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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를 집행하라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4-07 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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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 중에 하나가 바로 종교인 면세 특혜 문제다.

 

그 누구도 도대체 왜 대한민국에서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지 않는가, 종교인들도 분명히 교회에서 월급 받고 다니는데, 갑근세를 왜 내지 않는가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말하지 못한다. 그 어떤 법에도 종교단체에 근무하는 사람은 면세대상이라고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관행적으로 국세청은 종교단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적이 없다.

 

일설에 의하면 이승만 시절에 이승만 본인이 개신교 장로였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기 때문에 이와 연관이 있지 않겠냐고 하고는 있지만 대통령령이 있었다거나 특별히 지시했다거나 하는 근거도 없다.

 

그냥 안 받은 거다. 왜? 무엇 때문에? 모른다.

 

그 기괴한 전통에 저항하는 첫 번째 움직임은 국세청에서 나왔다. 1968년 7월 2일에 국세청장은 목사나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 근로소득세, 즉 갑근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과세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종교계에서 물밑으로 사력을 다해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표현으로는 "큰 말썽이 생겼다" 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두 번째 움직임은 개신교 내부에서 나왔다. 87년 민주항쟁이 벌어진 시점에 기독교 교계 안에 "기독교 윤리실천 운동 (기윤실)"이라는 단체가 결성되었고, 장기려, 손봉호 등 기독교인들이 교회 재정의 투명화, 성직자 세금 납부 등의 주장을 시작했다. 이는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었으며 교계에서 주요 이슈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개신교계 내부의 일부 세력은 자발적인 납세를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1992년 국세청은 종교인 납세는 성직자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를 해 버린다. 세금 납부를 자율에 맡기는 경우도 있는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에 1994년 천주교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성직자의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결정하고 발표한다. 이로 인해 천주교 사제 1800여 명이 일제히 소득세 납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기에 납세액은 거의 없었다. 다만, 그들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지는 사회적으로 알려졌다. 신부님들은 무척 가난하다. 필요한 활동비가 성당에서 나오니까 뭐 개인 소득이 적더라도 문제는 되지 않기도 한다.

 

참고로 스님들은 공식 소득이 0원이다. 그래서 세금을 내고 싶어도 못 낸다.

 

그 이후로 종교인 과세는 가끔씩 사회적 논제로 떠오른다. 그러다가 결국 2006년에 이르러 국세청은 기재부에게 종교인 과세의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를 하게 되고, 이때 논리가 종교단체에서 신도들의 후원금(그러니까 헌금)을 수입으로 잡고, 그 수입에서 성직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면 근로소득이 되어 과세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형성된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지 않는 국세청을 직무태만으로 고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은 것은 건국 이래의 관습이라며 무혐의 처리를 하게 된다. 이건 뭐 어쩔 수 없지.

 

2012년에 와서는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OECD 가입국 중에 우리를 뺀 모든 국가가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사실 그게 당연한 얘기이긴 한데..

 

결국 정부는 2013년에 종교인 과세 법안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성직자의 월급을 소득으로 보지 않고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사례금으로 정의하는 쪽으로 후퇴한다. 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 이렇게 되면 일반 소득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특혜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법안조차도 결국 처리 되지 않고 2013년을 넘기게 된다.

 

2014년부터는 종교인 과세 법안 관련 논쟁이 좀 더 활발하게 벌어졌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이 해를 넘겼고, 2015년에 와서야 겨우 종교인 과세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어야 하는 이 법안은 타협책으로 2년간 유예하게 된다. 즉,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되는 걸로 결정.

 

그나마 이렇게라도 통과된 것은 정권 차원에서 2016년 봄에 치러지는 총선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치욕적으로 중단되었고, 삼성동 주민 박씨는 법정에 서게 된다. 뒤를 이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고 파격적인 인사 등 각종 개혁 조치로 인기를 상한선까지 끌어올리던 와중에..

 

2015년에 통과되었던 종교인 과세 법안이 2년간 유예되어서 2018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하는데, 그걸 2년 더 유예하자는 움직임이 있고 그 핵심에 김진표가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게 오늘, 2017년 5월 26일 현재의 사건이다.

 

또 유예를 하자고? 광복이래 70년이 넘게 아무 근거 없이 면세 혜택을 받아 왔는데 뭐가 부족해서 2년을 또 미뤄주는 걸까? 그것도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이미 2년간 유예를 해줬는데 그걸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2년을 추가해 주는 걸까?

 

이런 건 진짜 정권 초기에 탄력 받았을 때 해버려야 되는 일이고, 지금 유예하면 정권 중반에는 아예 할 엄두도 못 내는 일이다. 개신교의 반발은 장난아니게 거세다. 그걸 모를 사람들이 아닌데 유예하자고 그러는 것은 안 하겠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확인을 해 두자면, 종교인 과세는 "교회"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교회는 당연히 영리 단체가 아니고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교인들에게 헌금받아서 그 헌금으로 교회일 하고 사회사업하면 된다.

 

다만 그 교회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성직자들에게 소득세를 내라는 얘기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 모든 사람은 세금을 내니까 말이다. 스님도 내고 신부님도 낸다. 단지 스님은 공식적인 월급 액수가 0원이니까 세금을 내려고 해도 못 내는 거고, 신부님들은 면세점 이하의 월급을 받으니까 면세되는 것뿐이다. 그런데 왜 목사님들은 그걸 거부하는 걸까?

 

종교인 과세는 걷어 들일 수 있는 세금도 세금이고, 과세 형평성도 문제지만 결국은 종교계 특히 대형교회들의 "재정 투명성"이 진짜 핵심이다.

 

세금 내봐야 그거 얼마나 된다고, 대형교회 큰 목사님들처럼 돈 많은 사람들이 그 돈 몇 푼 아까워서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세금을 걷게 되면 회계 보고를 해야 되고 교회 안에서 움직이는 돈의 규모가 공공의 눈 앞에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즉, 투명성이 높아지는 것인데 그 투명성 자체를 극단적으로 거부해 왔다는 얘기다. 왜?

투명성을 거부하는 이유가 뭐가 있겠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힘들 정도로 비상식적으로 썩어 있다는 반증이지 뭐.

 

신도들이 헌금을 얼마나 하는지, 그렇게 모인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믿음으로 신뢰하는 것 말고 한 번이라도 투명하게 확인해 본 적이 있을까?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그 돈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온갖 부패의 온상이 되고 상속을 하고 유산 다툼 싸움을 하고 대형 교회 체인점이 생기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걸 그냥 가만히 놔두고 2년을 더 지켜보기만 하자고?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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