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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818

박성호
2017-08-18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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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면서 날짜를 적다 보니 8월 18일이군요. 이러면 나이 좀 되시는 분들은 바로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저는 어려서 그 사건이 뭔질 전혀 모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일이라는 점이 더 널리 알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사회에는 심지어 과분할 정도의 위대한 정치인이었고 그분의 인생은 그야말로 고 난의 연속이었죠. 과연 다른 어떤 사람이 그런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잃지 않고 평생을 한 길로 달려가 그 정도로 위대한 성과들을 일구어 낼 수 있을지, 정말 감탄만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 어르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아직도 제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습 니다. 말 그대로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울음을 터트리는 걸로 보였거든요.

 

그 순간 제가 느꼈던 것은 바로 이겁니다.

“순수함이 위대할 수 있는 거구나!”

자신의 후임으로, 자신이 기대를 걸고 있던 젊은 정치인 노무현의 비극적 최후를 지켜보는 노정객의 입장에서 유불리에 대한 온갖 계산적 생각들로 머리를 채우지 않고 오로지 한 인간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토록 애 통한 울음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그분의 힘이고, 그분의 인생을 상징하는 가장 적절한 특징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 자리에서 온갖 가식의 외피를 쓰고 슬픔을 표시하는 다른 수많은 정치인들이 조금은 비루해 보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간만에 아침에 일어날 때의 컨디션이 꽤 좋은 날이었습니다. 보통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자기 전에 먹은 진통제의 약효가 시간이 지나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통증이 시작되면서 아파서 눈을 뜨는 식이거든요.

 

물론 오늘 아침에도 역시 통증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복되는 통증에는 적응도 된다는 사실. 인체의 능력은 놀랍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통증의 비중은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저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턱근육의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이것만 해도 사실 살만해요.

 

아직 입을 많이 벌리질 못해서 모든 반찬은 아주 얇은 형태로 만들어야 먹을 수 있는 상황이긴 해도 그것조차 움직이는 게 힘들어서 밥 한 끼 먹고 나면 무슨 큰 싸움을 치른 것처럼 턱이 얼얼하던 그런 상태는 넘어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아침처럼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창밖의 새소리가 잠을 깨우는 그런 날도 오는 거겠죠.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여러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저도 전혀 몰랐거든요.

 

식사량도 점점 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체중 감소도 멈춘 것 같습니다. 이제 체중을 늘려야 하는 상태가 된 거죠. 집 근처 호수가를 한 바퀴씩 돌거나 중량을 아주 가볍게 한 웨이트 등 가벼운 운동을 슬슬 하면서 식욕을 더 올려야 되고, 생활도 계속 규칙적으로 해 나가는 등 잘 관리하면 수술 후유증은 어지간히 극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뭐, 너무 많은 조직을 긁어낸 얼굴 오른쪽 부위는 외관상으로도 약간 함몰되어 보이는데 이거야 어쩔 수 없는 거죠. 오십 년간 잘생김과 함께 살아왔으니 앞으로 오십 년은 그냥 살아도 될… 아..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면 만사 다 편하게 될 것 같기도 한데.. 사실은 중요한 고비가 더 남아 있죠. 바로 다음 주로 예정된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여부 결정과 일정에 대한 일입니다.

 

뭐 길게 설명할 것도 없죠. 재발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선 의료진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 후유증과 고통을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과연 지금의 제 몸이 얼마나 버텨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을 아무리 혼자 해 봐야 아무것도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만 뭔가 앉아서 조금만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이 쪽으로 달려와 버립니다.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면서 몸은 조금씩 더 회복이 되어가고 있는데 마음은 조금씩 더 무거워지네요.

 

에잇. 마음이 무거워져서 오늘은 좀 짧게 끝내겠습니다.

 

2017.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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