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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가]

떡볶기 혹은 떡볶음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2-28 1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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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참 신기한 음식이다. 아니 떡볶이가 신기하다기보다는 그 재료가 되는 흰떡, 가래떡이라고도 부르는 쌀로 만든 그 떡이 참 비범한 재료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단 그 흰떡은 멥쌀로 만든다. 사실 떡은 찹쌀로 만드는 인절미 류가 대표적이지만, 찹쌀을 넣지 않고 멥쌀로만 만드는 이 흰떡은 특히 설날의 메인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떡계의 양대산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드는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멥쌀을 물에 불려서 곱게 갈아낸다. 즉 쌀가루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 이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떡집에서 맞추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이것도 집에서 절구로 찧어서 했었다.

 

그렇게 갈아낸 쌀가루를 시루에 넣고 찌는 것이다. 요즘은 집에 시루가 있을 리 없으니 면 보자기를 깔고 찜기에 쪄 내면 된다. 그렇게 쪄낸 쌀가루는 적당히 익어서 푸슬푸슬한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뭉쳐서 계속 치대야 하는 것이다. 열심히 치댈수록 떡이 더 쫀득거리는 맛이 나게 된다. 흔히 쓰는 찰지다 라는 표현이 여기에 적합하다.

 

이렇게 치댄 떡을 원통형으로 길게 빚어내어 하루 정도 굳히면 흰떡, 가래떡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보통 떡집에서는 전부 기계화시켜 놨고, 찜기에 쪄낸 쌀가루를 기계에 넣으면 밑으로 길게 두 가락의 떡이 나오게 되고 그걸 가위로 잘라 미리 받쳐 놓은 함지박의 찬물에 담가 굳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뽑은 흰떡은 미쳐 굳기 전에 말랑말랑한 상태로 그냥 뚝뚝 끊어 양념간장에 찍어 먹거나 조청에 찍어 먹어도 된다. 아니 되는 정도가 아니라 그 맛이 일품이다. 물론 이게 순수한 쌀을 빻아 쪄낸 것이니 농축된 밥이라고 할 수도 있고, 가래떡 한줄기 다 먹으면 그게 몇 공기나 되는 분량인지는 알아서들 계산 하시라.

 

딱딱하게 굳은 흰떡은 보관하기도 좋다. 잘 상하지도 않고, 찌그러지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이것을 여행자용 식량으로도 썼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봤다.

 

그렇게 굳은 떡은 칼로 어슷하게 얇게 썰어 내어 떡국을 끓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설날 우리가 한 살의 나이를 더 먹게 된다는 상징으로 한 그릇씩 먹던 떡국이다.

 

이런 흰떡과 떡국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동국세시기”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이 떡국을 백탕, 혹은 병탕이라고 불렀는데, 백탕은 하얗다는 의미이고, 병탕은 떡으로 끓인 탕이라는 뜻일 것이다.

 

또 겨울에 딱딱하게 굳은 흰떡을 한 뼘 길이로 잘라 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말랑한 기가 막힌 간식이 되기도 한다. 추운 겨울밤에 출출해지면 이렇게 흰떡을 구워 간장에 찍어 먹으면 서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동치미 한 사발씩 들이키는 것이 과거 우리 선배들의 전통이었다. 요즘에도 이 맛을 못 잊는 사람들을 노리고 시내 번화가 길 모퉁이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흰떡을 몇 개씩 구워서 파는 노점상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흰떡을 좀 더 고급스럽게 먹는 방법이 원래부터 있었다. 이 떡을 잘게 썰어 고기와 함께 볶으면서 양념을 하고 졸여 내는 떡볶음, 떡졸임, 뭐라 부르거나 상관없는 그런 고급 음식도 있었다. 이런 고급스러운 흰떡 볶음을 주로 먹은 곳이 궁중이었다고 해서 궁중떡볶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하지만 굳이 궁궐까지 안 가더라도, 우리 집에서도 겨울에 국 끓이고 남은 쇠고기 좀 썰어 넣고 흰떡 좀 썰어 넣고 간장에 참기름 양념으로 해서 볶아낸 음식을 어머님께서 가끔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난 떡볶이라고 하면 이것부터 생각이 난다. 역시 어려서 첫인상은 강렬한 법이다.

 

그러나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서 만나게 된 떡볶이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빨간 고추장 양념 국물에 잠겨 있는 가느다란 흰떡으로 만든 떡볶이는 참 신기한 음식이었다. 어려서 워낙 매운 것을 못 먹어서 집에서도 김치를 물에 씻어 먹던 입으로 어떻게 그 매운 떡볶이를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는 도저히 맛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그 맛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거기다가 비싼 쌀을 아낀다고 흰떡 자체를 쌀도 아닌 밀가루로 만드는 그런 시대였다. 요즘에야 쌀값이 워낙 싸서...

