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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913

박성호
2017-09-13 15: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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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이어지는 낫투데이입니다.

 

뭐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못 썼던 것은 아니고 그냥 간단히 말해서 글을 쓸 만큼의 체력이 안되었다고 표현 하는 게 맞겠네요.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메스껍고 어지러운 증상이 강하게 오는 걸로 며칠 고생하겠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어지러움은 생각보다 강하게 타격을 주더군요. 진짜 완전히 녹다운되었었습니다.

 

부작용의 지속기간이 한 일주일 정도 될 거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일주일이었어요. 그게 한 삼사일 강하게 지속되고 약해지면서 일주일이면 사라진다는 걸로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든 정도의 고통이 지속되다가 일주일이 지나면 조금 견딜만한 수준으로 약해진다는 뜻이었나 봅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힘들었던 것은 식사였습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고 마음의 각오를 아무리 단단히 해 봐야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할 거 같은 상태에서 뭔가를 먹을 도리는 없었습니다. 이 럴 때 긴급 투여되는 경장영양액조차 그 냄새도 맡기 싫고 한 모금 넘기면 세 모금이 넘어오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그거 한 봉다리 먹어봐야 밥 한 공기만큼의 칼로리도 안 되겠죠.

 

묽은 죽, 각종 곡물을 갈아 우유 에 탄 죽, 뭐 이런 것들을 조금씩 마셔가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생으로 굶다 보니 체력은 더 떨어지고 증상은 더 악화됩니다. 네거티브 피드백이 발생하는 거죠. 증상이 있어 밥을 못 먹고 밥을 못 먹으니 체력이 떨어져 증상이 더 심해지고 계속 반복됩니다.

 

제가 특별히 부작용이 심했던 걸까요? 항암제를 주사로 맞을 때, 이미 제 체력이 어느 선 이하로 떨어져 있 었기 때문에 더 심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1차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받으면서 바닥을 찍었던 체력이 10개월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겨우 회복세로 돌아 섰는데, 2차 수술받으면서 그간 회복했던 것을 홀랑 날려버리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체중의 변화를 보면 그 곡선의 높이가 보이더군요. 그 상황에서 항암제를 맞아서 그 부작용이 극대화된 게 아닌가 합니다. 또 한편으로 놀랐던 부분은 이런 부작용들을 여성들이 더 잘 견디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아내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해 봤는데 제가 겪은 증상이 거의 입덧과 유사하더군요.

 

솔직히 저 는 그런 종류의 고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아이를 가지고 입덧을 하는 아내를 보면서도 “뭐 그냥 좀 메스껍고 그러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부작용을 겪으면서 이러이러한 느낌이라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아내는 그거 정말로 입덧하고 똑같다며 신기해하더군요.

 

아내는 이미 오래전에 그런 고통을 견뎌냈던 겁니다. 좀 울컥하더군요. 정말로 미안하고 죄스러웠습니다. 하여간 그런 부작용을 오랜 시간 동안 겪다 보니까 뭔가 집중해서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져 버렸어요. 즉 뭔가 생각을 모아 글로 표현해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거죠.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실 글을 쓴다는 것 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공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장 서너 개를 연속으로 만들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낫투데이 쓰는 걸 잠정 중단을 했던 것입니다. SNS에 시답잖은 농담이나 한 줄씩 올리 고 그랬습니다. 그거 결코 몸과 마음이 편해서 올렸던 거 아니에요. 잠시라도 현실의 고통을 잊어 보려고..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써야지 했는데, 부작용이 가라앉고서도 못 쓰고 있었습니다. 부작용이 가라앉으면서 이제는 식사를 좀 하게 되고, 물론 그래 봤자 구강 문제나 턱 근육으로 인한 입 벌림 이 안 되는 문제 등으로 인해 맘껏,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식사가 가능하다는 것만으 로도 삶의 기쁨을 느끼는 상황이 되었고, 60kg 아래로 떨어져 버렸던 체중이 조금씩 회복이 되기 시작하면 서도 글을 못 쓰겠더군요.

 

표면적으로는 두통 때문입니다. 어지럼증이 사라진 뒤에 선물로 남은 것 같은 두통이 지속됩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잠시 가라앉았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또 돌아오고, 뭔가 고민을 하면 바로 두통이 생기고 뇌의 활동력이 약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몸에서 체력이 뒷받침이 안되니까 뇌가 정상적으로 가동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뭔지 모르겠어요. 무시무시한 항암제 부작용에 억눌려 느껴지지도 않던 수술부위 통증도 조금씩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그런 통증들은 보통의 진통제로도 막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도 너무 떨어져 버린 체력으로 인해 글쓰기가 안 되 는 상황을 겪고 있다는 거죠.

 

핵심은 체력인 거죠. 결국 담당 의사 선생님들에게 하소연을 해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조금씩 미뤘습니다. 최소한의 체력을 좀 갖추고 다음 단계로 가야 할 것 같아서요. 동의해 주시더군요. 열심히 식사하고 산책이라도 꾸준히 해서 체력을 좀 회복시키고 오라고 말이죠. 그래야 되겠습니다. 최소한 2차 수술받기 직전의 상태 정도 만이라도 회복이 되어야 할 텐데 싶습니다.

 

그러면 항암치료건 방사 선 치료건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안되면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요. 무섭습니다. 제가 버틸 자신이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삽니다.

 

두 가지 교훈을 배웠습니다.

 

하나는 이 땅의 모든 여성분들, 그중에서도 출산과 그로 인한 입덧을 겪어 내신 분들께 우리 모두 삼가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겪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당신들께서 얼마나 대 단한 일을 해 내신 것인지 말입니다. 진심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 제 자신에게 좀 더 잘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좋은 음악이라도 한 곡 더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좋은 책, 좋은 그림이라도 한 편 더 감 상할 수 있게 해 주고, 좋은 생각을 더 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러고 싶습니다.

 

오십 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머리가 시키는 대로 혹사당해온 제 몸이 불쌍하더군요. 그렇게 혹사시키 더니 이제 와선 몹쓸 병이나 걸리게 하고.. 치료한답시고 또 고통을 겪게 만들고. 지금 느껴지는 통증, 고통, 부작용들이 모두 제 몸이 지르는 비명으로 들립니다. 충분히 쉴 수 있게 해 주고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충분히 맑은 환경 속에서 충분히 건강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주 고 싶습니다.

 

닥치고 나서야 참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습니다.

 

미리 꿰뚫어 보지 못했던 저 자신의 무능이죠 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가치를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쉬운 요즘입니다. 모든 게 다 욕심 탓이었겠죠. 여러분들은 그러지 마시길 빕니다.

 

2017.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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