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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가]

해장국의 효능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2-26 08: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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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해장국은 심리적인 문제일 뿐, 결국 숙취에서 깨어나는 것은 간에서 알코올을 가수분해 해서 소변으로 배출해 주는 길 뿐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숙취가 몰려오는 아침에 뜨끈한 해장국 국물을 한 사발 들이켜는 것은 분명히 생리학적이고 화학적인 효과가 있다. 일단 자극적인 술과 안주로 지쳐있는 위장에 다시 활력을 줘서 혈액순환을 빠르게 하는 효과도 있고, 해장국들에 함유된 어떤 물질들은 간의 해독능력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물론 쓰린 속을 달래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런 기능이 좋은 해장국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종합 비교평가해보자는 얘기다.

 

중학교 때 제사 지내고 음복하는 것을 배운 이래 30년 가까이 음주를 해 온 내 자신의 경험이 듬뿍 담긴 얘기니까 신뢰도 평가는 각자 알아서 하시기 바란다.

 

콩나물 해장국

 

일단은 콩나물이 들어간 해장국이다. 콩나물국밥도 좋고, 그냥 맑은 콩나물 국에 밥 말아먹는 것도 포함된다. 콩나물에 포함된 뭐라 뭐라 하는 물질이 해장을 돕는다고 한다. 그런데 난 별로 효과를 못 느끼겠더라.

 

콩나물에 북어를 넣고 끓이면 해장 기능이 강화되기도 한다.

 

잠시 옆으로 빠져서 미국서 유학생활을 오래 한 한 선배의 경험담을 소개해 보자. 미국 학생들이 술 잘 안먹는 거 같아도, 그들도 시험 끝나고 그러면 술을 먹는다. 그것도 우리와는 비교도 안되게(걔들 봐라. 일단체격과 체력이 다르잖냐.) 깡으로 퍼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에는 기숙사에서 일어나 다들 똥 씹은 표정으로 반쯤 죽어가면서 피자로 해장을 한다. 무려 피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해장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형이 그렇게 술을 퍼먹은 다음날 미리 사다 두었던 콩나물과 북어를 넣고 국을 끓여서 룸메이트에게 한 그릇 마셔 보라고 준거다. 그 효능에 깜짝 놀란 룸메이트가 소문을 내서, 그 뒤로는 기숙사에서 술파티가 벌어진 다음날 아침이면 학생들이 이 형의 방에 몰려와서 “Far eastern MAGIC soup”를 끓여내라고 줄을 섰다고 한다. 자기들이 마트에 가서 콩나물과 북어포를 막 사들고 와서 말이다.

 

하기사.. 수천 년을 내려온 우리의 음식문화를 니들이 어찌 이해하겠냐마는.. (이것은 부당한 문화 역차별발언인가..)

 

설렁탕, 순댓국, 선지 해장국

 

그다음으로 대부분의 해장국이 어류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는 데 반해, 육류가 들어가는 해장국들이 몇 개 있다. 설렁탕이나, 순댓국으로 해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효과는 별로인 듯. 그냥 뜨거운 국물을 먹는 심리적 효과 정도다. 그중에 좀 나은 것은 시래기 등이 들어가고 소의 피인 선지가 들어가는 선지 해장국이다. 이건 약간 효과를 볼 때도 있고 그냥 무덤덤할 때도 있다.

 

우럭젓국

 

역시 해장국은 생선이다. 허영만 화백이 식객에서 소개해서 알려진 우럭젓국이 랭킹에 포함될 듯하다. 우럭같이 뼈가 강한 생선들은 그 뼈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시원함을 배가해준다. 그 우럭을 꾸득꾸득하게 말려서 넣고, 거기에 새우젓을 추가해서 맑게 끓인 우럭젓국, 이거 뜻밖에 괜찮다. 그런데 사실 이건 술안주로써 더 훌륭하게 기능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못생긴 물고기들, 아귀, 물메기, 삼숙이 등등

 

그거 말고 또 잘 나가는 한 무데기가 있다. 이 수준쯤 되면 상당히 강한 해장 기능을 제공하는데, 흐물흐물하고 못생긴 물고기 시리즈가 있다. 아구부터 시작해서 물텀벙, 물메기, 삼식이, 삼숙이를 거쳐 도치까지.

 

이게 지역별 방언이 섞이기도 하고 종도 약간씩 다른 놈들인데 효능과 맛은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다 맑은탕으로 끓여서 해장국으로 먹게 된다. 아침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삼숙이탕 먹으면서 해장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술이 잘 깰 줄 알았으면 어제 술을 좀 더 먹었어도 되는 건데… ”

 

명태와 대구

 

그 와 비슷한 수준의 해장국으로는 대구 명태 시리즈가 있다. 아마도 전통적으로 우리 서민들이 즐겨 먹던 해장국의 대다수는 명태 베이스일 것이다. 북엇국, 계란 푼 북엇국, 콩나물 북엇국, 황탯국, 황태해장국, 뭐이런 계열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 탕 안에 포함된 어떤 물질이 해장을 돕고 무기질을 보충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학술적 기반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명태 계열보다 한층 더 효과적인 것이 바로 대구 맑은탕이다.

