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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전에서 '선전(Propaganda)'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ravenclaw69 (mediamall)
2018-04-13 08: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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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야기 두 개부터 하지요.


시리아의 장난감 밀수꾼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전쟁을 벌이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이 전장이면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참극을 봐도 무덤덤해지게 됩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내전의 참상을 보도하는 사진의 폭력적인 수위가 일정 상태 이상으로 올라가버리면 사람들은 가능한한 그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대중 매체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시궁창에 빠지는 전쟁을 보도하다 뭔가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식을 찾아내면 열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시리아 태생으로 핀란드에 살고 있던 40대 초반의 한 남자 이야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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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태어났으나 어렸을때 핀란드로 이민가서 건강식품업체를 운영하던 라미 아드함(Rami Adham)은 2011년 모국인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보고 무관심할 수 없어 홀로 구호활동에 나섭니다. 사비를 털어 음식과 약품을 사서 시리아행을 결심했을때 그의 3살 딸 야스민이 "내 바비인형도 전해주고 싶어요"라고 했다죠. 이 말을 들은 그는 곰인형과 바비인형 60여개를 사들고 터키 국경 근처의 난민캠프로 갔다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놀 거리를 잃어버렸던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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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에서 재난대비 물품으로 아이들 장난감까지 챙겨야 한다고 쓴 것은 이런 사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려면 안 움직이고 할 수 있는 보드 게임류가 가장 좋습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 넣는 PPL입니다. ^____^;;;)

이 반응을 봤던 그는 Suomi Syria라는 단체를 만듭니다(Suomi는 핀란드어로 핀란드인 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시리아 출신의 핀란드인들”이라는 단체죠). 그리고 두 세 달에 한 번씩 시리아를 찾았다고 합니다.

영국의 텔레그라프가 이 양반의 이야기를 처음 기사로 썼던 게 2016년 7월 10일입니다. (The toy smuggler of Aleppo: how one man brings joy to the faces of Syria's children http://www.telegraph.co.uk/news/2016/07/10/the-toy-smuggler-of-aleppo-how-one-man-brings-smiles-to-the-face/)

그리고 9월 즈음부턴 우리나라 매체들도 이 훈훈한 소식을 전하는데 동참합니다. (알레포 아이들에 희망 선물하는 ‘장난감 밀수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62217005&code=970100)

하지만 불과 한 달 뒤인 2016년 10월. 핀란드의 한 매체에 라미 아드함의 이야기가 진짜라고 보기엔 너무 좋은 이야기라는 꼭지로 장문의 기사가 실립니다. 아드람이 운영하는 단체에 35유로를 기부하면 아이에게 실제로 전달되는 돈은 9유로에서 20유로며, 그가 지하디스트 설교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언급하면서 그가 테러조직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였죠. (A story too good to be true – The toy smuggler of Aleppo’s jihadist connections, made-up stories and an orphan project run aground http://www.hs.fi/ulkomaat/art-2000002926544.html)

이 보도가 나간 후 바로 핀란드 경찰은 기부금 유용 혐의에 대해 예비조사에 들어갑니다. ('알레포의 장난감 기부천사' 사기꾼 정황에 경찰 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0/26/0200000000AKR20161026130900009.HTML) 이 보도 이후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핀란드에서만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2월 경, 핼싱키 지방법원은 탈세, 마약범죄, 회계부정, 폭행 등의 혐의로 5개월 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이트 헬멧(시리아 민방위대)


역시 시리아 이야기입니다. 2012년전 20여명 정도의 시리아 활동가들이 터키에서 구조 훈련을 받고 하얀 헬멧 하나 쓰고 시리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정부군의 공습으로 불길에 휩싸인 건물에 들어가 피투성이 부상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합니다. 2016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랐던 시리아의 민방위대, 화이트 헬멧 이야기입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만 검색해봐도 많이 볼 수 있어요. (전쟁터 누비며 6만명 구한 ‘하얀 헬멧’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757570.html#csidx6bfe6477a58eeb29079465103180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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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야기는 41분 정도의 짧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2016년 국제다큐멘터리 연합으로부터 최고 단편 부분을, 2016년 헴톤 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단편으로, 그리고 2017년에는 단편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오스카상을 받았죠.

