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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알티, 뒷담화, 빠시즘 + 패거리즘

박성호
2013-10-19 11: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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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을 사용하다 보면 “구알티 하지 마세요” 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구알티가 도대체 뭐야?

참고로 도대체님은 오래전 딴지에서 활약하신 분인데 요즘 사업하시면서 고군분투 하는 와중에도 재미있는 트윗을 많이 하셔서… (이 얘기를 하려고 그런게 아닐텐데..)

구알티 얘기를 하려면 RT 에서 시작해야 한다. 같은 알티네..

RT는 Retweet 의 약자로, 다른 사람이 트윗으로 한 얘기를 내가 “다시 트윗한다” 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즉, 상대의 트윗을 인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용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이렇다. 원래 트위터 본사에서 트위터를 설계할 때에는 이런 기능 자체가 없었다. 남의 트윗을 인용하는 것에 대한 대비가 최초 설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듯.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냥 트윗이 제공하는 기본 기능을 이용해서 남의 말을 인용했다는 “표기”를 붙이는 식이다.

<내가 첨부하는 내용> RT @원트윗닉 <원래의 트윗 내용>

이런 형태로 보통 썼다. 이걸 구알티라고 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읽는 사람들은 아, 저게 원트윗을 한 닉이 한 말을 뒤에 붙이고 앞에는 자기의 코멘트를 쓴 거구나~ 하고 알아먹는 암묵적인 약속이 생긴 것이다.

그러자 문제가 발생했다. 어떤 변화가 생기면 언제나 문제가 생기는 법이니까.

이 예전의 RT 방식은 상대의 트윗의 내용을 텍스트로 복사해서 내 트윗에 붙이는,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 인스턴스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원래의 트윗을 한 사람이 자신의 트윗에 내용이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지우더라도, RT 트윗은 남게 된다. 이건 새로운 사람의 트윗이니까 원작자가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는 거지.

즉, 원본과의 관계가 끊어져 버린 사본이 하나 생겨서 돌아다니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원작자는 문제가 있는 트윗이 퍼져 나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해야 된다. 여기서 일종의 저작권 침해 비슷한 권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 하나는, 트윗의 140자 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다. 원 트윗 자체가 길이가 길면, 거기에 RT 붙이고 닉 붙이고 코멘트 붙이고 하다보면 길이가 모자르게 된다. 그러면 보통 원래의 트윗 내용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그냥 뚝 자르기도 하고, 아니면 적당히 불필요한 단어들을 빼기도 하고.. 어찌되었거나 결과적으로 원래의 트윗에 “윤색”이 가해진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면 원 트윗의 의미와 전혀 다른 문장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고의적으로 왜곡해서 인용하는 악당들도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트윗 본사는 이 문제를 자신들의 시스템 차원에서 새로운 기능을 넣어 해결해 주려고 뭔가를 만들어 냈다. 시스템에 변화를 준 것이다.

그게 요즘 쓰이는 공식 리트윗 Retweet 이다.

원 트윗을 리트윗 하게 되면, 마치 내가 하는 트윗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사본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과 동일한 존재가 나타나게 된다. 즉, 구알티와는 다르게 원작자의 트윗을 편집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마치 링크 개념과도 같아서, 원본이 지워지면 같이 지워지게 된다. 즉 아무리 많이 리트윗이 되었어도 원작자가 그 모든 리트윗들에 대해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거기다가, 원 트윗에 대해 편집을 애초부터 할 수 없게 만들어 놔서, 윤색이나 왜곡의 가능성을 차단해 버렸다.

그렇게 된 상황이다. 그러니 자신의 글이 남의 손을 타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구알티를 하지 말라고 주장을 하게 된 것이다. 정히 내 트윗이 맘에 들면 그냥 리트윗을 하면 되잖아.. 이런 마음이다.

이 역시도 문제는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그 트윗에 대해 코멘트를 달고 싶을 때, 구알티는 그게 한 트윗 안에서 해결이 되지만, 리트윗을 이용하려면 일단 리트윗을 한번 하고, 그 다음에 새롭게 내가 트윗을 작성해야 되는데 이 두개의 트윗에 연결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즉,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이게 어떤 트윗에 대한 코멘트인지 뭔지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웬 뜬금없는 트윗을 하나.. 하는 의문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경우 보통은 상대의 타임라인을 방문해서 그 뜬금포 트윗의 앞에 뭔가를 리트윗했나? 하고 찾아 보면 해결이 되곤 한다.

이렇게 길게 구알티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이 구알티가 보여주는 폐해 중에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잘못된 폐습, 우리가 흔히 범하는 폐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

구알티에 담겨있는 가장 큰 폐습은, 말의 왜곡이다.

트윗은 신기하리만큼 우리들이 카페에 모여 수다 떨 때와 유사한 메카니즘을 가진 시스템이다. 아주 짧은 단문으로 표현을 하자니, 논리적인 디테일을 설명하기는 힘들고 그저 순간적인 감상들 위주로 작성이 되기 마련이다. 가십에 대해 수다를 떨 때 우리들이 그런 언어양식을 채택하곤 한다.

그런 곳에서 주로 오가는 것은 뒷담화일 소지가 크다. 누군가를 흉보는 것 말이다.

