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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투데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박성호
2017-11-24 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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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저는 4남 2녀의 대가족 중 막내인 사람입니다. 즉 형제자매가 무척 많다는 뜻이죠. 어제 딸아이의 수능일을 맞이하여 형님 누님들에게 제 소식을 알리는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 카톡으로 발송한 내용이죠. 몇 가지 사적인 내용을 수정하고 낫투데이 연재 중 한 편으로 올려 봅니다. *)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형님 누님들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수능시험일입니다. ㅇㅇ(딸아이 이름)는 나름대로 준비를 갖추고 무사히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시험장까지는 이모가 태워다 주기로 했고 잘 도착했습니다. 포항 지진사태로 일주일이 연기되긴 했지만 뭐 나름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더군요.

 

이번에 역시 수의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거기가 안될 경우 다른 학교에도 갈 수 있도록 수능 응시 과목도 바꿔놓고 나름 준비를 많이 한 모양입니다. 아빠로서 딸아이를 보면 이제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계획하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잘 커준 것 같아 대견 하고 고맙기만 합니다.

 

대학 입시나 수능의 결과를 떠나 재수, 삼수의 기간 동안 부쩍 성장해 준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걸린 병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예전 같은 아이가 아니라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제 병세는 전체적으로 봐서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재발에 이어 2차 수술을 하고 그 뒤에 다시 재발을 한 상황이니 좋을 수는 없겠죠. 병원에서는 방사선과 화학 항암치료를 권했고 저도 그걸 시도했으나 항암치료가 1회 차 진행되는 동안 종 양은 다시 재발을 했고, 방사선 치료는 설계하고 1차 치료를 받았지만 제 컨디션이 감당을 못해 중단한 상 황입니다.

 

담당 의사도 치료 자체의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며 반신반의하는 쪽이었고, 여러 의사의 의견을 들어 보아도 반반으로 갈리는 상황이라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컨디션이 지나치게 악화되어 버렸고 궁리 끝에 모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잘 아는 의사가 거기 있어서 소개를 받았고, 또 담당 교수가 암환자의 컨디션 조절에 경험이 많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죠.

 

거기서 통증 관리를 좀 받았는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진통제를 써도 막기 힘든 통증이 그나마 좀 잡히기 시작했고, 그나마 좀 견딜만해졌습니다.

 

돌이켜 보니 2차 수술 이후 상태는 계속 안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체중도 계속 줄고 있고, 통증도 심했거든요. 종양으로 인한 통증은 이게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섭더군요. 그래도 이제는 조금 강한 진통제를 쓰면서 통증도 좀 견딜만해졌고 체중이 줄어드는 속도도 상당히 멈춰 놓은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병원에서도 뭐 별다른 뾰족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도 하죠. 종양은 지금도 자라고 있을 텐데 말이죠.

 

걱정입니다. 1차 수술 끝나고 상처가 아물고 운동하고 산에 다니면서 재발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점과 비교해 보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가 느껴집니다.

 

식사도 잘 못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2차 수술의 여파로 개구장애가 발생한 것인데 턱이 안 벌려져서 억지로 벌리면 근육에 통증이 옵니다. 의사들은 자꾸 입 벌리는 연습을 하라고 하는데, 그 연습을 하고 나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가 되고, 막상 운동의 효과도 잘 나질 않네요. 그래서 턱 운동이 잘 안되니 자꾸 유동식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되고 그것도 많이 먹질 못하니 체중이 자꾸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는군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진 않고 있습니다. 사실 최초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에 각오했던 일들이 지금 생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뭐 크게 더 나쁠 것도 없죠. 암이라는 병이 원래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점, 수술 한 두 번으로 그렇게 쉽게 치료되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행운이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을 뿐입니다. 현대의학의 치료법도 한계가 있고, 구강암의 5년 생존율이 20%가 안된다는 통계도 있는데 그렇게 쉽게 회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이기도 할 겁니다.

 

종양은 자라고 있을 거고, 제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무서운 종양도 결국은 제 신체의 일부이고 자연의 섭리에 따를 뿐이라는 거겠죠.

 

저는 제 몸을 믿기로 했습니다. 어느 순간 종양의 성장이 멈추고 어떤 균형점에 도달해서 그대로 평형을 유지하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경우도 꽤 많다고 하더군요. 물론 종양이 갑자기 스스로 축소되어 사라지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행운까지 바라지는 않아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 강원도 같은 곳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이제는 제가 혼자 가서 생활을 영위할 상황이 안되고 해서 전에 살던 곳에서 산기슭 쪽으로 더 올라간 조용한 지역에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깨 끗한 빌라로 옮겨서 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사는 12월 1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거기로 이사해서 산에 있는 절 같은 곳으로 산책이나 다니면서 컨디션 관리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다가 상태가 좀 나빠지면 다시 입원해서 컨디션 조절을 받고, 좋아지면 퇴원해서 다시 운동하고 그래야죠. 그렇게 버텨나갈 생각입니다. 

 

암이 악화되어 제 삶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서로 모르는 거니까요. 객관적으로 보면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은 잘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레 절망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통증도 많이 오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합니다. 딸아이 시험 잘 보고 좋은 학교 들어가서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게 되고, 집사람도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행복하게 서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버티기 모드로 지내볼 생각입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여러 형님 누님들 가족들에게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끼치고 사는 것 아닌가 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영 무겁 습니다.

 

저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들 마세요. 새해가 되면 뭔가 좀 다시 변화가 있겠죠. 가급적 좋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글로 먹고살던 사람이라서 이렇게 글로 제 마음을 전해드리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좋습니다. 이렇게 카톡방 까지 만들었으니 종종 글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건강하시고,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막내 성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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