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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김어준은 컨텐츠 전달자입니다.

ravenclaw69 (mediamall)
2018-04-16 10: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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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자인 유시민 작가가 절판시킨 책이 한 권 있습니다.

1987년, 학원업으로 돈을 좀 많이 벌었던 서한샘씨가 새로운 청소년 문화를 만들어보겠다고 청소년 잡지를 창간합니다. 문제는 이 잡지가 거의 1년만에 문을 닫아요. 1987년 초에 창간했던 잡지가 88년 2월인가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 잡지에 실렸던 글들은 지금의 저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죠. 그때 실려 있었던 수많은 글들 중에 세계사 이야기를 뽑아서 만든 책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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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고를 작성하던 당시 유시민 작가는 시국사건으로 수배중이었습니다. 원고를 써서 도피자금으로 썼던 셈인데, 이 책은 그 이후로도 잘 팔려 지금의 유시민 작가의 입지를 만들어줬죠.

사실 이 책의 내용은 1980년대에 사회과학 동아리들, 혹은 써클에 들어가면 첫 해에 읽게되는 수많은 책들을 정리 요약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고 경찰 수배를 받아 도서관도 갈 수 없었던 중에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썼기 때문에 오류들이 상당히 많았다. 뭐 몇 년전부터 나오고 있는 기밀해제 문서들에 기반해서 보면 얼척없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 책에서 다룬 붉은 중국의 탄생은 에드가 스노우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을 요약정리한 겁니다. 에드가 스노우의 책 자체가 중국 공산당이 보여주고 싶었던 사실만 기술되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죠. 유시민 작가는 문화대혁명을 감안하면 중국편이 너무 많이 미화되었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고, 나중에 개정판에선 몇 마디 첨언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조선공산당사를 공부했던 사람들은 훨씬 전부터 다른 역사적 사실 때문에 중국 공산당과 소련 공산당에 대해 그닥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사건이죠.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615.html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의 폭력성에 대해 치를 떨었던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90년대 초반에 유작가님이 자신의 베스트 셀러를 수정했던 것을 보곤 좀 깼습니다. 마오쩌둥의 문제를 ’문화대혁명의 잘못’만 짚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습니다. 어지간한 크기의 책장 한 칸을 가득 채울 분량의 책들을 아주 얇은 책 한권으로 압축했거든요. 한국에선 이런 압축본이 항상 잘 팔리지요. 저작권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죠. 독자들 입장에선 압축적으로 사안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거지요.

사실 현대는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 소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일을 하다보면 대중적 소통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되거든요. 아닌 말로 대학 4년 동안 정말 죽자고 공부만 했던 내용이 한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 되는 세상이잖아요. 이걸 요약해서 대중에게 설득하기 쉽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대단한거죠. 이런 일을 하는 분을 ‘컨텐츠 전달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여기서 생깁니다. 컨텐츠 전달자는 전공자가 아닙니다. 요약정리 잘못 들으면 어마어마한 삽질을 할 수 있습니다. 스팀잇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유작가님이 암호화폐 관련 토론에 나왔을때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오고가며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설득력있게 포장하는 능력은 그 토론회에서 발군이었지만 정작 사실 관계는 꽤 틀렸잖습니까?

사실, 이 컨텐츠 전달자라는 직업은 새로운 직업이 아닙니다. 이거, 백년이 넘도록 저널리스트들이 해왔던 것입니다. 다만 약 10여년간 나라가 좀 형이상학적으로 굴러가면서 미디어가 정상적이었다고 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죠. 아닌 말로 2010년 이후의 MBC는 그 이전의 MBC랑은 아주 다른 조직이었잖아요? KBS는 또 어떻구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19세기를 살았던 분들이 자기 말을 안 따르면 사람들 밥줄을 끊어놓으니 사실 전달이 될 수가 없었던거죠. 그러다보니 음모론이 제시되고, 그렇게 던져진 수많은 음모론 중에 하나가 걸리게 되면 뭔가 있어보이는 상황이 된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컨텐츠 전달자들은 본인이 대중에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무섭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본인이 가진 영향력을 무섭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K값 이야긴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거 이전에도 있었던 수많은 삽질들 중에 하나였을 뿐입니다. 통계와 빅데이터 전문가로 민주당의 정책연구소에서 부소장님으로 일하고 계시는 분이 의미없는 숫자를 끌고와서 사람들 현혹한다고 이야기했던 것도 무시되던 판에 이야기해봐야 뭔 소용이 있을까요.

제대로 뭔가 돌아가려면 사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중의 눈 높이로 발언하는 능력들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발언들이 평소에 좀 쌓여 있어야하고, 해당 업계는 미디어에 이런 분들을 집중적으로 노출시켜야 하지요. 업계의 민원이든, 정책 결정이든 대중이 결정해야 할 내용들을 조곤조곤하게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기자들이 제대로된 이야기들을 전달할 터이니 복잡한 문제들을 사회적으로 풀어나가는 능력도 지금보단 훨씬 더 나아질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는 이런 세상이 되면 가장 먼저 자리가 없어지셔야 할 분들입니다. 두 분 공히 모든 사안을 ‘정파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하거든요. 명확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정파적 유불리로 바라보다보니 암호화폐 토론회에 나와서 삽질을 하셨던거고... 그리고 미투 운동이 민주세력을 저격할 수 있다는 투의 발언이 나온거죠. 정치적 입장과 성범죄가 뭔 관계가 있다고.

전, 금태섭 의원의 페북에 달리고 있는 댓글들을 여야의 정치인들이 좀 봤으면 합니다. 본의 아니게 어떤 괴물이 태어났는지를 제대로 직시한다면, 이 분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여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시겠죠. 그리고 진짜 전문가들의 분발을 바랍니다. 언론의 분발도 바랍니다. 저런 양반들에게 기레기 소리 듣고 있으면 화 안나시나요?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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