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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826

박성호
2017-08-26 15: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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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꽤 오랜만에 낫투데이를 올리게 되는군요.

 

일단 수요일에 보철을 개선하려 했으나 턱이 너무 안 벌어진다는 이유로 보류되고 말았습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시간이 더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갭이 꽤 커서 발음이 많이 새는 관계로 정상적인 대화나 전화 통화 에 어려움을 겪는 불편함이 좀 더 연장되니 답답하긴 하네요.

 

그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고. 목요일에 항암치료를 담당하게 될 종양내과 선생님과 방사선 치료를 하실 방사선종양학과 선생님을 차례로 면담을 했습니다.

 

먼저 종양내과 쪽에서는 방사선 치료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항암치료의 방식이 약간 바뀔 뿐, 재발의 확률을 낮추기 위해 항암치료는 무조건 하자는 쪽으로 얘기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항암치료는 1차 수술 때 안 했기 때문에 한 번 해 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굳히고 있긴 했었으니까 별다른 이견은 없었죠.

 

문제는 방사선 치료였습니다. 1차 때 상당히 많은 양의 방사선을 쪼이는 방사선 치료를 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딱 1년 지난 거죠. 그때 방사선을 쪼인 바로 그 자리에서 종양이 또 발생했습니다. 방사선 치료 담당 교수님도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하십니다. 대체로 의사 선생님이 갸우뚱한다는 것은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죠. 일단 재발한 위치도 별로 안 좋고 속도도 너무 빠릅니다. 이로써 제 몸에 생긴 종양은 그 속성이 매우 안 좋 은, 행동 방식이 아주 나쁜 성질의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겁니다.

 

수술받고 방사선 치료받고 1년간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가 갑자기 막판 한 달 만에 급속도로 재발을 해서 꽤 크게 성장을 해 버린 셈이죠. 이건 정말 안 좋습니다. 거기에다 제가 방사선을 꽤 많은 양을 맞았기 때문에 겨우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또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다면 훨씬 더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조직이 괴사 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죠.

 

제 입장에서는 재발 확률이나 방사선 치료의 효과 혹은 부작용 등도 중요한 문제지만 방사선 치료 자체가 주는 고통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매우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6주간 주 5회, 총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막판에 4-5주 차 정도 가면 완전 초주검이 되어 식사도 거의 못하는 상태가 되었었거든요.

 

정말로, 너무 아픕니다. 혼자 화장실에 숨어서 세면대를 붙들고 울었을 정도입니다. 나이 오십 먹은 아저씨가요.

 

결국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어차피 의료진은 치료의 방법을 제안할 뿐이고, 그 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환자 본인이다. 본인이 부작용을 각오하고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치료는 불가능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선택 을 하시라.”

 

저는 결국 2-3일의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걸로 진료를 마감했습니다. 저번에는 그나마 방사선 치료만 받았는데, 이번에는 방사선 치료보다 더 무섭다는 항암치료를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의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대전제, 큰 틀에서의 목표는 변 함이 없는 상태죠.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 반론이 들어오죠. 그거 받는다고 재발이 안 된다는 보장이라도 있냐는 겁니다. 그런 보장 같은 건 없습니다. 결국 다시 재발할 거 몸만 축나고 건강만 상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암환자들이 이렇게 가느다란 희망을 붙들고 항암 치료를 하고 방사선 치료를 하 면서 그나마 있던 체력도 잃고 건강도 잃고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많이 봤습니다. 어차피 암이 발병했다는 진단을 받는 순간 저는 시한부 인생이 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치료 잘 받고 완치될 확률? 아주 대략적이긴 하지만 구강암의 경우는 5년 생존율이 30%가 채 안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그 확률을 믿고 저 무식한 방사선 치료와 그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또 받아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이 계속 듭니다.

 

가족들에게 물어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건 무조건 당신의 결정을 지지하겠다는 아내의 말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힘들어집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고민이 지속됩니 다. 나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입장까지 고려하려니 머리 속은 훨씬 더 복잡해집니다.

 

결국은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재발의 확률을 낮추기 위해 내가 가진 건강과 체력이라는 자산을 쏟아부어 베팅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무리하지 말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남은 시간을 좀 더 평온하게 보낼 것인 가 하는 싸움이 됩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얼마나 빨리 재발할지는 또 모르는 거죠.

 

저는 정말로 아무 이상 없이 깨끗하다는 1주년 기념 검사의 결과를 받아 들고 나서 딱 한 달 만에 이렇게 재발한 경험을 했 거든요. 즉 치료를 포기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봐야 당장 내일 재발할지 모른다는 걱정과 우려가 끊이지 않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삶의 질이 유지되겠냐는 것입니다.

 

차라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이젠 운명에 맡겨야 한다”는 심정으로 지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연요법이나 대체의학 계열에서는 방사선이나 항암치료 자체가 병을 더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하 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왜 그런 주장을 믿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죠.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는 분명히 재발 확률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료진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치료과정에 대한 기록과 통계가 입증을 하는 사실이거든요.

 

결국 하루 이틀간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쪽이었죠. 방사선 치료도 받고 항암치료도 병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한 6주간 완전히 고난의 주간이 되겠 군요.

 

잘 버텨야 할 텐데.. 정 못 버티면 하다가 멈추는 수도 있긴 합니다만 아마 제 성격상 끝까지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몇 개월 간 회복의 시간을 갖게 되겠죠. 그렇게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야 원래 제가 마음먹었던 깨끗한 산골짜기에서 사는 삶을 구현할 수 있을 겁니다.

 

방사선 치료하고, 항암 치료도 하고,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깨끗한 음식 먹으면서 스트레스받지 않는 삶을 살고, 그렇게 살면서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또 고민을 해 봐야겠죠.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정말 안절부절못하고 스트레스받고 고민되고 잠도 안 오고 하더니 딱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어젯밤에는 잠도 잘 잤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다 아물지도 않은 수술 자리에서 오는 통증과 방사선 항암치료가 가져올 통증이 겹쳐지고 몸이 상해 가는 걸 어찌 버텨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되면 의왕에서 통원이 힘들어질 거 고 그러면 신촌 근처에 숙소를 구하거나 원래 이런 용도로 쓰는 요양병원 입원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네요.

 

뭐 살다 보면 이런저런 난관이 닥치기 마련입니다. 이번에 닥친 난관은 그리 만만치 않은 심각한 난관인데, 그렇다고 뭐 울고 앉아 있으면 누가 해결해 줍니까? 웃으면서 버텨나가야죠.

 

사람은 부서질 수는 있지만 절대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저 또한 어떤 결론이 나오건 결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너무나 감사하게 응원을 해 주시고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한 분 한 분 감사하다고 인사도 못 드리는 상황이었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죄송하고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더 많은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게 되었네요.

 

뻔뻔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더 도와주시길 바랄 수밖에.. 여러분들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7.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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