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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905

박성호
2017-09-05 15: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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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글을 쓸만한 상태가 아닌데 그냥 끄적끄적해 봅니다.

 

요 며칠 아주 힘든 상태거든요. 일단 자세한 얘길 하려면 항암치료 시작한 날부터 해야 될 겁니다. 그 얘기 는 컨디션 좀 돌아오면 구구절절하기로 하죠. 하여간 항암제를 4일에 걸쳐 맞았는데,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구역질도 별로고 좀 무디게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오히려 1세트 치료가 끝나고 그 뒤 주말부터 부작용이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견디질 못하겠습니다.

 

차라리 구역질이 나서 막 토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메슥거리면서 울렁울렁 거립니다. 이게 신장이 피해를 입는 건지 청신경이 피해를 입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지럼증이 매우 심하고 주변이 빙빙 돌다가 두통이 심해 지다가 합니다.

 

속은 속대로 부대껴서 미음이라도 한 공기 먹고 나면 속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 되고 그러네요. 거기다가 처음에는 멀쩡하던 입안 점막이 며칠 지나고 나니까 허옇게 백태가 끼면서 상해가기 시작합니다. 가글하고 뭐 하고 하라는 거 다 해도 별무효과.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잃어가면서 코에는 계속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하고 낯선 냄새만 계속 납니다. 이게 또 울렁증을 유발하고.. 앉아 있기도 힘들어서 누워 있게 되고, 뭔가를 제대로 먹질 못하니 체력이 더 떨어져서 절절매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그나마 후유증이 조금씩 완화되고 회복되는 걸로 생각했는데, 3-4일, 그러니까 금 요일에 1세트 마무리를 했으니 오늘이 토, 일, 월, 화 벌써 4일차네요. 4일차에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예약되어 있던 병원 진료를 연기시켜 버리고 누워서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정말 버틴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습니다. 저만 그런 건지 다른 항암 투병 환자 여러분들이 모두 이런 경험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힘내시길 빕니다.

 

일요일이 최악인 줄 알았고, 월요일에는 조금 나아진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다시 월요일보다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리니, 이러다가 나아지는 게 아니라 더 악화되는 게 아닌지, 밑바닥이 어디인지 겁이 덜컥 날 정도입 니다. 

 

후아.. 진짜.. 힘듭니다. 그 와중에 뭔가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군요. 조금 사적인 일인데, 그냥 털어놓겠습니다. 재발 판정받기 직전에, 뭔가를 하나 샀습니다. 제가 공개적으로 는 가급적 얘길 잘 안 하려고 하는 취미가 있는데 바로 낚시거든요. 이게 아주 오래된 취미이긴 하지만 이런 저런 논쟁적인 문제들도 많은 구석이 있어서 그냥 사적으로만 유지하고 있었죠.

 

그것도 근래 들어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모종의 이유로 끊고 살았었습니다. 모종의 이유는 무슨, 그냥 돈이 없어서 끊은 겁니다. 바 다낚시는 진짜 제대로 하려면 골프보다 돈이 더 많이 듭니다. 그러다가 최초 진단받고 수술받고 방사선 치료받고 한 일 년간 회복기를 보내면서 갑자기 낚시가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요.

 

해서 예전 장비들을 다시 탈탈 챙겨서 손질하고 낚시를 갔었습니다.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바다에서 쓸만한 새로운 낚싯대를 하나 질렀어요. 릴은 그냥 예전에 쓰던 거 분해결합 청소 정비해서 다시 쓰기로 하고. 낚시 장비들은 무척 비싸거든요. 그걸 조립해서 제가 앉아서 글 쓰는 책상 앞 벽에 걸어 뒀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면 그 낚싯대를 바라보면서 바다에 나가 배 타고 물고기 잡는 상상을 하는 거죠. 그러면 힘이 납니다. 그러나 이젠 책상 앞에 그게 놓여 있어도 그걸 바라봐도, 내가 이거 언제 다시 나아서 바다를 나가겠나 싶어서 실감이 안 납니다. 오히려 속상 하죠. 저거 한 번 쓰지도 못할 거 괜히 사서 묵힌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그 새 낚싯대 세트가 문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요. 그 순간 머 리 속에 떠올랐죠.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저 낚싯대 들고 바다에 한 번 간다. 그 날이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낼 생각입니다.

 

그렇게 다짐을 해 봐도, 힘든 건 사라지지 않네요. 하하…

 

2017.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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