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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판단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3-19 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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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대화를 할 때 말고, 다수의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보통 사람들도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낯설고 힘든 모양이다.

 

느낌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은 어떤 대상을 보고 수많은 느낌을 느끼게 되며 어떤 느낌은 스스로를 위험에서 보호하기도 하고 어떤 느낌은 발전되어 위대한 예술품을 만들어 내도록 하기도 한다. 사랑도 혐오도 공포도 환희도 모두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간에 "말"로 표현을 해야 한다.

 

그렇게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문학의 경지로 갈 수도 있다. 정교한 언어를 이용해 복잡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이렇게 예술의 경지로 승화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느낌이 아니라 판단을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다. 개인의 느낌이 중요하지 않은 사안, 공적이고 사회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 사람은 죄를 지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사람이 참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이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필요없다. 처벌은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해서 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게 혼동되면 야만사회다.

 

즉 느낌을 말할 때와 장소가 따로 있고, 판단을 말할 때와 장소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그 두 가지를 구분을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는 지극히 공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온라인 상에서 나누면서, "모르겠고 난 홍길동이 좋아서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버젓이 늘어놓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판단력 부족한 유아기적 사고의 소유자로 규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어떤 사안을 논하는 글에 대고, 이게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따지고, 말하는 자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내 적인지 동지인지를 먼저 따져서 난 너 싫어!! 를 먼저 외쳐 버리는 수준으로는 정치적인 대화에 낄 자격이 없다.

 

그런 것은 판단인 것처럼 보이지만 느낌일 뿐이다. 원시시대의 유인원도 앞에 나타난 동물이 나를 잡아먹을 위험한 놈인지, 아니면 맛있는 저녁거리인지, 나를 도와 사냥에 나설 동지인지, 내 먹이를 빼앗아갈 사악한 적인지를 판단한다. 그 유인원이 합리적이고 공적인 판단을 하는 것일까? 그저 느낌을 느낄 뿐이다. 그 느낌이 틀리면 죽으면 된다.

 

당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는 상관없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해 보시라고 할 때, 자신 있게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시길 권한다.

 

그를 느낌으로 지지하는 것인지, 그가 보여주는 사상과 정치적 언어와 결정에 동의하고 그의 주장이 현실세계에 실제로 구현되기를 원한다는 판단에 의해 지지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그저 착해 보여서, 잘 생겨서, 멋져서,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정치적 지지를 한다는 것은 그가 권력을 잡으면 나에게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는 이유로 지지하는 사람보다 더 위험하고 바보스러우며 더 야만적인 행동이 된다.

 

느낌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판단으로 이야기 하시라.

 

느낌에 의해 행동하지 마시고, 합리적 판단에 의거해 행동하시라.

 

이걸 못하면 당신은 현대사회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다. 아니 살아가도 된다. 대신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이용만 당하면서 평생 살게 될 것이다. "좋은 느낌"을 계속 느끼면서 말이다.

 

그건 사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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