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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화해 과정에서 우리, 한국사회가 넘어야 할 고지

ravenclaw69 (mediamall)
2018-04-14 06: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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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치공학 같은거 잘 모르고, 한 매체에 꽤나 오랫동안 글을 써왔음에도 한국 정치에 대해 써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거기다 전 1969년생입니다. 휴전 후 16년 뒤에 태어났고,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베트남 전쟁이 끝났으며 1987년을 고3때 겪었습니다. 영락없는 아저씨지요. 그러니 이 글은 동네 술자리에서 정치인의 이름 불러가며 자기 생각을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저씨들의 술자리 대화 정도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네 아저씨의 협소한 시각으로 보자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만든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을 두고 감탄하지 않는 이들은 없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미회담은 문재인(대통령)의 승리라는 기사를 썼고 https://www.wsj.com/articles/a-u-s-north-korea-meeting-reflects-victory-for-moon-jae-in-1520572528, BBC, 알 자지라 등도 비슷한 형태의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일본의 아베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결과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지요. https://www.nytimes.com/2018/03/08/world/asia/trump-kim-meeting-asia-reaction.html?smid=tw-nytimesworld&smtyp=cur 물론 앞으로도 넘어가야 할 지점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안에 있어선 유일한 야당일 수 있는 자유한국당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겁니다. 죽음, 혹은 슬픔의 5단계라고 알려진 1 부인(Denial) 2 분노(Anger) 3 협상(Bargaining) 4 우울(Depression) 5 수용(Acceptance)에서 1과 2 정도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그동안 ‘보수정치세력’이라고 자처한 곳의 주류가 바뀔 수도 있다 싶습니다. 바로 이분들로요.

본인들을 아스팔트 우파라고 하시던데, 이 양반들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이유는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 우리 쪽에서 바꿔야 할 것들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바꿔야 할 것들 중에 하나는 도로에서 태극기 휘두르는 분들은 물론 현 정부 지지층에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지금의 달력으로 놓고보면 남북정상회담은 사실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것들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과정입니다.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미국이 가질 옵션은 전쟁 밖에 없기 때문에 일거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지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협정이 되려면 북미수교까진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미수교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한 나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우리의 헌법 제3조 개정 압력이 높아집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입니다. 어중간한 평화지대를 놓는다 정도가 아니라 국가 vs 국가의 관계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헌법의 영토조항은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그 영토로 한다에서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곳을 영토로 한다로 바꿔야 합니다.

이거, 세대전쟁꺼리입니다. 아스팔트에서 애국하신다는 분들은 “있는 영토도 팔아먹는 매국노”라고 현 정부를 공격할 겁니다. 무엇보다 이 분들은 이게 경제적인 이유도 걸려 있습니다. 북한에 땅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 저 집에서 가장 강고한 입장을 갖고 계신 분들이거든요. 영토를 줄여버리면 그 땅 자체의 소유권은 완전히 날아가니까요.

더불어 통일운동하셨던 분들은 평화체제 안착을 위해 두 국가 체제로 간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이 분들은 연방제 ‘통일’을 주장해왔지... 평화체제 안착을 위한 ‘국가 분리’이라는 것은 받아들이실 수 없을 겁니다. 뭐 요즘은 존재감이 많이 약해지신 분들입니다만.

근데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정리된지 불과 16년 뒤에 태어난 제 입장에서도 북한 영토가 우리 영토라는 이야긴 상장폐지된 코인 이야기하는 거란 말입니다. 1987을 자신이 참여한 역사의 장면이 아니라 역사 영화로 기억하실 분들 입장에선 뭔 허깨비 같은 소리라고 하실겝니다. 무엇보다 완전한 분단을 통한 상호체제 인정이 되어야 우리가 먹여살릴 부담을 덜 갖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김정은이 그렇게도 원하는 체제보장을 할 방법이 있나요?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긴 사실 어려 곳에서 나오기 시작한지 꽤 됩니다. 박지원씨만 하더라도 자신의 소원은 초대 평양 대사가 되는 것이라고 하고 다니신 분이죠. 하지만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사실상의 두 나라가 되어야 평화체제가 안착된다는 것에 대해선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온 상태는 아닙니다. 폭동 일으킬 집단이 있으니 어느 정당에서든 본격적으로 이야기 꺼내기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통일’은 좀 많이 먼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오히려 경의선, 경라선을 연결하고 러시아에서 가스 파이프를 들여오는 경로로 만드는게 가장 많은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 아닐까요? 체제 인정을 해야 경제협력과 관계된 로드맵을 만들고, 그 로드맵이 있어야 청년 고용율도 좀 많이 개선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의선, 경라선은 물론 시베리아 횡단 열차, 중국의 대륙횡단철도까지 연결하는 공사는 많은 인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잖아요?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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