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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스토리]

팟 오즈의 비밀과 눈치 작전

박성호
2018-01-25 10:46:12

이제 최초로 손에 들어온 핸드의 순서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판단해서 게임에 참가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앞선 연재를 모두 열심히 읽어온 독자들만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는 최초의 핸드 이후로 세장의 플롭 카드가 오픈될 경우 가능한 족보들을 읽어 내는 법, 턴 카드를 읽는 법, 리버를 읽는 법, 내 패가 특정 패일 때, 이 패를 능가하는 핸드가 나올 가능성에 대한 파악, 이런 것들을 따질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귀찮아 보이는 내용들은 게임에 임한 상태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가 된다. 모든 것이 그렇다. 아주 기초적인 정보와 그 정보를 가공해서 뽑아낼 수 있는 이차적인 정보들이 싸움의 승 패를 가르게 된다. 이런 정보를 다루는 것에 능통한 상태에서도 언제든지 일정한 확률로 패배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는 판이다.

 

심지어 이 모든 계산들을 순식간에 해 낼 수 있다 하더라도, 과연 내가 얼마를 걸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런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승률이 주어지게 될까? 우연하게도 바닥에 카드가 나만을 위해 깔려주기 전까지는 승리를 기대하긴 어렵게 된다.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조그만 가게를 열 때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을 하더라도 행운이 한 서른일 곱 번쯤 겹치면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복권이나 마찬가지인 거고, 내가 가게를 운영하면 서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그냥 돈을 길거리에 뿌리는 것이나 마찬 가지라는 얘기가 된다.

 

더 나아가 보자. 이렇게 내가 받은 두장의 카드가 어느 정도 순위의 카드인지 파악을 하는 정도가 되었다. 바닥에 플롭 카드 세장이 깔리고 나자, 내 손 안의 핸드와 어울려서 어떤 족보를 만들 수 있는지, 그 족보를 만들게 될 가능성 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다 파악할 줄 알게 되었다 치자.

 

그다음에는 무엇을 계산해야 할까? 결국은 내가 돈을 걸지 않고 죽을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건만큼만 콜을 하고 따라갈 것인가, 오히려 레이스를 해서 판돈을 더 올릴 것인가, 이 판단은 또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이럴 때 필요한 개념이 팟 오즈(Pot Odds)라는 것이다.

 

오즈라 하면 보통 확률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확률을 의미하는 영단어인 Probability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나는 손에 하트 두장을 들고 있고, 플롭 카드 세장 중에 하트가 두장이 또 나왔다. 하트 네 장이 만들어졌다. 이제 턴 카드에서 하트가 나와준다면 나는 플러시가 되는 것이고, 이 정도면 상당히 막강한 카드가 된다. 과연 턴 카드에서 하트가 나와줄 오즈는?

 

현재 내가 본 카드는 손에 두장 바닥에 세장, 해서 다섯 장이다. 하트는 네 장이 보이고 있으니 13중에서 9 장이 남아 있다. 새로 나올 카드가 하트가 아닐 경우의 수는 전체 52장에서 보이는 카드 5장을 뺀 47장 중 에, 9장의 하트를 뺀 나머지 카드의 장수 38장, 하트의 경우는 9장. 즉 턴 카드가 하트일 오즈는 38:9가 된다.

 

상당히 어려운 확률이다. 25%가 안되니까. 이 개념을 베팅된 판돈으로 확장시켜 보자. 지금 바닥에 30불이 깔려 있고, 누군가 6불을 레이스 했다고 치 자. 그렇다면 나는 한 장 더 카드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6불을 지불해야 한다. 즉 현재 있는 36불과 내가 내 야 하는 돈 6불의 비율이 36:6이니 대략 6:1이 된다.

 

그렇다면 거칠게 계산을 해 본다면, 나는 6불을 내서 36불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그 상황이 바로 위에서 얘기한 하트 플러시를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 하는 상황이라면, 그 확률은 오히려 38:9이니까 이런 케이스라면 충분히 콜을 할 가치가 생긴다.

 

물론 여기서도, 단순히 하트 플러시를 만든다 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상대도 하트 플러시를 노리고 있 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라면 내가 가진 하트의 숫자가 높은지 낮은 지를 봐야 한다. 또한 카드들의 숫자에 따라 풀하우스를 노리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내가 콜을 한다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니 고 내 뒷 차례의 선수가 더 레이스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내가 내야 할 돈이 더 늘어난다. 이럴 경우에도 팟 오즈 계산에는 변수가 생긴다. 그러니까, 이런 변수들을 모두 제외해버리고 매우 단순하게 본다면, 위의 경우에 팟 오즈는 콜을 할만한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간단한 핸드의 순위 계산에서 시작해서 팟 오즈 계산까지 왔다. 여기까지도 매우 초보적인 단계가 된다. 이런 계산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드디어, 상대의 카드를 읽기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나온다. 홀덤 경기에서만큼 그 말이 잘 적용되는 곳이 없다. 내 카드를 알고 상대 카드를 안 다음에 베팅을 하는데 질 리가 있나.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을 정도가 된다.

