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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스토리]

블러핑, 사기인가 전략인가?

박성호
2018-01-26 1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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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편에서, 기초적인 확률 계산과 팟 오즈에 대한 얘기를 했고,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환경을 알아야 된다는 얘기를 했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내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도 똑같이 알고 있다는 것이 다. 바보가 아닌 담에야 당연히 알 것이며, 내가 초보라면 상대는 백 프로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말의 의미는 이미 내 카드가 무엇인지를 상대가 어느 정도 읽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결국 서로 상대방의 카드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게 정상이고, 플레이어가 아홉 명이라면 그 아홉 명 모두가 자신을 제외한 여덟 명의 상대방들의 카드를 읽느라 정신 하나도 없는 상황이 기본적인 정상상태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의 카드를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상적인 공격이라면, 상대방이 내 카드를 읽는 것을 방해 하는 수비도 필요한 법이다. 바로 이것이 정상적이고 꼭 필요한 블러핑 관련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생각하고, 흔히 카드 게임에 등장하게 되는 블러핑은 이런 고차원적인 블러핑이 아니다. 그저 낮은 카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속여 돈을 따고 싶은 마음에 마구 베팅을 해가며 상대방이 내가 아주 높은 카드를 들고 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고자 하는 하등한 수법이 오히려 더 흔하다.

 

그런 블러핑은 초중딩들이 SNS 공간에서 부리는 허세보다도 못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만 신이 나고 다른 사람들 아무도 그 장단에 안 넘어가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불쌍하기까지 한 상황이 된다. 심지어 철없는 초보자들 중에는 바닥에 깔린 커뮤니티 카드의 상태로 인해, 그런 베팅을 할 수 있는 경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구 블러핑을 한다.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들은 그게 허접한 블러핑이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을 하면서 속으로는 저 블러핑을 내가 잡아먹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바쁘게 정보를 취합하고 판단을 하고 있게 된다.

 

일단 블러핑은 확률적으로 매우 불리한 전략이 된다. 정말로 블러핑이 잘 먹히는 상대라 할 지라도, 모든 블러핑이 다 먹힐 수는 없다. 즉, 블러핑 만으로 상대를 끝장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블러핑 중에 단 한 번만 실패를 하게 되더라도 블러핑의 특성상, 내 칩은 한방에 다 날아가기 마련이다. 블러핑을 일단 시작하게 되면 상대가 따라올수록 나는 강한 베팅을 하게 되고, 결국 올인까지 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 번 블러핑에 성공해서 소소하게 먹었다 하더라도 단 한 번의 실패한 블러핑으로 인해 내 모든 칩이 날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블러핑을 다섯 번 해서 네 번이나 성공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승률이다. 그러니 아주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블러핑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위험한 전략인가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그 거짓은 결국 거짓말을 하는 나를 잡아먹게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유념해야 할 진실이다. 그 진실은 놀랍게도 홀덤 테이블에서까지 그 효력이 유지된다.

 

그렇다면 블러핑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일까? 블러핑과 관련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가장 유명한 격언은 바로 이렇다.

 

블러핑을 자주 하는 자는 결코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블러핑을 전혀 하지 않는 자 역시 결코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블러핑을 자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주 쉽게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블러핑을 전혀 안 하는 것도 문제 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앞편에서 나온 모든 합리적인 계산 방법을 동원해서 팟 오즈를 다 계산하고, 내가 들고 있는 카드의 가치에 딱 들어맞는 밸류 베팅만을 계속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게임을 불리하지 않게 진행해 나갈 수는 있다. 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보통 이런 경우를 매우 타이트하게 플레이한다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 간부터, 상대방들이 나의 플레이 패턴이 그렇게 철저한 기계적 계산에 의한 밸류 베팅이라는 점을 눈치채게 된다. 그렇다면 역산이 가능해진다. 내가 하는 행동을 보면 내가 어떤 수준의 핸드를 쥐고 있는가를 추정해 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점점 줄어만 간다. 내가 좋은 핸드를 들고 베팅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다 내 핸드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러면 과연 누가 따라오겠는가. 결국 나는 나쁜 카드가 들어오면 내 스스로가 죽어서 못 먹게 되고, 좋은 카드가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어서 겨우 블라인드 머니나 따먹게 되는 가난한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기껏 좋은 카드가 들어와 봤자 별로 먹지도 못하고, 또 확률적으로 훨씬 많은 경우, 즉 나쁜 카드가 들어올 때마다 죽어야 하니 내가 먹는 횟수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 결국 블라인드 머니만 계속 대다가 말라죽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애미 님의 말에 따르면 홀덤에 대한 공부를 하고 막 뛰어든 초보들 중에 이런 식으로 매우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아주 타이트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앞에서 말한 대로 그 들 중 백 퍼센트가 돈을 모두 잃고 사라진다. 아마 그 사람들은 자신이 이렇게 확률에 기반해서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했는데 왜 돈을 다 잃었을까, 왜 토 너먼트에서 떨어졌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별거 아니다. 당신의 플레이를 상대방들이 모두 다 아주 손쉽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칙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그 변칙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이유는 단 하나, 상대가 내 카드를 읽어 내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다. 결코 내 카드를 속여서 한판을 먹기 위한 블러핑 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에서 나의 패턴을 숨기고, 상대가 내 카드를 읽어내는 것을 막는 것, 나아가 상대로 하여금 내가 현재의 핸드와 전혀 다른 핸드를 가지고 있다고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제대로 된 블러핑이며, 전략적 가치를 지닌 블러핑이 된다.

