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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와 사회적 스트레스

박성호 a.k.a. 물뚝심송
2011-06-21 12: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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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까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한 이년 보내는 사이에, 재미있는 일이 진짜 많았지만 역시나 그 중에서 제일 재미있던 것은 황빠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얘기가 압권이었어. 뭐 그런 얘기야 당시는 재미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인간성의 추잡한 면만을 인증해주는 거니까 맛이 써지기 마련이고..

사실 황우석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그 특유의 애설리 – 애국자를 설레게 하는 리플 – 도 한몫을 했지만 외모가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아. 부리부리한 눈에 넙데데~ 하게 펼쳐진 그 얼굴을 보면 그냥 오금이 저리다는 여성황빠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었다고. 이게 아이돌 여자애들 보고 침흘리는 아저씨 부대하고 유사한 측면도 있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이 얘기는 육두로 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0.154초 정도 뇌리를 스치기도..)

근데 문제는, 내 자신이 어려서부터 외모가 연상의 여인들이 좋아하던 스타일이었다는 거야. 대학시절에 과외 알바 하러 가면 애들은 닝닝한데, 부자집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날 좋아하는지.. 물론 애들 수학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서 진짜 비싼 자리 많이 걸리는 바람에 풍족한 대학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단순히 아이들 수학점수 올려줘서 그렇게 좋아했던 것 만은 아닌 것 같아. 그 때 얘기 하자면 진짜 육두로 가야 되는거고..

황우석이라는 사기꾼을 사람들이 왜 몰라보고 그렇게 열광을 했는가, 이것은 진짜 디테일을 살펴볼 수록 더 신기하기만 했어. 거기다가, 난 이 노빠들이 황빠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결국 이 짓거리가 노빠들에게 엄청난 치욕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예감을 해서 건방진 생각이지만 어떻게든 황빠에서 노빠를 분리해 내려고 노력을 했었다고. 결과적으로는 성과도 있었지만 더 많은 실패가 있었지. 그런 집단적인 움직임을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돌릴 수 있겠어.

 

서프는 완전 황빠로 물들어 버렸어. 무슨 바람개비 들고 있는 그림에다가 “바람이 되어 함께 가는거야~” 뭐 이런 구호까지 곁들인 그림도 엄청 유행하고, 무엇보다도 당시 서프를 슬그머니 장악했던 독고탁이라는 아이디가 황빠의 거두로 등극하게 되는거지. 이 사람, 나중에는 자신도 이미 어느 시점부터 황우석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도 했지만, 황빠운동으로 표출되는 대중의 동력을 어떻게 해서든 정치적으로 이끌어서 이용하고 싶었다는 것이 훨씬 클거야. 그래서 서프 트래픽중 상당수를 황토방-황우석 토론방이 차지하게 되고, 거기서 나오는 황빠들의 헌금이 서프의 주 수입원이 되기도 하고 뭐 그랬던 것 같아.

황우석의 문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일부 노빠들은 그것을 무척 아쉬워 했어. 나도 그랬지. 그래서 한때 서프의 대안 사이트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었고, 그게 노사모 홈피나 서프를 완전히 대치해 버릴 새로운 친노 사이트의 구상으로 발전하다가, 결국은 노무현 퇴임후 민주주의 2.0 이라는 토론 사이트로 구현되게 되는데, 그것도 자리잡기 전에 산통 다 깨지는 바람에 다 죽은 거지 뭐. 그 흔적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사이트로 갔다가 아마 노무현 재단으로 다 흡수통합 되게 될거야.

 

이건 다 서론이고..

하여간 황빠들의 집단적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 개개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황우석 지지운동(이게 말이 되는거야? 일개 과학자를 지지하는 시민운동이라니.. 과학자가 무슨 탄압받는 반체제 인사야?)에 뛰어들게 되었는가 하는 경험에 대한 다수 데이타를 모으고자 했던거지.

결국 서프 황토방에서 주최한 대규모 황지지자 오프모임에 참여하기로 했어. 당시 나를 오프에서 보기만 하면 쓰메끼리로 대가리를 찍어 버리겠다는 (쓰메끼리 사건은 꽤 유명한건데, 황우석 지지자 한명이 또 다른 지지자가 배신했다는 이유로 흉기로 머리를 찍었던 사건이야. 근데 변명하기를 흉기가 아니고 쓰메끼리였다고.. ) 황빠들이 넘쳐나던 시점이었는데, 내가 서프 황토방에서 하도 황빠들을 괴롭히니까 걔들도 내가 한번 보고 싶었나봐. 천안 어디메쯤 있는 무슨 농원에서 1박2일로 진행한다는 모임에 나를 부르더라구. 그래서 우습지만, 안전보장에 대한 약속을 받고 참여했어. 안전보장은 개뿔, 보장한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지만, 모임에 참여한 사람을 대놓고 다구리 칠만큼 무식한 사람들도 역시 아니야.