 

 

허여멀건하고 손가락처럼 가느다란 흰떡이 새빨간 고추장 국물과 함께 나오는데 다른 부재료라고는 가물에 콩 나듯 대파 한 조각만 들어 있는 그 떡볶이. 가끔 가다가 오뎅이라도 한 조각 들어 있으면 좋고, 별도로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는 찐계란 하나가 들어가면 특급이 되고, 남은 국물에다가는 오징어 튀김을 찍어 먹을 수도 있는 그 떡볶이. 먹다 먹다 매우면 옆에 있던 오뎅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마시면서 입을 달래던 그 맛은 꽤 오래도록 우리 주변에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있다.

 

대학시절에는 신촌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함께 소주를 팔았었다. 그냥 가다가 서서, 떡볶이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시켜 놓고 친구랑 둘이서 서서 후딱 먹어치우고 갈길 가던 기억도 난다. 그러면서 은근히 순대와 함께 나오는 간의 맛도 알게 되고..

 

결국 난 집에서 그 포장마차 떡볶이의 맛을 재현하는 데에도 도전하게 되었었다. 물론 서너 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건 싸구려 고추장과 물엿, 그리고 조미료 맛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아마 포장마차 떡볶이의 맛을 재현하는 대회라도 있으면 나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긴 하다. 그거 진짜 쉽다.

 

그러다가 떡볶이계는 또 한차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신당동 떡볶이의 열풍이 바로 그것인데 뭐 쫄면 같은 것도 넣고 이런저런 채소도 많이 넣고 해서 한 바닥 끓여주는 그런 맛이었던 기억이 난다. 더 웃기는 것은 그런 신당동 떡볶이를 파는 집에는 무려 디제이도 있었다는 사실. 오글거리는 음악 틀어 주면서 오글거리는 멘트 날리는 신당동 떡볶이의 디제이.. 오글거려서 타이핑을 못할 지경이다.

 

요즘에는 무슨 국대 떡볶이네 죠스 떡볶이네 하는 브랜드들이 막 생기기도 하고, 딸아이도 가끔 집에서 아주 매운 떡볶이 해 먹자고 얘기도 하고 그러지만..

 

결국 내 입맛은 다시 궁중떡볶이, 아니 무슨 궁중은 개뿔, 간장 떡조림으로 돌아오고 만다. 불필요하게 맵고 단 맛도 싫다. 그저 깔끔하게 간이 맞고 통깨의 고소함과 후추의 화한 맛 정도면 충분하다.

 

레시피는 이러하다.

 

흰떡은 적절한 사이즈로 썰어 놓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가급적 살코기로 썰어 준비한다. 기름기 많은 고기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돼지고기로 하려거든 비계는 다 썰어서 제거하는 게 좋다.

 

부재료는 양파 약간, 대파 약간, 당근 약간, 그리고 마늘 한두 쪽 정도면 충분하다.

 

흰떡이 너무 단단하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양조간장과 참기름을 섞은 유장에 잠깐 재워 둔다. 이렇게 해야 떡의 속까지 간이 배어서 겉은 짜고 속은 싱거운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식용유를 팬에 살짝 두르고 마늘 편을 볶아서 마늘향을 낸 뒤에 고기를 투하해서 볶으면서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을 뿌려준다. 고기가 살짝 익어갈 무렵, 재워뒀던 떡을 투하한다. 이때, 떡을 재우고 있던 유장도 적당량 같이 넣어주면 더 편하다.

 

적당히 익어가면 준비한 채소들을 투하해서 익혀주고, 채소들이 너무 익지 않게 살짝 볶아가면서 졸이는 효과를 준다. 이때쯤 단 맛을 좋아한다면 설탕을 적당량 투입해도 된다.

 

잠시 후 완성이 되어갈 무렵, 좋아하는 만큼 후춧가루를 뿌려주면 화한 맛을 즐기게 된다. 후춧가루는 고추장 하고는 전혀 다른 깔끔한 매운맛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인 음식을 만들어 낼수 있다.

 

그리고 접시에 담아낸 뒤, 보기 좋게 통깨를 좀 뿌려주면 완성이다.

  

술안주로 하건, 아이들 간식으로 하건,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음식이긴 한데 칼로리는 상당히 높을 것 같다. 사실 이 정도 되면, 혼자 해 먹기보다는 누가 왔을 때 해 주기 좋은 수준의 음식이다. 양념을 약간만 조절하면 밥반찬으로도 훌륭하다.

 

한 번씩들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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