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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스토리]

포지션과 칩 관리 : 민주주의 - 자본주의 (3)

박성호
2018-01-30 09:36:01
3    

홀덤의 자본주의 ­ 칩 관리 전략

 

앞 편에서 텍사스 홀덤이 얼마나 민주주의적인 게임인지를 알아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덤 게임은 매우 자본주의적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칩의 양에 따라 권력이 나눠지기 때문이다.

 

드디어 홀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할뿐더러, 수천 명이 참가하는 토너먼트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략, 바로 내가 보유한 칩을 관리하는 전략에 대한 얘기가 나올 차례가 된 것이다.

 

사실은 게임 내에서의 칩 관리보다 더 중요한 개념으로 그야말로 진짜 장기적인 “뱅크 롤”이라는 개념이 있 다. 이게 뭐냐면, 자신의 실제 인생에서 홀덤 게임에 투자하고 운용하는 돈을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제대로 홀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인 경우, 홀덤만을 위한 계좌를 따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게임에서 딴 돈을 모두 그 계좌에 넣고, 잃었을 경우에도 그 계좌에서 빠진다. 이게 꼭 은행 계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가 살아가면서 실제로 필요한 돈들과 즐기는 게임에 소모할 수 있는 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개념이다.

 

즉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계좌, 생활비 계좌와 홀덤 계좌를 엄격하게 분리 운용한다는 뜻이다. 이 홀덤 게임을 가끔씩 즐기는 유흥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전용 계좌를 운용할 필요도 없겠지만, 운용한다 하더라도 항상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생각이라면 이 전용 계좌 가 맨날 바닥이 나서 계속 돈을 새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좀 실망스러울 것이다. 만약 홀덤 프로가 되고자 한다면, 이 계좌가 바닥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만 관리한다면, 이 계좌에는 항상 게임에 참여하기에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하고, 심지어 내가 향후 몇 개월 동안 계속 패배만 거듭하더라도 돈이 떨어지지 않게 여유자금까지 비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 계좌에 돈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내가 살아가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돈이 여기에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게임을 계속한다면, 인생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게임 조차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만약, 이번에 상대 선수가 올인을 했는데, 그걸 받기 위해서 나도 올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을 내가 이 기지 못한다면, 이번 달 집세를 못 내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즉, 경기의 결과가 내 인생에 해를 끼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정도 상태라면 게임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뱅크 롤이 잘 되어서 내 생활은 생활대로 얼마든지 영위할 수 있게 돌아가고 있고, 홀덤 계좌에는 내가 향후 육 개월 동안 계속 잃기만 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돈이 비축되어 있다면, 당신은 홀덤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 계좌의 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분이 매월 내가 생활비로 지출하는 돈의 규모를 상회한다면, 당신은 홀덤 프로로 진출해도 될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한두 달 반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최소 반년 이상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어쩌다가 한번 크게 땄다고 해서 바로 홀덤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 어쩌다가 한번 왕창 잃는 것은 운이 없어서이고, 어쩌다가 한번 왕창 딴 것은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실제는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실력이 있다면 왕창 잃는 상황을 피할 줄도 알게 된다. 그러니 왕창 잃는 것은 실력이 모자란 것임을 단박에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뱅크 롤이라는 개념은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룰 내용은 그런 거 시적인 뱅크 롤의 개념보다는 한 번의 게임, 예를 들어 토너먼트 한판에 출전했을 때, 내 칩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좀 더 단기적이며 소규모에 해당하는 개념에 대한 것이다.

 

토너먼트에서의 칩 관리 전략

 

홀덤 게임뿐 아니라 전반적인 포커게임에서 통용되는 대단히 중요한 룰이 한 가지 있다. 일단 내가 베팅을 해서, 내 칩 스택에서 팟으로 들어가 버린 칩들, 즉 팟 머니는 절대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계산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내가 베팅을 하고 상대가 다시 레이스를 했을 때, 다시 내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내가 저기다가 이미 얼마를 베팅했으니 그게 아까워서라도 더 베팅을 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팟 머니는 팟 머니일 뿐이다. 게임의 결과가 나서 팟 머니의 주인이 가려지기 전까지는 팟은 누구의 것도 아 니다. 내가 이미 베팅한 금액들은 이번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내가 이미 써버린 돈들이다. 절대 그 돈에 연 연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앞에서 설명했던 팟 오즈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그 팟 머니 중에 얼마가 내가 낸 돈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순간 모든 계산은 다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한번 결정해서 내 칩을 팟에 넣으면 그 순간 그 칩들은 원래부터 팟 머니에 있던 돈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원칙하고 약간 상반되는 것 같아 보이는 전략이 있다. 바로 블라인드 머니에 관한 전략이 된다. 홀덤 토너먼트에서는 이 블라인드 머니가 매우 중요한 전략개념이 된다. 물론 캐시 게임에서야 블라인드 머니 자체가 정해져 있고,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다르다.