 

그러면서 많은 황빠들을 사귀게 되는거야. 그 중에 몇몇은 지금도 친해. 결국 황우석이 한 일들이 다 드러나기 시작하고 사회적으로도 알려지면서 황빠들은 속속 개종하거나 사라지게 되고, 지금에야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그저 블로그나 뭐 이런데에서만 끄적거리는 수준으로 축소되었지만 당시에는 진짜 대단했다구. 맨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 열고, 그 돈이 어디서 나왔네, 집회하라고 준 돈을 누가 떼먹었네 하면서 연일 싸우고, 서울대학교 앞에는 항상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전단지 돌리는 아줌마가 숱하게 있고.. 심지어 광우병 촛불시위때까지만 해도 유명한 아톰마-아톰 머리모양과 유사한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시위 전문가 아줌마(사실은 미스로 밝혀짐)-가 등장하기도 해서 나를 공포에 떨게 만든 적도 있지. 사진도 한장 같이 찍었어. ㅎㅎㅎ

각설하고.. 그 때 몇몇 여성 지지자들하고 알게 된거야. 물론 난 그들에게 추호의 흑심도 없었어. 이런 말 하니까 더 수상하지?

그 여성분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도대체 왜 황우석을 지지하느냐, 내가 얘기한 것 중에 틀린 거 하나도 없고, 황우석이 과학 사기꾼이라는 사실 정도는 다 알지 않느냐는 설득까지 해 봤어. 돌아온 결론은… 난 그 사람을 믿는다.. 였어. 믿는다.. 그럼 나는, 내가 한 말은 못 믿겠는가라고 물었지. 그랬더니 니 말도 다 맞다는 거야.

물론 처음에야 논문도 다 진짜고 황우석은 진짜 위대한 과학자고 뭐 그런 소리만 주구장창 했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니까 다들 눈치는 챘더라구. 니가 물리학 전공했고, 학계 사람들도 꽤 많이 알고, 니가 하는 말은 조리에 맞고 근거도 있으니 니 말이 다 맞겠지.. 하면서도, 그래도 니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으리라는 것을 자기가 믿는다는 거야.

이건 좀 그래.. 그냥 생각없는 아줌마들이 동네 무당 믿듯이 믿는거구나~ 하면서 바보같은 예편네~ 하고 박차고 나와도 되긴 하지만, 황우석이 무당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황우석이 목사나 신부야? 황우석이 관우야? 이름에 우짜가 들어가긴 하네.. 고우영화백처럼..

 

이 아줌마들 뿐 아니라 황빠들이 다 하는 얘기가 레파토리가 뻔해. 이휘소 박사 얘기 나오고, 심한 사람은 조경철 박사 얘기도 하고.. 한명의 뛰어난 과학자가 진짜 국가 전체를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는, 혹은 강대국으로 만들 수 있는 연구를 했는데, 그걸 기존의 강대국들, 그러니까 즉 기득권들이 용납을 못하고 죽인거다.. 우리 역사에서는 항상 이런일이 반복되어 왔다, 자기는 이런 것을 과학적 논리가 아닌 역사적 상식으로 알고 느끼고, 그 결과 황우석은 살려야 된다.. 이런거야.

이거.. 내가 처음에 판단했었던 내용이나, 많은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던 내용하고 좀 달라지는 거야. 즉, 무지한 대중이 언론의 선동이나 사기꾼 과학자의 애국심 드립에 넘어가 마이크로 파시즘 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이익을 손상케하고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단순한 해석만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상황인거야.

그 중에서도 특히 아줌마들의 극성은 대단했어. 실제로 황우석이 저지른 범죄중에 가장 죄질이 극악한 것이 여성 난자를 자의적으로 마구 실험에 동원했다는 부분이야. 돈주고 사기도 하고, 좋은 말로 꼬셔서 적출하기도 했어. 난자 적출은 무슨 남자 정액 채취하듯이 단순한 일이 아냐. 혹시 모를 사람 있을까봐 얘기하자면, 배란 촉진제를 왕창 투여하고 몇일 기다리다가 난자가 왕창 배란되면 무식하게 생긴 파이프 꽂아서 빨아내는 거라고. 한번에 많으면 열댓개씩 나와.

 

보통 이 기술은 인공수정 시술용으로 난자 제공자의 동의하에 시행되는 건데, 이게 단순하지가 않아. 재생산 기능이 왕성하지 못한 여성은 이거 함부로 하면 영원히 불임이 되는 경우도 있고, 상당기간동안 생리불순이나 복통 등에 시달리게 된다니까. 난소를 자극해서 왕창 뽑아 내는거니 몸에 좋을리가 없는건 당연하지.

