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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4-03 11: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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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의 공통점 : 게으르다, 미룬다, 우유부단하다, 마무리가 약하다, 약속을 어긴다, 목표가 없다, 꿈이 없다..”라는 말을 봤다.

 

오늘 처음 본 말도 아니고 흔하게 돌아다니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인데.. 저 내용들은 가난함의 원인이 아니라 가난함의 결과이다. 꿈이 없어서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난해서 꿈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게으르다, 미룬다, 우유부단하다, 마무리가 약하다, 약속을 어긴다, 목표가 없다, 꿈이 없다..

 

당장 오늘 저녁밥 먹을 돈이 없고, 잠잘 곳이 없다면 저 중에서 뭘 할 수가 있을까? 당장 어딘가에 가야 하는데 버스비 몇 천원이 없어서 못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 가난한 사람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 느낌, 느껴본 사람만 아는, 평생 가는 참담함이다.

 

절대 가난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을 보고 그게 가난해진 원인이라고 호도하지는 말자.

 

물론 가난한 사람들 중에 초인적인 인내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꿈을 갖고 목표를 세운 뒤 부지런하게, 미루지 않고, 결단을 내리며, 마무리를 칼같이 하고, 약속을 지키며 부를 획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노숙자 천 명 중에 그런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또 반대로, 수십억의 재산과 빌딩 몇 채를 물려받고서도 가산을 탕진하고 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또 천 명 중에 몇이나 될까?

 

일부 특이한 사례를 들고 와서,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일일 뿐이다. 거기다가 가난한 사람들 천 명이 모두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될 만큼 우리 사회의 부가 넘쳐나던가?

 

가난한 사람들이 응당 누렸어야 할 재화를 그들에게 주지 않는 죄책감을 저런 식으로, 가난한 자들은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는 식으로 면피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그들이 전생에 죄를 지어서 가난한 거라고 하는 쪽이 솔직하기라도 하다.

 

어떤 사회든지 험한 일을 전담해야 하는 계층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들이 있어야 사회가 유지된다. 과거에는 노비들이 그 역할을 했고, 인도에서는 수드라가 그걸 하는 것이고, 자본주의 한국에서는 빈민들이 그걸 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최소한의 문명을 이룩했다고 얘기하고 싶거든, 우리 사회의 유지를 위해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일을 담당하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환경은 제공하고 나서 그런 소릴 하도록 하자. 그게 문명인이 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가난은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 불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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