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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나가버린 사람들

콩가루연합
2018-03-16 09: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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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이 땅은 독재자들의 폭압적인 통치를 받아왔고, 거기에 저항하는 모든 세력들은 “민주화” 세력으로 규정된 경향이 있다. 물론 초창기 이승만 때만 해도 좌익도 존재하고 진보도 존재하고 노동계 등 다양한 세력들이 숨을 쉬고 있긴 했지만 전쟁을 겪고 군사쿠데타를 겪어내고 나니 남은 것은…

 

거기서 시작된 일이다.

 

독재자 박정희는 자신이 가진 권력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산업화를 시도했고 일정 부분 성공을 하게 된다. 그 결과로 경제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사회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여러 가지 후유증이 존재한다.

 

대략 재벌이라는 존재, 경제적으로 자원이 집중되는 존재가 탄생하며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문제는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왜곡이 되어 버리고, 군사정권의 후유증으로 권위주의적 문화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옳고 그름보다는 강자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옳은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목청 크고 연줄 센 넘이, 권력에 가까운 놈이 이기는 세상이 되어 버린다. 사회적 도덕성의 마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또 한편에서는 초고속 산업화의 결과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환경오염은 일종의 비용으로 간주되어 별거 아닌 취급을 받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와서야 환경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지 그 전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먹거리 문제는 생존의 문제였고, 품질보다는 공급량이 중요한 상황에서 출발을 한다. 즉, 값싸고 양 많은 식량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었고, 수많은 영세공장에서는 청결이나 품질, 맛보다는 어떻게 더 싼 음식재료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의 음식 문화는 처절하게 파괴된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독재와 싸우던 민주화 세력은 독재가 이룩한 산업화와 그에 연계된 모든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는 산업화의 결과로 간주된다. 개발과 확장, 대량생산, 도시화 등은 모두 부정적인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되고 친환경, 신토불이, 자연요법, 건강한 삶, 등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된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개념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치켜세워진다.

 

예를 들어 천일염 같은 것이다. 일제시대에 겨우 도입된 염전 기술로 만들어진 천일염이 무슨 우리 전통의 건강한 소금이 될 수 있겠는가.

 

염전은 일제시대에 도입된 기술이지 우리 민족 전통은 절대 아니다. 염전의 위생 문제는 아직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 버린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문명의 결과물조차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장에서 합성된 모든 물질은 우리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간주된다. 현대 의료체계는 대기업과 정부의 관할이며 그 안에서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단정하고 거부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해외의 유사사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전통적이고 현대 과학기술과 동떨어진 삶이 탐구되며 칭송된다. 불결하고 오염된 환경이 현대 기술로 인해 제어되는 과정은 무시되기 시작하고 오히려 그런 구시대의 삶이 건강하다는 프로퍼갠더가 횡행하기 시작한다.

 

아이를 낳다가 죽어간 수없이 많은 어머니들은 잊혀지고, 아이를 낳아도 1년 되기 전에는 출생신고도 안 하던 비극적인 현실도 잊혀진다. 자연분만이 미덕으로 칭송되고 제왕절개는 돈을 원하는 현대 의료진들의 탐욕의 도구로 간주된다. 우리 어릴 땐 그런 주사 안 맞고도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착각은 그때 죽어간 수도 없이 많은 아기들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잘못된 현실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축산업의 발전으로 공장형 목축이 등장하자 그로 인해 값싸게 누구나 고기를 먹게 된 효과는 배제되고, 항생제 등의 부작용만 강조되어 퍼진다.

 

엄청난 수의 생명을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낸 백신은 오염물질 그득한 부작용 덩어리로 취급되고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는 삶에서는 배제되어야 할 오염원으로 치부된다.

 

답답한 일이다.

 

무조건 옳은 것은 없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도입된 새로운 패러다임, 대량생산, 고속 개발, 자본위주의 의사결정, 피해자 무시 등의 관점은 굉장히 나쁜 문제점을 내포한 심각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악은 아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환경친화적인 태도, 대량생산을 거부하고 소규모 생산 소규모 소비, 공동체 정신, 채식, 서양의학보다는 면역력을 중시하는 자연요법, 이런 것들 역시 대단히 훌륭한 사회적 관점이긴 하지만, 절대 절대선은 아니다. 발전이라는 것, 아니 진보라는 것은 어느 한쪽을 무시하고 배제함으로써는 절대 구현되지 않는다. 구할 수 있는 모든 관점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존할 수 있는 융합책을 구현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산업화와 대량생산 체제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현대 과학기술 문명이 필수적이다. 구체제가 일으킨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서, 구체제가 일으킨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좋은 대안이 아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삶,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선무당 같이 개량한복 즐겨 입는 반사회적 일탈자들의 헛소리만은 결코 아니다. 대규모 생산을 줄이고 소량 생산 소량 소비, 커뮤니티 위주의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독재와 싸우다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너무 멀리 가버린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매우 염려가 된다.

 

결국 우리 모두의 최종적인 목적은 우리들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자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 거대한 목적을 실제 세계에서 구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과학적 합리성이다.

 

합리성을 잊지 말자.

 

그리고 끝으로..

 

현대의학이 없었다면 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뿐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이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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