이런 물리적인 문제 말고도, 여성의 난자라는 것은 인간 배아의 기본이라고. 그걸 함부로 적출해서 실험에 쓴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건드릴까 말까 경계쯤에서 왔다갔다 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석의 실험을 위해 자신의 난자를 자발적으로 기증하겠다는 아줌마들이 줄을 이었어. 처녀야 좀 그랬겠지. 그리고 난자 기증할 수 있는 신체 연령을 벗어난 아줌마들은 그 실험에 쓰라며 돈도 팍팍 냈어. 이른바 난기모 – 난자 기증모임 – 이었어.

거기다가 황우석은 들통이 난 뒤에도 어찌어찌 난자를 또 기증받아서 그걸로 또 실험을 했다고. 이미 없다고 밝혀진 SCNT를 한개라도 만들어 보려는 발악이었지.

이런 역설이 있을 수가 있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여성성을 가장 악날한 방법으로 손상시킨 인간을 바로 그 피해자인 여성들이 나서서 옹호하고 난자까지 기증한다? 단지 애국심으로? 단지 황우석이 잘생겨서? 이게 이해가 돼? 이런 역설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그게 역설인지 인식도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 역설도 있었고..

 

이 사건이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에 누군가가 황빠들의 집단 행동에 대한 논문을 한개 써서 발표했더군. 황빠들 집회하는데 따라다니고, 인터뷰도 많이 해 보고, 결국 그들이 단순히 속은 게 아니라 역사속에서 억눌여 있던 피해의식을 능동적으로 발현해서 사회 변혁 운동 비스무리 한 것에 참여했다고 해석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해야 할까 말까, 뭐 이런식으로 어리버리한 결론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다분히 황빠들을 옹호하는 논조더라구.

사실 이해가 가. 그들을 근접거리에서 관찰을 해 본 결과, 논리적으로야 어찌되었든지 간에 결코 욕할 마음이 안생겨. 한마디로 그들 역시 피해자라는 거야. 근데 그런 감성적인 아줌마들이 황우석 지지판에 드글거리다 보니, 심심치 않게 어페어가 생기더라구. 세상에는 나처럼 점잖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는 얘기지. 황우석 지지자 집단(수도 없이 많았어. 갈래도 복잡하고..)의 리더들 사이에서 뻑하면 싸움이나고, 러브 어페어가 생기고, 그걸로 가정파탄도 나고, 이 아줌마가 돈을 냈는데, 그 돈이 황우석 지지운동에 안 쓰이고 누가 꿀꺽했네, 아니네 내가 먹은게 아니고 니가 먹었네, 먹은 건 돈이 아니라 다른거네…

뭐 이런 싸움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어. 그러면서 사그라들게 된거지. 이런 데이타를 가지고 황빠운동의 사회학적 의미를 고찰하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 모잘랐어. 황빠운동이 친노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는 것도 실패했어. 노빠들이 왕창 나서서 황우석 살려야 된다는데 뭐… 그걸 어째 말리나…

 

그런데 한가지는 느낀 점이 있지. 이 사람들.. 진짜 억눌리고 쌓이고 쌓여 있는게 너무 많구나 하는 점이야. 사회적 스트레스가 거의 한계치에 이른게 아닐까 하는 거야. 해방, 전쟁, 군부독재, 개발경제, 뭐 이런 과정에서 평생 시달려온 사람들의 집단 스트레스가 상상이상으로 거대하게 응축되어 있다는거야. 이게 이 쪽으로 터지면 노사모가 되고, 저쪽으로 터지면 황빠가 되고, 요쪽으로 터지면 디빠가 되고..

 

많이들 얘기하지. 사람들이 좀더 이성적이 되고 합리적이 되면 빠 문화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이성적이 되기 이전에 사람들이 받아온 스트레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한”이 좀 없어져야 그런 빠 문화가 사라질거야.

우리 사회는 너무 변화도 심하고 강압적인 통치도 심하고, 대중을 가지고 놀려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렇게 당해만 오는 대중들의 가슴속에는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밖에 없다는 거야. 사람들보고 좀 더 똑똑해지라고 강요하면서 스트레스 늘리지 마. 그거 별로 도움 안될거야.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서든 풀어줘야 된다고. 스스로도 좀 풀어야 되고.

그런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유머를 베이스로 한 딴지일보의 모토는 참 좋아. 그리고 가카 씹을 때도 이를 북북 갈면서 씹지말고 가볍게 웃으면서 씹자는 거지. 그러기 조낸 힘들어도 말야. 유머로 부족하다면 육두로 보충하는 것도 좋아. 그것도 힘들면 술이라도 팍팍 먹으라구. 쌓였던 집단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집단 광기를 부리거나, 개인적으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되는 것 보다는 마리화나에 취해 길거리 평상에 늘어져서 잠이라도 자는게 훨씬 남는 짓 같지 않아?

진짜 엉뚱한 주제에서 시작해서 황당한 결론으로 끝났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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