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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낫투데이 20170922

박성호
2017-09-22 1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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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받은 직후에도 그랬지만 2차 수술하고 나서 컨디션은 완전히 엉망입니다.

 

암환자 컨디션이 좋으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부분적인 통증도 많고 전체적인 컨디션도 그렇고 하루하루 지내는 일상 자체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컨디션은 나빠집니다.

 

제 경우에는 주로 수술 부위 전반에 걸친 먹먹한 느낌이나 입을 벌릴 때 수반되는 근육통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고통이고, 은근히 사람을 괴롭히는 두통도 크게 한몫을 합니다. 거기다가 전반적으로 약해진 체력 때문에 책을 좀 보거나 뭔가를 하려고 하면 금방 지쳐 버리고 짜증이 나기 쉬운 상태가 되죠.

 

뭐 그 정도면 암 발병 이전에도 컨디션 나쁜 날에 겪게 되는 그런 수준의 고통일 수도 있습니다. 술 진탕 퍼 마신 다음날의 숙취라거나 간만에 심하게 운동한 다음날 겪는 근육통 같은 것일 수도 있어요.

 

고통의 진폭은 너무나 상대적이라서 어떤 것이 더 힘들다고 얘기하기 어렵잖아요.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암환자에게는 정말로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통증 자체도 엄청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건 과민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생각하기 따라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의지로 극복하고 무시해 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런 겁니다. 어떤 부위에 사소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멀쩡하던 목 부위에 살짝 통증이 오면서 조금 부은 거 아 닌가 하는 느낌이 온다고 칩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기가 오려나? 하고 넘어가거나 담배 좀 그만 피워야 겠네~ 하면서 잊어버리게 됩니다. 좀 더 아파지면 아마 약국에 가서 목감기 약이나 좀 사 먹게 되겠죠.

그런데 암환자에게는 그런 통증은 바로 임파선에 전이가 된 게 아닐까, 거기게 새로운 종양이 생긴 거 아닐 까 하는 연상작용을 일으킵니다. 특히 저같이 두경부암을 겪고 있는 환자라면 임파선에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행히 상악이나 하악이냐의 구분에 따라 상악 쪽에 발생한 종양은 그 아래로는 잘 전이가 안된다는 통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암세포의 전이는 거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대장암이 어느새 폐로 전이되고 간으로 전이되고, 췌장암 환자가 순간적으로 척수로 전이되는 증상은 아주 흔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췌장암이 폐와 척수로 전이되는 증상을 겪으셨었죠. 췌장암 진단을 받고 딱 3 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상악 부위에 발생한 종양은 위쪽으로만 전이된다고요? 그러면 또 준비된 것이 있습니다. 갑자기 두통이 좀 심해지면, 이거 뇌에 전이된 것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상상이 떠오릅니다.

 

그냥 정리하자면, 정말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통증 하나가 암환자에게는 신체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 되는 현상 아닌가 하는 공포심을 느끼게 하고 그 공포심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며 그렇게 위축되면서 더 컨디션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간에게만 있다는 추상 능력, 상상하는 힘이 오히려 나쁘게 작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당장 제 몸에 느껴지는 통증이 유발하는 아픔보다, 이런 비관적인 상상력이 유발하는 심리적 고통이 훨씬 컸습니다.

 

그것도 1차 발병 이후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받은 뒤에 이제 재발은 안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회복에만 전념 하던 1년 동안의 기간에는 좀 덜했습니다. 재발에 관한 공포는 조금 막연한 심리적 공포였으며 등산을 즐기고 다시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등 일상 업무도 진행했었으니까요.

 

사실 그때는 통증도 거의 가라앉았었고, 어쩌다 느껴지는 통증도 그냥 참아내거나 가벼운 진통제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재발을 겪고 2차 수술을 하고 나니까 이제 재발의 공포는 일상이 되었고 여기저기 느껴지는 작은 고통들 하나하나에 언제나 그 재발의 공포가 결합하면서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끼게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 그게 제일 힘이 듭니다. 악몽도 많이 꾸게 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죠. 일상 자체가,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힘이 든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하루하루 지나면서 고통의 양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줄진 않아요. 오르락내리락하게 되죠.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줄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오르락 내리락이 분명히 날씨하고 연관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최근 거의 확신하게 된 현상인데, 날씨가 맑고 쾌청하며 공기가 맑은 날, 통증은 확실하게 감소합니다. 날씨가 흐리고 저기압 일 때, 미세먼지가 많고 답답한 날씨일 때, 각 부위의 통증이 증가합니다. 이게 기압이나 기온이 신체 조직에 영향을 주는 건지, 아니면 심리적인 영향을 주고 그 심리적인 상태가 신 체에 영향을 주는 건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히 날씨는 컨디션에 영향을 줍니다.

 

아마 건강할 때에도 분명히 영향을 받았겠죠. 하지만 그 진폭이 고통을 받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 않으니까 몰랐을 겁니다. 이제 환자가 되고 나니까 그 진폭이 고통의 진폭과 맥을 같이 하면서 날씨의 변화에 따라 몸의 컨디션이 좌우된다는 걸 알게 되니까 정말로 맑고 쾌청한 날씨가 그리워집니다.

 

오늘 아침은 정말로 날씨가 좋군요. 저 또한 근래 들어 가장 괜찮은 컨디션을 즐기고 있습니다. 통증이 견딜 만한 범위 안에 머물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재발에 대한 공포심도 거의 가라앉게 됩니다. 그 틈을 노려 책 을 보거나 글을 쓰기도 할 수 있죠. 식사를 좀 더 할 수 있고 운동도 좀 더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바로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뜻이죠. 아주 단순하네요. 좋은 날씨는 삶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2017.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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