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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스토리]

포지션과 칩 관리 : 민주주의 - 자본주의 (4)

박성호
2018-01-31 09: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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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이야기에서는 내가 가진 칩의 양에 따라 전술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칩의 양은 어떻게 구분할까?

 

 

보통의 캐시 게임에서는 빅 블라인드의 백 배 정도가 그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미니멈 칩 양이된다. 즉, 1/2 불 게임에 참여하려면 200불 정도가 미니멈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테이블에 앉아서 정상적인 게임을 운영하려면 빅 블라인드의 이백 배에 해당하는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즉 1/2불 게임이라면 400불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기준은 실제로 마이애미 님이 현지에서 캐시 게임에 참여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토너먼트는 또 다르다. 어차피 토너먼트는 실제 칩이 아니라 참가비 내고 일정하게 받는 게임머니로 경기가 진행된다. 보통은 이삼백 불짜리 토너먼트에서도 초기에 지급되는 게임머니는 만 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진 칩의 양이 어느 정도인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금액만을 이야기하기는 좀 부정확한 측면이 있다.

 

그럴 경우에, 내가 가진 칩의 양에 따라 전략을 바꿔서 적용하기 위해서 보통 사용하는 수치가 바로 M 값이 다. M값은 현재 스몰 블라인드와 빅 블라인드를 합친 값과 내가 보유한 칩의 전체 액수 비율로 정의된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의 판돈 규모와 내가 가진 칩의 양을 비교하여 판단하는 개념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내가 3,000불을 가지고 있고, 현재 블라인드 머니가 10/20불이라면, 3,000/(10+20)=100이다. 이 100이라는 수치가 바로 M 값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딜러 버튼이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나에게 오는 동안 나는 스몰 블라인드 한 번, 빅 블라 인드 한 번을 해야 되기 때문에, 두 가지 블라인드 머니를 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죽기만 하면서 게임이 한 바퀴 도는데 필요한 칩의 양의 몇 배를 가지고 있는가, 즉 계속 죽기만 하면서 몇 바퀴를 버틸 수 있는가, 하는 것이 M값의 실질적인 의미이다.

 

이 M값을 기준으로 구간을 나눠 본다면, 아래와 같다.

 

- 그린 존 : 20 이상

- 옐로 존 : 10-20 

- 오렌지 존 : 5-10

- 레드 존 : 5 이하

 

각각의 경우에 임하는 전략이 모두 다를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게임에 임하는 전략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가 초기 핸드의 가치, 그리고 포지션 두 가지가 나왔었다. 이제 토너먼트에 임해서 자신의 칩 보유량이라는 조건이 세 번째 요소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 말고도 다양한 요소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그린 존에서는 사실 이 요소가 의미가 없어진다. 게임 초기와 유사하게 칩의 양에 구애받지 말고 다른 요소에 의한 전략을 채택하고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면 된다. 타이트하게 게임을 운영하면서 좋은 핸드를 기다려도 되고, 원하는 비율로 변칙 플레이를 섞어서 하면 된다. 자신의 개성적인 전략을 만들어 가도 되는 상황 이다.

 

그러나 옐로 존에 들어가게 되면 슬슬 블라인드가 따라오기 시작하는 단계가 된다. 전략을 약간 공격적으로 바꿔줘야 하며, 약간은 낮은 핸드로도 게임에 참여해야 하며, 단지 또 다른 보수적인 선수와 부딪히게 되는 경우만 조심해 주면 될 상황이다.

 

오렌지 존에서는 선택이 극히 제한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미 플롭 이후 같은 상황에서 위협적인 베팅 을 할 수 있는 자금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이 시점에서의 베팅은 칩을 많이 보유한 상대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 못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대로 가면 말라죽게 될 상황이니,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며 남들 이 레이스 해 놓은 판에 따라가게 될 경우에는 올인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레드 존에 진입하게 되면 이미 승산은 사라져 버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거의 없게 된다. 남은 것은 무조건 올인을 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올인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결과로 다른 선수들이 모두 포기하면, 테이블에 있는 블라인드 머니를 취하게 되는 것이고, 누군가 상대를 하게 된다면 Double UP or Nothing 전략을 택해야 한다. 만약에 운이 정말로 따라준다면, 몇 번의 더블업이 성공하면서 레드존을 벗어나 옐로 존 정도로 회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전혀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상대편에게는 아주 쉬운 상황이 전개된다. 결국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게 되는 이런 레드 존 같은 상황은 절대 만나서는 안 될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 리 잘한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 얼마든지 빠질 수 있는 법이며, 그런 상황에 봉착하게 되더라도 절대 포기 해 버리지 말고 끝까지 가능한 전략을 활용해서 최선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다.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 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나 홀덤 테이블에서나 언제나 진실이다.

 

정 반대로, 그린 존 수준을 넘어서서, 상대들에 비해 월등한 칩 스택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해 야 할까? 상대의 열 배 이상 칩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공격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된다. 나는 이만 불, 상대는 천 불, 이 정도 상황이라면 계속 상대에게 올인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난 실패해봐야 약간의 손해만 보지만, 상대는 단 한 번의 패배로 끝장이 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번 올인을 요구하면 보통 두 세 판 이내에 게임은 끝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플레이어를 흔히 Big Stack Bully라고 부른다. 돈 많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악동이라는 의미일까.

이런 무지막지한 플레이를 하게 되면 결국 상대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무리 실력이 차이가 나는 상대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까지 살펴봤듯이, 보유한 칩의 양이 상대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은 전략적 차원을 넘어선 강력함을 주는 무기가 된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열세에 몰리기 시작하게 되면 게임을 뒤집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이 점은 명백하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자본과 권력과의 관계와 똑같은 메커니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권력이듯이 홀덤 테이블에선 칩이 곧 권력이다. 유일하게 다르다면, 텍사스 홀덤에서는 참가한 모두가 정확하게 똑같은 양의 칩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게 된 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칩을 상속받고 게임에 임하는 재벌은 홀덤 토너먼트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결국, 텍사스 홀덤 토너먼트는....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동일한 초기 출발선을 제공하는 굉장히 민주주의적으로 평등한 게임이지만, 동시에 살벌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정글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걸로 이번 시리즈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텍사스 홀덤 전략에 대한 소개는 마치고자 한다.

 

물론 본격적인 텍사스 홀덤 전략, 그것도 토너먼트 전략을 얘기하려면, 책 한 권 분량으로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주제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에서 더 이상 얘기를 끌고 가는 것도 곤란하고 해서 마감하려 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음 편부터는 실제로 경기중에 발생했던 상황들을 마이애미 님의 경험담을 통해 보여드리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홀덤 이외에도 카지노에서 행해지는 각종 게임들에 대한 얘기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어느 정도 홀덤에 대해 알게 되고, 전략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고 있는 독자라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일화들이 되겠지만, 여태껏 진행되어온 복잡한 내용들을 귀찮아서 건너뛰어 버린 독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그 일화들이 전해주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실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그럴 때에는 뒤로 돌아가서 전략편을 한번 더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다.

 

어찌 되었거나 실제 현실에서, 우리가 언제 미국의 카지노들을 출입하며 텍사스 홀덤이라는 카드게임을 직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겠나 말이다.

 

그런 기회를 제공해 드리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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