 

문제는 상대의 카드는 내가 알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거기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상대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홀덤 테이블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반 이상은 사실 자기 카드 따지기도 바쁜 초보자들일 경우가 많다. 물론 소규모 테이블일수록 그 비율은 높다. 블라인드 머니가 100불/200불씩 되는 대규모 판에서는 그런 사람의 비율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찌 되었거나, 자기 카드 따지기에 급급한 단계를 갓 벗어난 사람들에게 닥치는 가장 큰 역경은 읽어야 할 카드가 내 카드뿐 아니라 나를 제외한 8-9명의 선수들 모두의 카드라는 사실이 다. 머리 빠지기 시작하는 단계가 된다. 지피지기면 차라리 쉽다. 내가 알아야 할 적이 하나뿐이니까. 그러나 홀덤 테이블에선 적들이 수두룩하다. 거기다가, 현재 상대들의 카드에 더해 판돈의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알아야 할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 추리해 내야 할 것들의 가짓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해도, 핵심은 단 하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며, 그것을 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인가,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 모든 환경은 나를 돕고 있는지 나를 방해하고 있는지, 각각의 확률은 얼마인가를 알아야 된 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아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놓치기 쉬운 아주 작은 정보 들을 잘 조합하고 합리적으로 개연성 있는 연역을 한다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승리의 여신은 나에게로 한걸음 다가오게 된다는 얘기이다.

 

그런 소리 집어치우고 상대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보라고 호통을 치는 독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없다. 상대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많 아서 일일이 다 적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그 두 가지가 마찬가지 얘기긴 하지만 말이다.

 

손쉬운 팁이라면, 한시도 쉬지 말고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관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무수히 많은 첩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일찌감치 접어버린 판에서도 끝까지 주의를 집중하면서 상대의 카드를 예측해 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렇게 예측한 것과 실제로 최종적으로 상대의 카드가 펼쳐졌을 때 얼마나 차이 가 나는 가를 매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상대의 베팅 습관도 기억해 두었다가 복기해야 하고, 상대의 행동 패턴마저도 기억을 해야 한다. 홀덤 테이블에 앉는 선수들이 대부분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다른 선수들의 플레 이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이다. 그렇게 수집한 간단한 첩보들을 재 구성해 냄으로 써 조금씩 조금씩 상대의 패턴을 익혀 나가는 것이다. 이런 장시간에 걸친 노력 없이는 결코 상대를 읽어 낼 수가 없다.

 

하지만, 모든 뛰어난 홀덤 프로들은 이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해 내고 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정보는 순식간에 분석해 버릴 정도로 몸에 익힌 상태이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자신만의 방법 들을 개발해서 상대에게 적용하고 읽어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싸우러 나가면서 아무 준비 없이 임한다는 것은 마이애미 님이 말한 대로 죄악에 가까운 도 박이며, 그냥 돈을 가져다 주려는 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감에 의지하는 태도이다. 난 비록 무신론자이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거의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굳이 사람이 느낀다는 그 감을 무시할 생각은 절대 없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이 한 가지 있다. 감은 언제나 최후의 무기로 남겨둬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강구하고 나서도 어느 한쪽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감을 적용해야지, 누구나 쉽게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게으름의 결과로 인해 그런 분석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감에 의존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죄악에 가까운 도박행위가 된다.

 

수많은 스타급 홀덤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자신의 플레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모종의 이유에 의해서 일부러 자신의 플레이의 이유를 숨기는 수는 있어도 그들은 적어도 감에 의존한 플레이를 하지는 않는 다. 홀덤은 다른 포커게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경기다. 거의 모든 경우에 자신의 승패를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경기라는 얘기이다.

 

남은 것은 그 확률에 기반해서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의 의존한 베팅을 일삼는 사람이 스타급 플레이어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들은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홀덤 프로조차 될 수가 없다. 감에 의존한 승부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엄청난 성 과를 올리는 일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홀덤 게임의 이런 측면이 또다시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점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한판 승부로 끝나는 캐시 게임이 아니라 토너먼트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과학적 합리성에 의존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살아남게 된다. 물론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최후의 테이블, 파이널 나인 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가 다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플레이를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과학적 합리성을 무시하고 감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절대 파이널 나인에 들어가지 못한다. 미신에 의지하고 자신의 감을 믿고 감성에 의한 결론을 즐겨 내리면서 합리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등한시하 는 그런 족속들이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라도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뜻밖의 행운이 닥쳐 엄청난 성공을 한 사람들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만 그 행운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이것은 사회생활, 특히나 돈이 걸린 사업을 하는 모든 베테랑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들 모두가 이 사회에 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행운의 뒷받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 행운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행동에 의한 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필요조건을 얘기하 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운이 좋은 사업가라 해도, 스스로 합리적인 준비를 안 하거나 등한시하는 경 우, 어떤 행운이 닥쳐와도 잡을 도리가 없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습게도, 운에 의지해서 불로소득을 노리는 사람들이나 즐긴다는 텍사스 홀덤이라는 도박성 짙은 게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진실이, 운과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가 되어 버렸다. 과학적 합리성이 최고로 중요하다는 충고라는 얘기다. 이것은 이해하기 힘든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배운 들 어떤가. 중요한 진실을 배울 수만 있다면 도박 아니라 더 한 것에서도 배울 수 있 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더 있다. 합리성은 언제나 도덕성을 겸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리성에는 부도덕한 판단이 내재될 가능이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거나 지 금은 도덕성을 얘기하는 타임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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