 

제대로 된 블러핑을 가끔씩 구사했다면 상대는 나에 대해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내가 든 카드가 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몸을 사리게 된다. 이게 블러핑의 전략적 가치이다.

 

진짜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자. 장기적인 전략이 필수적인 토너먼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한판 한판 이 중요한 캐시 게임에서조차 장기적인 전략은 나의 최종적인 승리를 지켜주는 보루가 된다. 그러니 한판 한판, 심지어 내가 버리는 판에서조차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전략을 생각해야 하고 그걸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규모도 작고 버리는 판에서 내가 예상하기 힘든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들에 게 의혹을 심어 준다면 정말로 필요한 큰 판에서 상대가 나를, 내 카드를 읽어 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효율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해지겠냐는 것이다.

 

블러핑은 이렇게 구사되어야 한다. 터무니없는 카드를 들고서 무모한 베팅으로 상대에게 속아달라고 사정을 하는 블러핑은 절대 이기는 전략이 될 수 없다. 상대가 안 속아주는 순간 나의 파멸이 예약되어 있는 독배에 불과하다. 단지,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상대가 나를 읽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개념의 블러핑이라면 게임 운영에 필수적인 전술로써 필요해진다.

 

단순하지만 기발한 팁을 하나 설명해 보자. 정석과 변칙을 적절히 섞어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예를 들어 네 라운드에서 한 번은 변칙, 세 번은 정석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언제 정석을 구사하고 언제 변칙을 해야 할까? 정 석 세 번 하고 한 번은 변칙을 하고, 정정정변, 정정정변, 이렇게 구사한다면, 그 리듬을 알아채는 사람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사람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거기다가 컴퓨터와 달라서 확률적 배당이 확실한 상태에서의 난수를 발생시키는 장치도 없다. 그럴 때 손목시계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한 유명한 홀덤 프로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 1/4의 확률로 변칙을 구사하고자 한다면, 결정하는 순간 손목시계를 슬쩍 본다. 초침이 1초에서 45초 이내에 있을 경우에는 정석 플레이, 46초에서 0초 사이에 있다면 변칙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시계를 본 다는 사실은 알아차릴 수 있어도, 시계에서 무엇을 읽는가는 알아차릴 방법이 없다. 똑같이 시계를 본 뒤에 나의 플레이는 정확하게 1/4은 변칙 플레이, 3/4은 정석 플레이가 나가게 된다.

 

게임이 장기화되고 라운드가 수십 차례 반복될수록 이 확률은 더 정확해진다. 이런 정도의 팁이라면 스타급 홀덤 프로라면 수십가지 이상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섞어 가면서 자 신의 플레이를 조절할 정도가 된다면 이미 그는 샤크의 단계로 접어든 선수일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물론 자신이 초보자라면 이런 수준의 플레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일단은 기본적인 확률 계산과 팟 오즈 계산, 거기에 커뮤니티 카드를 통해 나올 수 있는 족보들의 분석, 앞으로 나오겠지만 현재 딜러 버튼의 위치와 자신의 포지션에 따른 전략, 장기적인 자금관리 문제, 그러고 나서 상대방의 카드를 예측하고 어떤 족보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예측을 하는 정석 플레이를 좀 더 심도 깊게 할 수 있도록 노력을 우선해 야 한다.

 

그런 경지에 간 뒤에서야 마지널 핸드(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베팅하기에도 애매하고 버리기에도 애매한 순위의 핸드들)를 들고서도 왕창 베팅을 하거나 갑자기 죽거나 하는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섞어 가며 상대의 혼란을 유발하고, 그 와중에 칩을 긁어 버리는 프로페셔널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단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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