 

토너먼트 초기에는 블라 인드 머니가 내가 가진 칩 스택에 비해 매우 작다. 그러다가 게임이 진행되면서 블라인드 머니가 차차 상승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2불 5불에서 출발해서 막판에는 100불/200불로 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경기의 진행 속도를 올리기 위한 조치이며 이미 정해져 있는 룰이다. 그렇게 블라인드 머니가 올라가 버린다면, 이젠 더 이상 좋은 핸드가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계속 버틸 수는 없어진다. 그렇게 버티다가는 제 대로 된 승부를 한 번 해 보기도 전에 블라인드 머니로 전 재산이 날아갈 수도 있다.

 

심지어 큰 대회에선 경기 막판에, 블라인드 머니뿐 아니라 고전적인 개념의 앤티까지 대도록 되어 있는 경 우도 있다. 모든 참가자들이 일정한 금액을 다 내고 출발한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엄청난 팟 머니가 모이게 되므로, 거의 모든 선수들이 팟 오즈 계산에 따라 마구 베팅을 하게 될 것이다. 팟에 쌓여 있는 팟 머니의 액 수가 마구 커지고 있다면 어지간히 나쁜 카드가 아닌 상황에서는 모든 선수가 다 게임에 참여하고자 하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과정에서 아주 흔하게 채택되는 전략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낸 블라인드 머니는 내가 먹겠다는 자세.

 

이런 전략은 이 시리즈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계속 넘어왔지만, 스타일에 관한 문제일 수가 있다. 어떤 홀덤 프로는, 자신이 블라인드 포지션에 있을 때, 즉 스몰 블라인드거나 빅 블라인드인 경우, 특히 빅 블라인드 에서 무지막지하게 공격적인 베팅을 주로 한다. 이게 반복되면, 그 사람이 빅 블라인드를 잡고 베팅을 했을 때, 다른 선수들은 그 사람의 패가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게 되고, 굳이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저 프로 선수 하고 맞상대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실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들이 어지간히 좋은 패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댄 블라인드 머니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나의 블라인드 머니를 노리지 말라."

 

이런 강력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 말고도 장기적인 전략에서 블라인드 머니를 무시할 수는 없다. 언제 당장 블라인드 머니 때문에 말라죽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얘기한 포지션 전략에 의거해서라도, 레이트 포지션이 돌아온 경우에는 최소한 현재의 블라인드 머니는 따먹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 하다.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또 다른 전략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앞에서 나오길, 10회 게임 중 2,3회 참 가할 것을 권장한다고 얘기했었다. 바꿔 말하면 10회 중 7-8회를 쉬어야 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쉬는 동안 내 칩 스택이 점점 떨어져 간다면 쉬는 것 자체가 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보다 더 확 실한 핸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려면, 그 기다리는 동안 뒤로 밀리지 않게 끊임없이 "블라인드 머니라도 챙기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레이트 포지션이나 블라인드 포지션에서는 이런 전략을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 굳이 탑 클래스의 핸드를 받지 않더라도 전략을 활용해서 블라인드 머니를 챙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왜 그런 전략을 택하지 않겠는 가.

 

그런 작은 전략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언제나 조심해야 될 것은 작은 블라인드 머니를 먹겠다고 나서다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언제 어디서든지 현재 테이블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확실하게 읽고 따라가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자기 카드를 폴드 했다고, 즉 죽었다고 해서 옆 사람하고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고, 술이나 홀짝거리고 있다면, 이런 작은 기회들을 잡을 도리는 없다. 블라인드 머니를 획득하기 위한 작은 전술보다 더 큰 개념이 또 있다.

 

바로 내가 현재 보유한 칩의 양에 따 른 전략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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