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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가]

[낚시] 한번 물었던 배스는 다시 무는가

박성호
2018-02-19 12: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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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잡은 배스를 다시 놔주곤 합니다.

 

물론 배스에 무슨 한이 맺혔는지 잡히는 족족 패대기를 치고, 밟아 죽이고,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꿰어 놓고, 찻길에 던져서 깔리게 만들고 그러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고발을 하던가 해야 할 듯 한데, 정 배스가 우리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잡아서 땅파고 묻길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고..

 

한번 미끼를 물고 잡혀서 극한의 공포를 맛본(어류가 공포를 느끼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신경세포가 별로 많지 않아서 고통은 잘 못 느낀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배스가 다시 또 미끼를 물게 되는가 하는 것은 좀처럼 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이 되겠군요.

 

일단 보편적으로는 “다시 문다” 입니다. 한번 물린 배스가 절대 다시는 물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한 가정이죠. 배스낚시에 쓰이는 가짜미끼는 그 종류와 색상을 따지자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합니다. 딱딱한 하드베이트류도 그렇지만, 말랑말랑한 소프트베이트도 그 모양을 따지면 한도 없죠. 재질까지 고려한다면, 진짜 다양합니다.

 

한번 특정한 가짜미끼를 물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것을 배스가 경험적으로 기억한다 하더라도 다음번에 다른 형태와 움직임을 보이는 미끼를 또 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어류의 지능을 과대평가 하는 일일 것입니다. 당연히 다시 물겠죠.

 

아니라면 50센티급 배스(이정도 사이즈로 자라는데 7년정도 걸린답니다. )는 그 정도로 성장하는 동안 단 한번도 미끼에 걸린 적이 없다고 보기 힘들게 되므로 절대 낚시에 안 걸리겠죠.

 

남은 질문은 두가지입니다.

 

한번 물었다가 고생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가짜미끼를 또 물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있고,

 

한번 걸렸던 배스가 같건 다르건 또다시 문다면 얼마만큼의 시간 간격이 필요한가, 이것입니다.

 

일단 배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전문가들은 “배스는 한번 물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가짜 미끼는 평생 기억을 한다” 라고 주장을 합니다. 그 결과, 50센티급(보통 빅배스라 불리우는)의 배스들은 여러가지 형태의 인기있는 가짜미끼들을 기억하고 있고, 그래서 잡기 힘들다는 얘기가 되는거죠.

 

그러나 루어낚시인들의 주장은 좀 다릅니다. 그런 주장은 경험과 배치된다는 겁니다. 간혹 가다가 입에 낚시바늘에 찔린 상처가 있거나, 심지어 낚시바늘에 줄까지 달고 다니는 배스가 잡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한 저수지에서 주로 사용되는 미끼가 거의 동일한 상태에서 몇년간 계속 좋은 조황을 보이는 경우도 흔히 있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타협안은 배스는 미끼의 형태 뿐 아니라 그 움직임, 색상(배스는 색맹이지만 흑백의 농도를 무척 세밀하게 구분하는 좋은 시각을 가진 어류입니다.), 질감까지 종합해서 미끼를 판별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똑같이 생긴 미끼라도 그 미끼를 움직이는 낚시꾼의 능력에 따라 또 물기도 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질문인, 한번 물었던 배스가 또 물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 라는 것에는 온갖 설이 난무합니다. 보름이라는 사람도 있고, 하루이틀이면 다시 문다는 사람도 있고, 물고 돌아서서 또 문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점에서 배스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죠. 산란기 직전의 배스나 가을철 월동준비 시즌의 배스들은 에너지를 다량 확보하기 위하여 닥치는대로 먹이활동을 합니다. 그 시절의 배스는 한번 낚시에 걸렸다고 해서 보름씩이나 숨어서 안 먹고 지낼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겨울철의 배스는 거의 안먹고 꽤 긴 시간을 버틸 수도 있습니다. 여름철의 배스들은 깊은 곳에 숨어서 떨어지는 먹이만 줏어 먹어도 살 수 있으니, 굳이 공격적인 먹이활동을 안해도 되죠. 이런 상황에 따라 배스들이 한번 물고 나서 겁먹고 숨어있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제 추정입니다.

 

제 경험을 얘기하자면, 주둥이 근처에 낚시바늘에 찔린 것으로 추정되는 흉터가 세곳이나 있는 배스를 잡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웜(말랑말랑한 가짜미끼)까지 달린 바늘이 입속 식도에 꽂혀 있는 배스를 잡아서, 섬세한 외과수술까지 시행하여 최대한 상처없이 바늘을 제거하고 돌려보낸 적도 있습니다.

 

물론, 챔질이 늦어서 제 바늘이 식도를 지나 근처의 심장까지 찔러 피가 철철 흐르는 배스를 잡은 적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괜히 먹지도 않을 배스를 한마리 죽였다는 생각에 기분까지 우울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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