참고로 뒷담화는 원래 없었던 말이다. 담화 라니까 한자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은 당구용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당구에서는 보통 내 공을 때려서 앞쪽에 있는 보이는 공을 맞추는 걸로 경기가 진행되곤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앞 공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뒤에 있는 공을 맞춰야 할 때도 발생한다. 이 공을 뒷다마(다마는 일본말)라고 한다. 즉 뒷다마를 친다, 뒷다마를 깐다, 라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의 어감은 마치 사람의 뒷통수를 치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자리에 없는 사람의 흉을 뒤에서 몰래 볼 때, 흔히 뒷다마를 깐다, 라고 표현을 하게 된 것인데, 이게 일본말이기도 하고 어감도 좀 그러니까 그럴싸하게 뒷담화로 변이가 된 것이다. (이거 개그 아니고 진지한 얘기다. )

그런 식으로 뒷다마가 오가다 보면 항상 발생하는 일은 사건의 왜곡과 부풀리기이다.

샘플을 살펴보자.

1. 옆집 아가씨가 무슨 걱정이 있나? 어제 늦게 들어오는데 근심스러운 표정이더라고.

2. 옆집 아가씨가 맨날 밤중에 들어온데.

3. 옆집 아가씨가 몰랐는데, 밤에 출근하는 여자였다는군.

4. 그렇게 안 봤는데, 옆집 아가씨가 나이트 엘프라는군.

5. 옆집 아가씨가 나르실을 재생시켜 이실두르로 만들어서 아라곤에게 준 그 엘프라는데? 내가 일베에서 봤어.

6. 옆집 아가씨 직업이 대장장이였어?


<옆집 아가씨가 이 칼을 고쳤다고? >
뒷다마들은 보통 이런 식으로 확대 재생산 된다. (뭔가 다른 의미의 확대 재생산을 원했던 독자들은 반성하시라.) 옆집 아가씨는 괜히 야근에 지쳐 한 번 늦게 귀가했다가 졸지에 대장장이로 의심을 받게 되는 메카니즘이다.

이런 메카니즘은 주로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고 발생하게 된다. 옆집 아가씨가 엘프처럼 예쁜데,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잘 안받아주고 해서 속상해하는 청년들이 많았다면 그런 경향성은 확실하게 가속되기 마련이다. 아마 저랬을 거야, 라는 짐작은 그런 말의 확대 왜곡에 의해 그랬던 게 확인되었군.. 하는 확증 편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구알티로 인한 왜곡도 이런 메카니즘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물론 현실세계에서의 뒷다마도 이런 메카니즘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말을 옮기지 말아야 한다. 굳이 옮기려면 최대한 원문에 충실하게, 원문에 애매한 구석이 있다면 마치 하뉴녕기자처럼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해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우리네 인간사에서 그렇게 이상적인 상황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

노빠 문빠 박빠 안빠 등 우리 사회에는 빠들도 참 많다.

이런 빠스러운 분들이 트윗공간에서 보여주는 행동들 역시 앞서 얘기한 구알티와 뒷다마의 메카니즘을 충실하게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전두환에게만 몽땅 집중하다가 다른 일들 빵꾸나겠네~” 라고 한마디를 한다.

그러면 평소 안철수를 시덥잖게 여기던 문빠의 구성원들은 이 말이 고깝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면 구알티를 하건 뒷다마를 까던 확대 재상산의 기전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1. 안철수는 전두환을 쉽게 본다. 그렇게 말하고 있다.

2. 안철수는 전두환을 처벌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원래 그런 나쁜놈이다.

3. 안철수가 전두환의 부하였다고? 이런 죽일놈이 있나.

4. 안철수가 사우론 밑에서 오크 만들던 놈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그렇다. 안철수는 오크였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 옮겨지면서 확대 왜곡되는 과정에는 역시 일정한 경향성이 있다. 안철수가 문재인과의 정치적 협조를 하는 과정에서 심기를 거슬렸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안철수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그룹이 생기게 되어 있고, 이 그룹 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또는 자극적인 말을 해 주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

그 욕구는 결국, 구알티 스럽게, 또는 뒷다마 스럽게 조금씩 더 강해지는 왜곡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별로 죄책감도 안 생긴다. 나는 5% 밖에 왜곡 안했거든.

내가 언제 안철수가 “전두환을 처벌하지 말자”고 했다 그랬나? 난 그저 안철수가 전두환을 좀 쉽게 보는거 아니냐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안철수를 전두환의 졸개로 만드는 과정에 일조를 한 것이다. 반성해야 한다. 당신의 5%가 옆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50%가 되고 500%가 되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또 물뚝이 안빠네 뭐네 하겠지만, 난 안철수를 정치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명색이 대 딴지일보 정치부장인데, 이제 겨우 초선의원 따위를 내가 뭐하러 지지를 해..

단지 나는,

구알티, 뒷다마, 빠시즘에 이은 패거리 문화 들이…..

어떤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말을 부풀리며, 없는 문제를 만들어 내면서 안 먹어도 될 욕을 사서 먹고, 심지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그 욕을 몇백배쯤 뻥튀기해서 퍼 먹이고 있는 건지..

그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남의 말 할 때 최선을 다해 조심해라. 어쩔 수 없이 남의 말을 할 때면 최대한 그 사람을 존중해서 얘기를 하자.

이런 거 못하면, 당신은 말할 자격이 없다.

왜냐고? 이런 문제로 제일 개판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몰라?

있잖아.. 그 무슨 종편에도 자주 나오는 사망유희 좋아하는 작은 인터넷 언론사 대표 말야. 당신도 그 사람 욕하고 있을거잖아.

그렇게 욕하면서 왜 그 넘이 하는 짓을 그대로 따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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