의 안 쓰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의미는 그냥 더운 날이에요. 더위에 지치지 말고 건강관리 잘하라는 의미도 담겨있고, 그게 한쪽으로 치중 되어 복날에는 보신탕을 먹어야 한다는 풍습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보신탕만 탕이 아니니까 삼계탕을 먹어 야 한다고 해서 시내 삼계탕 집은 복날이 되면 재료 확보하느라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하는데요.

 

과거와 달리 단백질 공급에 부족함이 없는 현대사회에서는 복날이라고 뭐 꼭 그렇게 단백질을 먹을 이유는 없다고 하니, 그냥 시원한 냉면이나 한 그릇씩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정해져서 관습적으로 지켜 내려온 말복이 오늘이라는 것이죠.

 

삼복더위도 막을 내려가는 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전통과 관습이라는 것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레고리력에 기반한 달력을 아무리 뜯어봐도 삼복이 며칠인 지는 안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의 태음태양력을 다 없앤 척하면서도 은근히 꺼내 들고 하지가 어떻고 입추가 어떻고 하면서 복날 되면 삼계탕 먹으러 다니고..

 

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 여름 가장 더운 기간을 수술받고 회복하면서 보냈습니다. 더위도 잘 모르고  냈고 심지어 제가 뭘 한건 지도 모르면서 보냈거든요.

 

작년에는 사실 수술보다 더 끔찍한 방사선 치료받으면서 한여름을 다 보내기도 했죠. 컨디션이 좋았다가 또 반대급부로 나빠졌다가 하면서 기복이 심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나름 괜찮은 컨디션이라서 마음이 놓이네요. 또 금방 나빠질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의 인생은 이어져 가고, 그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이면 한 사회가 되고 그 사회의 역사가 흘러 가고, 사회적 전통과 관습은 지켜지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변해 어느 순간이 되면 완전히 다른 관습을 갖 게 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우리네 인간이 만들어 가는 역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굴러다니는 작은 모래알 한 알갱이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그 역사가 어느 쪽 으로 흘러가는지는 지켜보고 싶습니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눈을 똑바로 뜨고 말이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 시대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이 그냥 내 욕망을 채 우기 위해서 타인을 괴롭히고 부당한 일을 행하는 그런 삶을 살아오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안 그러려고 노력을 하긴 했는데 결과는 제가 평가할 일은 아니겠죠.

 

이제 무더위도 끝나갑니다. 여러분들 모두 올여름 잘 보내시고 이제 반도 안 남은 2017년 한 해 잘 보내시 길 기원합니다.

 

2017.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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