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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와 개신교

박성호
2018-02-04 16: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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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에는 무척 흥미로운 측면이 많다.

 

반지성주의라고 해서 이름이 주는 뉘앙스대로 무식한 것들이 성질만 드러워서 난리 치는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하나의 흐름이며 그게 꼭 무가치한 것만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알고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원칙에 있어 반지성주의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반지성주의 관련한 포스팅을 당분간 이어가 볼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정리된 글을 일목요연하 게 올리는 것도 좋지만 생각이 흐르는 대로 그때 그때 재미있는 소재들을 꾸준히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 아 편하게 올려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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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는 개신교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초창기 미국을 건국하는데 참여한 청교도 신학자들은 매우 학식 높은 지식인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현대의 미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개신교계의 지도자들은 성격이 무척 다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전래되어 원산대부흥을 필두로 교계의 극적인 확장을 이끌어 내었던 부흥운동은 미국이 원조이며, 이런 부흥운동이 미국 사회에서 시작되자 미국의 개신교계는 매우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통성기도나 일종의 극치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종교적 엑스터시를 이끌어 내는 부흥회는 지식인들의 합리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 이후 미국 사회의 개신교를 만들어낸 티브이 선교, 또는 교회당이 아닌 대규모 강당 체육관 등지에서 행해지는 대규모 설교 집회 등을 위주로 움직이는 미국 개신교의 전통은 일부 종교적 지식인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연구와 토론을 위주로 해서 만들어낸 종교적 윤리나 철학의 전파보다 훨씬 더 체감하기 쉽고, 호소력 이 강한 종교로 전달되게 된다.

 

그 결과 지식인들은 나약하고, 강단에서나 통하는 헛소리나 늘어놓은 거짓말장이들이며 실제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골방의 샌님들 취급을 받게 되고, 현장의 산 경험과 실질적인 지식, 남성다운 강렬함, 저돌적인 모험과 성취 등이 훨씬 더 우수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20세기 들어 미국 사회에 무조건적인 자기 긍정, 맹목적일 정도로 목표를 추구하는 정신, 항상 즐겁고 유쾌한 태도 등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가 엄청난 규모로 유행하게 된 것도 이와 맥이 통한다. 결국 학자나 지성인들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해하기 힘들고 현학적이며 현실과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전문적인 의견들은 유약한 지식인들의 헛소리라는 반감이 사회 전반에 유통되기 시작하고, 그런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 놓던 지식인들은 대부분 알고보니 코뮤니스트(공산주의자)였다는 루머까지 (메카시즘의 대유 행) 퍼져 나가면서 지식인들은 조롱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게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합리주의나 과학적 지성을 누르고 헤게모니를 장악할 정도로 득세하고 사회 전반을 장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독특한 개신교 문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 맨 끝에는 트럼프의 당선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전통은 우리 사회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미국을 세운 지식인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는 구한말 나라를 망쳐먹은 양반님네들의 몰락과 맥이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새로 전래된 기독교는 과거 조선 사회를 지배하던 선비들의 학술적 전통을 무시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기에 이른다. 그 잘난 양반님네들은 맨날 성리학이 어떻고 사서삼경이 어떻고 떠들기만 했지 결국은 나라를 팔아먹은 것 아닌가, 오히려 이 신묘한 현대 의술로 무장한 선교사들의 말이 훨씬 더 신뢰할 만하고 가치 가 있다, 라는 생각이 널리 퍼진다.

 

해방 이후 좌우의 극한 대립과 그로 인한 대규모 살육전에서 지신인들 대다수가 경도되었던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민중의 삶에 아무런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기만 한다. 멋도 모르고 공산주의 한답시고 따라다녀봤자 삼대가 멸족되었다는 결과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개신교는 미국에서 원조를 얻어다가 피난민들 먹여 살리는 천사들의 집단으로 간주된다. 그 상황에서 잔소리 다 집어치우고 머리카락이라도 뽑아 팔아 가발이라도 수출해서 먹고사는 게 장땡이라 는, 한편으로는 실용주의라 부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천박한 자본주의일 수밖에 없는 트렌드가 사회 전반 을 장악한다.

 

직원들이야 과로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나건 말건 수출만 하면 정부에서 수출 공헌 트로피를 상으로 내리고,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눈치 빠르게 개발될 땅이나 조금 사두면 졸부가 되는 사회에서 고리타분한 윤리를 말하고 과학적 사실을 말하는 학자, 지성인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심지어 그렇게 정부를 반대하며 독재자에 저항해 싸우던 지식인, 민주화 운동가들이 하자는 대로 87년 민주화 대투쟁이 성공해서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달라지는 것은 없고, 세상 살기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이 전개된다.

 

거기에 한국 사회의 대형교회는 실질적인 구원자로 등장해 자리를 잡기에 이른다. 교회에 나가 열심히 헌금 내면 삼박자 구원을 받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해 봤더니 교회 내 핵심 신도 그룹 내에서 오가는 부동산 정보 끄트머리를 얻어 듣게 되고 실제로 돈을 벌게 되더라는 경험. 

 

이보다 더 강력한 실증적 경험이 어디 있겠는가? 경제학자 철학자들이 백날 떠들어 봐야 내 아파트 값 단돈 일원을 못 올려 주는데 말이다. 대형교회 큰 목사님 앞에 돈이 다발로 쌓이고 몸까지 바치는 이유가 어디서 나오겠는가?

 

그건 단순한 종교 적 신뢰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증적인 경험적 사실에서 샘솟는 진짜 신뢰인 것이다.

 

결국 반지성주의는 단순히 지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민중, 유권자 대중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체계가 변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수많은 지성들이 수십 년 전부터 반지성주의의 등장을 우려하며 걱정해 왔으나, 그게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 인 변화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하다.

 

무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부정한다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현실은 언제나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는 괴물이다. 반지성주의가 이 사회에 넘친다면, 그것이 현실이고 거기에 맞춰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먼저 이해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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