그런데...

Netflix에서도 볼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보를 imdb.com에서 찾아보면 평점이 형편없습니다 아니, 오스카를 받은 작품이 왜 평점이 그 모양인가를 찾아보니 이런 댓글들을 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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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러시아의 IP주소를 가진 분들께서 집단적으로 몰려가 쌍욕을 퍼부어놓으신 겁니다.

음, 근데요... 특정 IP대역의 댓글?? 좀 낯익은 광경 아닌가요?

거기다 이 내용들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전장에서 무슬림 테러조직들은 아주 빠른 이합집산을 합니다. 경쟁 조직이 폭격으로 모두 죽어버리거나 일부 극소수만 남으면 그 조직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요... 2017년초반까지 저 지역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던 이들은 이슬람 국가를 만들었던 DAESH입니다. 이들은 알 카에다는 물론 탈레반하고도 사이가 안 좋아요. 그런데 ‘미국인들이 기억할만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선전물이라고 했네요?

에바 바틀렛(Eva Bartlett)


2016년 12월 9일, UN 기자회견실에서 '독립언론인'인 에바 바틀렛은 서방의 주류 언론들이 시리아 전쟁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 분은 자신이 ‘취재한 사실’들을 ‘러시아 정부가 만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계셨던 분입니다.

이분은 시리아의 참상을 만들어낸 원흉이나 다름없는 바샤르 알 아사드를 지지하는 것을 숨기지 않았던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서방의 '언론기업'들이 파견한 기자들은 불의와 타협하고 있으며 신뢰할 수 없는 소스들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 분은 바로 (1)편에서 설명했던 화이트 헬멧이 고아인 아이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연출된 사진들을 찍고 있다고 주장해 파란을 일으켰던 분입니다.

그런데요... 뭔가 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일단 듣긴 해야 한다는 입장인지라. 뭔 소릴 했는가 싶어서 유툽을 검색했습니다. 뭔가 얄딱구리한 것이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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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기가 많이 없어진 트위터를 하시는, 혹은 하셨던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여러 아이디가 별 의미 없는 트윗을 리트윗하고 서로 리트윗하는. 선거철에 특히 맹렬하게 활동하는 알계정들이 이런 짓 하죠. 트위터 몇 년 한 사람들이면 다 한 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딱히 집중해서 들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임에도 누군가가 열심히 바이럴로 이 이야기들을 돌리고 있어서 트레픽이 좀 발생되자 영국의 민영 채널인 Channel 4는 이 '독립언론인'의 주장을 검증합니다.

그러니까 화이트 헬멧이 자신들의 활동을 과장하고 있다는 그녀의 주장 말입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비디오 화면에는 사실 한 아이가 여러 보도에서 재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야라고 불리는 소녀가 8월에 나왔다가 9월과 10월에 다른 두 곳의 리포트에도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죠”

결과는? 에바 바틀렛이 한 이야기들이 뻥이었습니다. (Eva Bartlett’s claims about Syrian children
https://www.channel4.com/news/factcheck/factcheck-eva-bartletts-claims-about-syrian-children )

하지만 러시아 정보부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 분명한 에바 바틀렛의 주장은 꽤 많이 퍼집니다. 서방 주류 언론에 대해 미심쩍은 시각을 가진 분들을 통해 주로 퍼지죠. 웃긴게 한국은 이 분의 주장을 정치적으론 반대라고 할 수 있는 통일운동가들과 일베가 공유한다는 겁니다.


서방 vs 러시아


이 세 가지 사례는 모두 서방의 미디어에 대응한다고 러시아 정보기관의 정보전이 결합되어 벌어진 일입니다.

