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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가]

내 영혼의 닭곰탕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8-04-26 19: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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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나 바베큐는 좀 질리잖아. 원래 우리 민족은 닭을 무척 많이 먹었고, 그 요리법도 꽤나 다양한데, 맨날 기름에 튀긴 치킨이나 먹기에는 좀 미안한 감이 많다.

삼계탕이나 닭백숙은 많이들 해 먹는 것 같기도 하니, 좀더 품위있는 음식, 손으로 뜯어 먹지 않아도 되는 양반 스러운 음식을 한 번 만들어 보자.

일단 시장에 가서 생닭을 한 마리 사오자. 이거 마트에서도 팔긴 하지만 경험상 시장에서 파는 닭이 더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경향이 있다. 시장 닭집 중에서도 하림 같이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규격화 된 생닭을 공급받아 파는 곳이 그나마 좀 믿을만 하다.

대략 칠천원 정도 주면 큼직한 닭을 한 마리 살 수 있고, 그냥 백숙용이라고 그러면 기름덩이 제거해서 손질을 해 줄 것이다.

그 닭을 가져와서 삶는다. 삶을 때 수육 삶듯이 부재료가 좀 들어가는데 뭐 굳이 안 넣어도 되지만 좀더 미세한 미각의 소유자라면 이거저거 넣어보자. 대략 대파는 숭덩숭덩 썰어 넣어주는 게 좋다. 양파는 큰거 하나 반으로 갈라 넣어주자. 통마늘을 한 열 쪽 정도 넣어주고, 생강이 있으면 몇 쪽 넣어주면 좋다. 후추가루 말고 통후추 사다 놓으면 이럴 때 넣기 좋다. 수육에도 통후추 넣으면 향이 좋아진다.

그리고 한 참 끓을 때 술을 소주 한잔 정도 부어주면 좋다. 미림 같은거 별도로 사놓을 필요가 없다. 평소 소주 먹을 때 조금씩 남기는 거 모아두었다가 써도 된다. 중요한 건 알콜이 날아가면서 잡냄새를 잡아주는 효과일 뿐이다.

재료가 다 들어갔으면 한 번 확 끓인 다음에 중약불로 낮춰서 삼십분 이내로 삶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퍽퍽해지니까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삶은 닭은 꺼내어 큰 접시에 올려 좀 식히자. 다른 이유는 없고 닭의 살을 발라내야 되는데 너무 뜨거우면 손에 화상 입거든. 좀 식은 다음에 깔끔하게 살을 발라낸 후, 너무 잔뼈는 버리고 굵은 뼈들만 모아서 아까 그 삶은 물에 다시 넣고 물좀 보충해 주고 한 시간 정도 푹 고아낸다. 이렇게 하면 진한 닭 육수가 만들어진다. 이거.. 생각보다 참 맛있는 국물이다.

이렇게 만든 육수는 체나 삼베에 걸러 맑게 만들어 준다. 이게 닭곰탕의 기본 국물이 된다.

발라낸 닭고기는 잘게 찢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 주고, 대접에 적당량 담아낸다. 그 위에 대파 송송 썰어서 뿌려주고, 팔팔 끓인 육수를 부어준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먹으면 된다.

얼큰한 곰탕이 필요하면 육수 끓이는 동안 다데기를 만들어서 넣어줘도 된다. 다데기는 흔한 기본 다데기.

다데기 만드는 법은 뭐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겠으나, 대략 맛있는 고추가루에 진간장 조금 넣고 마늘 다진거, 생강 다진거, 후추가루 약간 뿌려 만들면 된다. 단 맛 좋아하는 사람은 물엿도 좀 넣어주고.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목이 칼칼하고 좀 피로할 때..

부드러운 닭고기 살과 진한 닭 육수에 대파가 동동 떠 있는 닭곰탕, 거기에 다데기 풀어서 밥 말아 한그릇 들이키면 이거 꽤 효과가 좋다.

여기까지가 내 영혼을 위한 닭곰탕의 요리법이다.

 

* 사진은 훔쳐온 걸로 대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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