 

시중에서는 다들 지리라고 부르는 데 정확한 표현은 맑은 탕이다. 그러니까 대구 맑은탕이 맞는 표현이긴 한데 식당 가서 대구 맑은탕 주세요~ 이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구지리 시원하게 한 사발 주소. 이런 식이다. 대구지리의 효능 이전에 그 시원한 맛만으로도 기분이 유쾌해지고, 왠지 술이 다 깨어버린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한다.

 

대구 명태 베이스를 넘어서는 해장국 계통의 이단아, 비위 약한 사람들은 뚜껑만 열어도 혼절한다는 기괴식음의 결정체는 바로 홍어탕이다.

 

홍어탕

 

홍어애(애는 그냥 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넣고 보리순을 넣어 끓인 홍어애탕은 이게 사실 음식이라기보다는 숙취해소에 좋은 약이다. 홍어 냄새에 질색을 해서 아직도 삭힌 홍어를 못 드시는 우리 장인어른은 이 홍어애탕만큼은 즐겨 드신다. 꼭 술 드신 다음날 아침에 말이다. 한번 비몽사몽간에 뭔지도 모르고 드신 뒤로 그 효과에 반해서 그렇게 된 거다. 숙취 해소뿐 아니라 익숙해지면 그 강한 향과 맛이 중독성이 있을 정도니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해장계의 최고봉으로 우뚝 설 자격이 있는 음식은..

 

뚜둥~~~

 

복지리. 복어 맑은탕.

 

복매운탕 말고 복지리. 맑게 끓인 복어국. 경상도에서는 그냥 복국.

 

졸복이나 밀복 같은 싸구려 복어 말고, 최소한 까치복이나 자주복 이상급으로 끓여낸 맑은 국물.

 

참고로 자주복은 원래 이름이 자주복이 아니라 자지복이었는데, 이름이 좀 그래서 상인들이 이름을 바꾼 케이스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완전히 자주복으로 자리를 잡았다. 복어류에 남성의 성기를 빗댄 이름이 붙어 있게 된 이유는 상상하기 쉬울 것 같다. 화나면 커지니까.

 

까치복이나 자주복 정도 되면 맹독을 함유한 놈들인데, 내장을 다 제거하고 피도 제거하고 끓여도 그 살에도 뭔가 독한 성분이 있는 게 틀림없다. 이 성분이 간을 자극하고 활성화시켜서 순식간에 어제 먹은 술의 잔재를 날려주는 거라고 느껴지니까 말이다.

 

새벽 다섯 시까지 퍼 마시고, 여섯 시에 문을 여는 복국집에 가서 복국 한 사발씩 들이켜면, 그냥 출근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된다. 무슨 힐링 포션도 아니고…

 

마산 사람들 중에 술고래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가 아마 이 복국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강력하게 추정해 본다. 진짜 마산 가면 이 복어를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복거리가 있고 거기 가면 싼 거는 오천 원,

 

비싸고 좋은 것은 칠팔천 원에 복국 한 뚝배기를 먹을 수가 있다. 서울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서울서 그런 거 먹으려면 한 이만 원 줘야 될 듯.)

 

효능은 진짜 놀랍다. 국물을 반쯤 먹게 되면, 갑자기 머리가 써늘해지며 등골에 땀이 죽 흐른다. 그리고 어느새 풀려 있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게 되고 호흡이 편해지면서 술기운이 스르르 빠져나간다.

 

문제는 효과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갑자기 술기운이 부족해져서 새벽 해장 소주를 한병 또 까게 된다는 단점이..

 

결론은 해장국으로는 복지리가 최고라는 얘기였다.

 

물론 술을 먹게 되면 거기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이 내 몸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해 주기 전까지는 내 몸안에 남아 뇌를 마비시키게 된다. 그러니 무슨 술을 먹건 취하는 것은 흡수된 알코올의 양 문제이고, 술을 깨려면 물을 잔뜩 먹어줘야 하는 것도 맞다. 알코올을 가수 분해할 때 물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해독작용은 내가 잠들어 있을 때 더욱 활발하게 벌어지니까, 물 많이 먹고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숙취해소에는 가장 올바른 태도이기도 하다.

 

아니 그 이전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까지 숙취가 남아있을 정도로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그래도 뭐 세상사가 내 맘대로 되는가 말이다.

 

뜨끈한 복지리의 위용

 

다들 각자 맘에 드는 해장국 한 그릇씩 하고 벌떡 일어나서 다시 살아가자. 다 그렇게 살아지게 되어 있는 거다..

 

인생이라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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