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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가]

주정뱅이를 위한 해장국, 콩나물 국밥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3-29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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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를 쓸 때마다 민망한 일이 많다. 음식 자체를 연구해서 어느 정도 레벨에 오르신 분들에게 큰 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 싶어서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쓰는 음식 이야기는 아마추어, 그것도 누구 하나 돌보아 줄 사람도 없는 독신자들을 위한 실용적인 음식이다. 가끔 돼지국밥 같은 미친 음식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아주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유용한 음식,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맛을 보장하는 그런 얘길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좀 봐주시라.

 

오늘은 해장국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편한 콩나물국밥이다. 전주식 뭐 이런 거 아니고, 그냥 가장 만들기 편한 거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누가 만들어도 기본은 한다.

 

제일 복잡한 부분은 육수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 가끔씩 휴일에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무 한 덩어리 정도 넣고 육수를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찌개를 끓여도 국을 끓여도 국밥을 만들어도 멸치 다시마 육수는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큰 냄비에 물을 2리터가량 넣고 멸치를 적당량(사실 이 말이 제일 무섭지. ㅎㅎㅎ 적당량이라고 하면 세 마리? 다섯 마리? 멸치 크기는?) 넣고 다시마 몇 장 넣고 무를 주먹만 하게 한 덩어리 잘라 넣고 푹푹 끓이면 된다. 다시마는 5분 이상 끓이면 슬슬 안 좋아지니까 적당한 시점에 건져내자. 이 육수도 많이 만들다 보면 취향이 생겨서, 자신만의 방법이 생기기도 하니까 자주 끓여 보도록 하자. 그러면 적당량이 얼마만큼인지도 대략 알게 된다.

 

그렇게 만든 육수를 걸러내서 물병에 담아 식힌 뒤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는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 오늘의 음식인 콩나물 국밥도 멸치 다시마 육수 기반으로 만들어 보도록 할 생각이다.

 

그리고 콩나물을 준비하자. 콩나물 다듬는다고 꽁지 다 잘라버리지 말자. 술꾼들의 간을 위한 아스파라긴산은 그 꽁지에 제일 많다고 한다. 대신 맑은 물에 여러 차례 헹궈서 불순물만 제거하도록 한다. 요즘에는 아예 마트에 세척 콩나물을 팔기도 하는데, 그거 사와도 결국 한 두 번은 또 씻어야 하니 괜히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씻은 콩나물을 삶는다. 아니 삶는 것보다는 찌는 것에 가깝게 하는 것이 맛이 더 좋다. 즉 냄비에 콩나물을 넣고 물을 잔뜩 넣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3-4센티 정도 깔릴 정도만 물을 넣고 끓인다. 뚜껑을 덮고 한 7-8분 정도 끓이면 콩나물이 쪄지는데, 아삭아삭한 맛이 남아 있을 정도로 하는 것이 먹기 좋다.

 

그러고 나서 콩나물은 모두 건져내고 남은 콩나물 국물에 멸치 다시마 육수를 부어 전체 양을 350-400ml 정도를 맞춘다. 이게 국밥용 일 인분 분량이다. 라면 끓일 때 550ml 가 정량이니 그와 비교해서 눈대중을 해도 되겠다. 라면 한 개 끓일 때 쓰는 물 보다 적어야 한다는 뜻.

 

그 멸치+다시마+콩나물 육수를 끓이면서 양파 약간, 대파 약간을 넣어준다. 이때 옵션들이 들어가도 좋은데, 무를 얇게 나박 썰기 해서 넣어도 좋다. 황태포나 북어포가 있으면 잘게 잘라서 넣어줘도 좋다. 황태나 북어는 미리 기름에 볶고 뭐 이런 거 필요 없다. 괜히 국물에 기름만 뜬다. 그냥 가위로 잘게 잘라 넣어주면 된다. 너무 많이 넣으면 먹기 불편하니 적당량만. 또 적당량!!

 

또 두부를 작게 썰어서 넣어줘도 좋다. 만약 이 대목에서 신김치를 꼭 짜서 잘게 썰어 넣으면 김치국밥으로 변할 수도 있는데, 그 또한 좋은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음식의 필수요소 마늘을 얇게 편을 썰어서 넣어주는 것은 어지간하면 필수적으로 하기 바란다. 그리고 간은 국물의 진한 맛을 원한다면 국간장으로, 깔끔한 국물을 원한다면 소금으로 하는 것이 좋다.

 

난 계란을 다 풀어 넣고 국간장으로 양념한 국물을 좋아하는데, 마눌님은 계란도 안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깔끔한 국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양쪽 모두 입맛보다 훨씬 더 싱겁게 맞춰야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새우젓으로 다시 간을 맞추니까.

 

이렇게 국물이 끓게 되면 취향에 따라 계란을 풀어 넣어도 좋고 막판에 살짝 터트리지 않고 넣어서 반숙 형태로 만들어도 좋다.

 

뚝배기가 있다면 이때 쓰면 된다. 뚝배기에다가 밥을 한 공기 넣고, 그 위에 여태 만든 국물을 부어 살짝 한 번 끓여 주면 된다. 뚝배기가 없다면 국물을 좀 더 끓인 뒤 대접에다 밥을 담고 그 위에 국물을 붓는다.

 

그리고 그 위에 아까 건져 놓은 콩나물을 얹고 김가루, 혹은 그냥 양반김을 가위로 잘게 자른 것을 얹고, 호사를 부린다면 장조림을 잘게 찢어 얹어도 되고, 장조림은 그냥 반찬으로 먹어도 된다.

 

끝으로 총총 썰어 놓은 대파를 조금 얹고, 새우젓 티스푼으로 한 숟갈 정도 넣으면 완성이다. 폼 잡고 싶으면 통깨를 좀 뿌리면 되는데 항상 얘기하지만 아무 데나 통깨 마구 뿌리는 것은 짤방 찍기 좋아하는 엉터리 음식 블로거나 하는 수작이니 너무 과용하지는 말자.

 

이렇게 만들어진 콩나물국밥은 나름 랭킹에 들어가는 해장음식이다. 분명히 숙취해소에 화학적인 효과가 있는 음식이고, 부대끼는 속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음식이다. 술이 완전 떡이 될 정도로 마신 다음날, 어지러운 머리와 부글거리는 속을 부여잡고서라도 이 정도는 끓여서 먹을 수 있는 내공을 갖춰야 진정한 주정뱅이로 거듭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한 그릇 훌훌 퍼먹고 나면 놀랍게도 호랑이 같은 기운이 솟아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다들 한 번씩 시도해 보시길 권한다.

 

사진은 중요한 게 아니다. 음식은 남 보여주려고 만드는 거 아니니까. 내가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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