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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이해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4-19 0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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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것은 사람에 대한 문제야.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사람 사는 사회에서 제 위치 찾고 잘 버티고 살아가기 마련이잖아.

 

정치도, 문화도, 심지어 시시 때때로 찾아오는 지름신도 결국은 사람에 관한 얘기라는 거지. 결국 우리가 너나 나나 우리들 모두인 이 사람이라는 신기한 동물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라는 거야. 우리는 사람에 대해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즉 우리 자신을 좀더 진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거지.

 

진짜로 진지하게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절망을 해 봤어? 절망이 아니라 좌절이라고 표현을 해도 되겠지. 세상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고, 나한테는 정말로 소중하고 절대절명의 문제 같은데 아무도 이 문제에 관심을 안 가지고 있고.. 이런 경험 말야. 어디가서 얘기도 못하겠고, 이 문제가 해결 안되면 난 진짜로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없을 거 같은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번 정도는 느껴볼 필요가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진실로 절망해 본 자 만이 진정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뭐 이런 허세 쩌는 얘기도 나오는 거고. 사실 허세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이 표현은 참 굉장한 거 같아. 뇌신경과학이나 프레임 이론, 양자역학 같은거 하나도 모를만한 문학자들이 이런 표현을 어떻게 해 냈을까?

 

레이코프가 말한 프레임이라는 거 들어본적 있지? 근데 그거 인용되는 글들 보니까 대부분 너무 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구. 그게 무슨 정치적 선전술이나, 마케팅 기법에만 적용되는 거라고 생각들 하는 거같아.

 

사람 머리속에 프레임이라는 게 있는데, 그 프레임에 맞으면 잘 받아들이고, 그 프레임에 맞지 않으면 “사실”을 아무리 접해봐야 다 버려버리고 자신의 프레임에 맞게 재해석해서 지 멋대로 받아들인다, 뭐 이런 얘기.

 

근데, 그거 조금 더 들어가보면, 진짜 장난 아닌 얘기로 가버리게 된다고. 실제로 뇌속에 시냅스가 물리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거야. 일종의 사고방식 비슷한 건데, 그 물리적 구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는 그 프레임에 맞는 얘기들 뿐이라는 거지.

 

그런데 현실에서 계속 그 프레임에 맞지 않는 얘기만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다 튕겨내버려. 그런데 튕겨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지. 튕겨낼 때 마다 작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거거든. 불쾌감이랄까, 뭐 그런건데, 지속적으로 그런 사실만 접수가 되면 어쩌지? 어느 순간 프레임이 붕괴한다고. 이게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문제가 아냐. 실질적으로 뇌속에 구성된 시냅스의 물리적인 구조가 깨져 버리는거야.

 

이러면 어떻게 될까? 물리적인 고통이 유발되는거지. 이건 스트레스의 차원이 아니라, 외상에 가까운 충격이 되는거야.

 

사람이 느끼는 스트레스중 그 충격이 가장 큰게 뭘까? 통계적으로 보면 배우자의 죽음이래. 자식이나 부모의 죽음이 그 뒤를 따르게 되겠지. 섹스상대로써의 이성 말고, 내가 살아가면서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판단하던 배우자가 사라지는 거, 이거 장난 아니지. 내 사고방식이 다 흐트러지고 인생의 방향 자체가 바뀌는 충격이야.

 

쉽게 말해서 뇌속의 상당수의 프레임들이 깨져 나가는 충격이라고. 이러면 보통 사람들은 다 앓아 눕게 되는 거야. 정신적인 충격이 신체에 물리적인 충격을 미치게 되는 현상이지. 상사병, 화병, 뭐 이런 것들이 그런 현상의 고전적인 표현일거야.

 

이런거.. 그렇게 내가 갈망하던 뭔가가 현실에서 절대로 구현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도저히 튕겨내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바로 프레임이 깨지는 순간일거야. 그게 바로 진정한 절망과 좌절이잖아. 그런 순간을 안 느껴본 사람들 끼리는 얘기가 잘 안통하기 마련이야. 왜 그럴까? 물론 그런 순간을 느껴본 사람들끼리는 한두마디로도 어지간한 의사소통이 되기 마련이지.

 

그렇게 한번이라도 프레임이 깨져나가는 것을 느껴본 사람은, 그 순간에 바로 이 프레임의 존재를 피상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거야. 또 웃기게도, 그것도 면역이 되는지 한번 깨져본 사람은 두번째 깨질 때 훨씬 덜 아파. 그리고 점점 더 프레임에 대한 의존성이 줄고 생각이 자유로워 지는 것 같아. 이 부분은 누군가 심리학이나 신경외과의 대가가 한 얘기가 아니라 그냥 내가 생각해 낸 부분이야. 즉, 이 부분 말고 앞에 나온 얘기들은 다 누군가 나름대로 권위있는 인간들이 한 얘기를 옮긴 거라는 얘기지.

 

그러다 보니, 프레임이 한번 깨져본 사람은 상대의 얘기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궤도를 달리고 있게 되면, 아~ 저 친구는 좀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할 여유가 생겨. 또 그게 반복되다 보면,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도 별다른 감흥 없이 그럴 수도 있지~ 싶은 심정으로 들어줄 여유도 생긴다는 거야. 이게 바로 진정한 똘레랑스의 시작이라구. 그냥 맨정신으로 똘레랑스가 가능할 거 같어? 어림도 없지. 최소한 이정도 고통은 느끼고 그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만이 진정한 똘레랑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거라는 얘기야.

 

거기다가 한가지 얘기를 더 덧붙이자면, 인간의 이성과 감정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야. 모든 이성적, 합리적 판단 밑에는 본능적 감정적 판단이 기초를 깔고 있다는 거지. 이건 또 꽤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결국 내가 아무리 나 자신을 객관화 시키고, 합리적으로 사안을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이 성공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 밑에는 역시나 내 감정이 깔려 있다는 거야. 이런 경험들은 많이들 해 봤을걸. 나 자신이 무척이나 합리적인 것 처럼 행동을 해 왔는데, 어느 순간 돌이켜 보니 역시나 내가 좋아서 한 짓이었다는 느낌말야.

 

이 문제는 또 현대물리학하고도 연관이 되는데, 양자역학이 가장 충격적으로 가져온 관점중의 하나랑 연관이 있는거지. 대상과 완전히 격리된 체, 대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관찰자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거야. 이게 무슨 기술의 부족이나 그런게 아니라 자연계의 원초적인 기본 성질이라는 거야. 이건 정설이라고.

 

그래서 더 이상 데카르트 시절에 얘기했던 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사라지고, 확률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양자역학이 등장하고, 실존주의가 판을 치게 되고, 결국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가서 말하는 사람도 모르고 듣는 사람도 모르고 구경하는 사람도 모르게 되는 이런 오리무중인 사태가 발생하는.. 뭐 그런 거 말야.

 

하여간 온갖 잡다한 얘기를 다 했는데, 핵심은 이거야.

  • - 인간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멍청한 존재다.
  • -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프레임에 얽매여 있기에 서로 다른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 -­ 하지만, 그 프레임이 깨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평소 자기 주장을 강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서 자기 프레임이 깨져본 경험이 있는 건가 무척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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