라미 아드힘은 원래 시리아 출신으로 부정부패가 심한 정부 조직과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전문적인 구호단체가 일을 벌일 경우엔 이런 부정부패와 직접적으로 대면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일정한 협상들이 가능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개인이 주도하는 단체라면 현지의 불의한 이들과 협력하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투명도 높은 핀란드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죠. 그의 기소 내용들을 보면 사적 이익을 취했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현지식 유드리가 과도하게 남용되었다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5개월형 정도 이야기가 나온거죠.

하지만 전 라미 아드힘이 이러고 다녔다는 내용을 찔러준 쪽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아니었을까 의심합니다. 어느 나라도 언론사의 정규직 기자들은 총알 날아다니고 포탄 터지는 전장에 직접 가는 일이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는 이들은 분쟁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프리랜서 기자들입니다. 정규직을 이런 곳에 집어넣으면 보험료부터 시작해서 복잡해지는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거든요.

라미 아드힘이 현지에서 과격파 이맘과 친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적당하게 기름칠 하고 다녔다는 아주 디테일한 사실을 헬싱키 밖으로 나설 일이 없는 핀란드의 기자가 접수할 방법은 없었다는 이야기죠. 누군가 아주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했을텐데, 공명심이 가득한 민간인들이 전쟁범죄가 매 분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알짱거리면 해골 아파지는 분들이 누구겠어요.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시리아가 저렇게 개판이 되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선 반이민 정책을 주창하는 극우 민족주의 정당들이 정권을 잡거나, 급 부상합니다. 폴란드 같은 경우엔 아예 정권이 극우 민족주의자들에게 넘어가버린 판이고, 프랑스나 영국에선 의회 진출까지 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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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 아사드.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죠. 시리아를 2대째 후루룩 하고 계시는 독재자

서구의 리버럴들에게 있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현 대통령은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놈입니다.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러시아는 미디어 파워에서 서방 언론의 상대가 될 수 없죠. 그러니 러시아 정보기관은 화이트 헬멧을 음해하기 위해 에바 바틀렛 같은 분을 조직적으로 띄워줬던거죠.

그리고 서방언론이 계속 눈을 감았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샤르 알 아사드와 맞서는 반군의 정체입니다. 국제분쟁 취재에 있어선 발군인 이유경 기자는 이들을 네 개의 카테고리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네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가장 강력한 조직인 ‘제이쉬 알 이슬람’(Jayshy al-Islamㆍ‘이슬람 군대’라는 뜻ㆍ이하 JAI)’이 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를 주창하는 수니파 극단주의자들, 이른바 살라피스트로 분류된다. 두 번째는 카타르와 터키의 지원을 받는 ‘페일라크 알-라흐만(Faylaq al-Rahmanㆍ이하 FAR)’인데, 이들은 ‘온건반군’으로 불리는 자유시리아군(FSA) 소속이다. 이 밖에 ▦살라피스트와 이슬람주의자(샤리아 율법통치를 고집하지 않는 이들)의 연합체인 ‘아흐라르 알-샴(Ahrar al-Shamㆍ‘시리아 해방운동’이라는 뜻)’ ▦알카에다의 시리아 버전인 ‘하이야트 타흐리르 알 이슬람(Hay’at Tahrir al-Islamㆍ‘레반트의 해방기구’라는 뜻ㆍ이하 HTS)’ 등이 소규모로 존재한다.” http://v.media.daum.net/v/20180316200211024

그러니까 시리아 반군의 대부분이 극단적인 무슬림들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인 겁니다. 어떻게 보면 진실은 사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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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허탈하신가요?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시궁창에 빠지는 현장이든, 정치적 주장이 오고가는 국회든... 대부분의 경우엔 존경하는 딴지일보 전 편집장이자 지금은 데마시안 사업본부장이신 너부리님의 저 말이 맞습니다. 양쪽의 선전전에 말려서, 누구를 일방으로 악으로 생각하고 있다보니 헷갈리는거죠...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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