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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과 칩 관리 : 민주주의-자본주의 (2)

박성호
2018-01-29 08: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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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덤의 민주주의 - 실질적인 포지션 플레이

 

 

얼리 포지션이라면, 특히나 그중에서도 UTG(언더 더 건)라면 기본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평소 판단의 기준이 되던 169개의 핸드 중에서 이 정도면 레이스 할 수 있다고 그어 놨던 선을 더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난 16번째 핸드인 10-10 정도면 레이스 하겠다고 기준을 잡고 있었다면, 10번째 순위의 핸드인 K-Js 정도로 기준선을 올려 그으라는 뜻이 된다. 물론 그런 정석적 기준에 의하지 않고 변칙을 적용해서 블러핑을 해 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얼리 포지션에서의 블러핑은 무척이나 성공하기 힘든 수법이 될 가능성이 많다. 어찌 되었거나 보수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 얼리 포지션의 기본 전략이 된다.

 

미들 포지션이 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얼리 포지션의 행동을 보고 나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얼리 포지션에 비하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정보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내 뒤에 레이트 포지션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들 중에 한 가지가 스퀴즈(Squeeze, 쥐어짜기) 당하는 것이다.

 

그게 뭐냐면, 얼리 포지션에 있는 강하고 공격적인 선수가 베팅을 하고, 미들 포지션에 있던 내가 저 정도면 내가 받은 핸드로 따라가 볼만하다고 판단을 해서 콜 하는 순간, 레이트 포지션에서 추가적인 벳이 나오고, 다시 얼리 포지션이 추가적인 리레이스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난 겨우 플롭 카드만 보기 위해서도 원치 않았던 추가적인 칩을 더 써야 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포기하기도 그렇고, 더 올리기도 그런, 결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스퀴즈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개될 경우 결국 나는 무의미하게 칩만 소모하고, 팟 머니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상황을 원하는 선수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레이트 포지션이라면 무척 좋은 상황이다. 장기적인 전략상으로도 레이트 포지션에서 칩을 불려 놔야 전체 적인 칩 관리에 성공하게 된다. 내 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다 관측한 이후에 내가 결정을 내리면 되기 때문에 제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싸움에 뛰어들게 되는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먼저 레이트 포지션에선 스틸이 가능하다. 스틸이라 하면, 나보다 앞선 모든 선수가 죽거나, 겨우 첵만 한 상태에서 내가 약간의 베팅만으로 블라인드 머니를 차지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얼리 포지션이나 미들 포지션에서는 이런 공짜 칩을 챙길 기회는 없지만, 레이트 포지션에서는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또 하나 레이트 포지션에서만 가능한 전략이 있다. 세미 블러프(Semi-bluff)가 바로 그것이다. 얼리 포지션이나 미들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탑 페어(바닥에 깔린 카드 중 최고로 높은 숫자의 카드와 연 결된 페어) 정도를 들고 베팅을 했을 때, 만약 바닥의 카드가 플러시나 스트레이트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레이트 포지션에 있는 내가 (실제로는 플러시나 스트레이트에 연결된 카드가 한 장도 없어도) 베팅을 해 버릴 수가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탑 페어를 들고 베팅한 선수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하나는 내 카드를 플러시나 스트레이트로 믿고 겁먹어서 죽어버리는 것이다. 이러면 나는 블러핑이 성공한 셈이 되고, 팟 머니를 차지하게 된다. 또 하나는 최소한 내 카드를 의식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판을 키우지 못하고, 추가적인 레이스를 하지 못하게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양쪽 어느 쪽이거나 나에게는 유리한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스틸이나 세미 블러핑을 안 하더라도 레이트 포지션에서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 다들 별로 좋은 패를 들고 있지 않아서 첵, 첵, 첵만을 하고 있을 경우, 나도 첵만 하면서 따라가서 공짜로 리버 카드까지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짜 리버 카드를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대단한 기회가 된다. 레이트 포지션이 이 정도로 전략적 선택권을 가져다주는 자리라면, 사실 이 이점은 매우 강력한 것이 된다. 결국 내 칩 스택은 레이트 포지션에서 불려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소리가 된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초보 플레이어들이 이런 포지션 전략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몰라서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프로 선수들은 이런 경우 아주 쉬운 방식을 가르쳐주곤 한다. 그냥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모든 판에서 내가 무슨 포지션인지부터 확인하고 나서 판단을 시작하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받은 핸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도 내 포지션의 의미를 적용하게 된다. 초보들이 외우고 있는 169개의 핸드 순서에 대한 생각을 할 때에도 바로 이 순위의 핸드로 베팅을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도 내가 포지션이 뭐더라..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포지션 플레이가 생각나고, 그에 따른 포지션별 전략이 내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9s 핸드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169개 중 21위의 핸드이다. 이 정도 핸드라면, 나보다 앞서서 많은 사람들이 베팅을 해서 팟 머니가 충분히 커진 상태라면 팟 오즈 계산을 통해 콜을 하기에는 충분한 카드가 된다. 그러나, 이 정도 카드로 내가 베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즉, 이 핸드는 레이트 포지션용으로는 훌륭한 카드지만, 얼리 포지션이나 UTG에서는 레이스 할 수 없는 카드가 된다.

 

이런 정도까지만 생각을 할 수 있어도, 이미 어느 정도는 포지션 전략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로들은 홀덤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항상 인내심을 최고 우선 덕목으로 요구한다. 즉, 모든 게임에 뛰어들지 말고 죽어가면서 참으라고 권한다는 얘기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맨날 폴드, 폴드, 다이, 다이, 꽥, 사망, 죽었어, 만을 연발하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도 없다.

 

하지만 어차피 블라인드 머니도 안내는 상황이라면 죽 는 게 남는 거다. 그러면서 내가 뛰어들어야 할 게임의 숫자를 평균적으로 10 게임 중 2-3회로 맞추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 바로 그 2-3회, 내가 전투에 뛰어들어야 하는 게임을 결정하는 기준이 이 포지션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내가 받은 핸드의 순위보다 이 포지션이 더 중요한 기준이라는 얘기다. (물론 포켓 에이스 같은 패를 받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지간히 좋은 패가 아니라면 초보들은 얼리 포지션에서는 포기하는 게 좋다. 10회 중에 2-3회 게임을 하는 거라면 레이트 포지션에서만 해도 충분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텍사스 홀덤이라는 게임의 공정성이 여기에 또 드러난다. 이렇게 차이가 심하게 나는 포지션, 이게 고정되어 있다면 그 게임은 불공정한 것이다. 그러나 매판마다 돌아가지 않는가. 그것도 전판의 승자가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계적으로 시계방향으 로 한 칸씩 돌아간다. 이 얼마나 칼같이 균등한 기회의 보장인가.

 

텍사스 홀덤 게임은 이렇게 "민주주의 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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